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건축가 윤승중 아카이브와 건미준 아카이브 구축해
한국 건축을 이끌어 온 원로 건축가 윤승중과, 한국 건축계의 변혁을 주도했던 건축집단 ‘건축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이하 건미준)’의 아카이브가 국립현대미술관에 구축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 2013년 10월, 한국 근현대미술 연구의 구심점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로 과천관에 미술연구센터를 개소하고, 자료의 수집과 정리, 연구활동 지원, 정보 공개 서비스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개소 초반에는 미술 관련 자료가 아카이빙의 주요 대상이었으나, 원로 건축가들의 대량 자료 기증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아카이빙 작업을 진행한 결과, 현재는 체계화된 컬렉션을 갖춘, 한국 건축 연구의 토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정기용, 이타미준, 김종성, 김태수에 이은 다음 아카이빙의 주인공은 한국 건축의 도약기를 지나온 건축가 윤승중과, 전환기 한국 건축계의 고뇌가 담긴 건축집단 ‘건미준’이다.
1937년 출생한 윤승중은 김수근 수하에서 10년간 설계팀을 이끌고, 이후로는 국내 굴지의 대형 설계사무소 원도시건축을 설립하여 약 반세기 동안 건축에 매진해 온, 한국 건축계의 대표적인 원로 건축가다. 긴 세월 한국 현대건축의 핵심을 일관되고 목격해왔으며, 다양한 규모의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 근대사의 건축적 기반을 마련해온 그의 발자취를 기리기 위해,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 2017년에도 ‘윤승중: 건축, 문장을 그리다‘ 전을 개최한 바 있다.
금번 기증된 자료는 1990년대부터 2008년 사이에 작업한 18개 프로젝트의 스케치, 총 174점이다. 을지로2가 도심개발계획안, 서울시청계획안 등의 대형 공공프로젝트도 대상에 포함돼 있는 만큼, 국가가 주도하는 건축사업의 면면을 깊이 있게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건미준은 김영섭, 김인철, 조성룡 등 건축가 460여 명이 1993년 ‘설계·감리 분리를 위한 건축사법 개정안’에 반대 서명 운동을 벌인 것을 계기로 결성된 단체다. 중견 건축가와 건축과 교수들이 주축이 된 이 모임은 정책의 부재, 제도의 모순, 건축계의 분열, 부적절한 교육 여건, 사회적 인식 미흡 등, 당시 한국 건축계에 산적해 있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조직적인 자정 활동을 시행했다.
당시 건미준의 대변인을 맡았던 건축가 김영섭이 기증한 자료는 350여 점으로, 선언문, 공문서, 자료집, 보고서, 회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내 건축계의 주요 활동 전반을 볼 수 있는 건미준의 자료는 향후 건축 주제별 연구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기증 자료들은 미술연구센터에서 디지털 변환 작업과 정리, 해제, 기술 작업을 거친 후, 컬렉션으로 정리되어 열람할 수 있게 공개될 예정이다. 글 / 전효진 기자, 자료제공 / 국립현대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