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메시스 아트 하우스
노출콘크리트 옹벽이 대지의 선형을 따라 유연하고 기다랗게 펼쳐져 있다. 그 형태와 달리 사각으로 반듯한 건물은 정면을 바꿀 수 없다는 듯 정확하게 앞만을 응시하며 솟아 있다. 건물 안에서 어떤 반전을 보여주는지 밖의 모습에서는 알 길이 없다. 사무공간과 총 8가구의 다세대 주택으로 구성된 건물이다. 그러다 보니 테라스나 투명한 전면 창들이 좌우 매스와 각 층마다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이 두텁고 거대한 콘크리트 볼륨에 투명한 공간감과 여백을 부여하는 요소들이 되고 있다. 건물 이름에서 짐작해볼 수 있듯 경기도 파주출판단지 안에 위치하는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의 형태를 기본으로 설계되긴 했으나, 공간에 담겨지는 프로그램이 다르다 보니 전혀 다른 공간으로 귀결된 모습이다.
대지의 고저차로 인해 평창동에 있는 대부분의 집들은 도로와 같은 높이에서 지하 주차장으로 연결되는 편이다. 주차 후에는 주로 계단실을 거쳐 지상으로 이동하는 방식을 취하곤 한다. 이곳에서도 마찬가지다. 가로와 같은 높이에서 지하 1층 주차장으로 진입하면 곧바로 근린생활시설과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지하 공간이 후면의 경사지와 이어져 있어 지하라는 느낌이 전혀 없다. 오히려 지상에 펼쳐진 마당이나 광장처럼 다가온다. 건물 안으로 진입 후 맞이하게 되는 마당이 ‘U’ 모양의 부드러운 유선형의 건축으로 감싸여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앞에서 언급한 반전의 의미가 이것이다. 가로에서 보이는 외관은 전형적인 사각의 파사드로 되어 있어서 미처 예상하지 못한 아늑함을 갑자기 마주하는 상황에 반색하게 된다.
건물을 전체적으로 잇고 있는 계단이 그저 계단실로 불리기에는 다소 섭섭한 면이 있을 것 같다. 길에서 시작해 길로 이어지는, 마치 옛 동네의 가가호호를 연결하는 좁은 골목길의 풍경을 연상시키고 있어서다. 그 중에서도 맨 꼭대기인 3층 복도의 경우 일부를 유리로 씌워 놓고 있어서 볕 드는 대로, 비 오는 대로, 눈 내리는 대로 바깥 기운을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계단에 직접 비도 내리고 눈이나 낙엽도 쌓이도록 하늘을 향해 완전히 개방된 공간이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사용자의 편의 또한 중요한 문제이니 족하게 된다.
프로젝트: 미메시스 아트 하우스 / 대지위치: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352-4,5 / 대지면적: 1098.17m² / 규모: 지하2층, 지상3층 / 건축면적: 327.97m² / 연면적: 1509.45m² / 용도: 다세대주택, 근린생활시설 / 재료: 노출콘크리트 / 구조: 철근콘크리트 / 설계: 김준성, 건축사사무소핸드 / 시공: 한울종합건설 / 기간: 2006-2009.06 준공 / 사진: Fernando Guerra, 김용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