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A30
용감하고 독창적인 조직, 메타의 1만 일
1979년, 문화 기획자 강준혁과 젊은 건축가 이종호가 김수근의 공간 사옥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1989년, 처음 만났던 그때로부터 꼭 십 년이 지난 뒤, 둘은 김수근 사후의 공간을 떠나 새로운 조직을 꾸렸다. ‘예술과 건축을 통한 점진적 진화(METAA, Metabolic Evolution Through Art and Architecture)’. 비장함마저 감도는 캐치프레이즈를 이름으로 내걸고 말이다.
우리 시대에 필요하지만 없는 것을 채워가자는 그 이름의 의미를 좇은 지 어느덧 30년. 메타가 지나온 1만 일의 여정을 담은 매거진이 출간됐다. 모든 것이 쉬이 등장하고 쉬이 사라지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 무려 30년이라니, 몇백 페이지짜리 기념 책자가 나올 법도 한데, 작품집은커녕 매거진, 잡지다. 특이한 이름만큼 특이한 조직임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편에 남아있던 ‘무늬만 잡지가 아닐까’라는 의심은 책장을 넘기는 순간 이내 사라진다. 강준혁과 이종호의 뒤를 이어 현재 메타를 이끌고 있는 이승훈과 우의정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메타의 건축물을 담은 일러스트레이터 겸조의 스케치, 메타가 기획한 문화축제에 참여했던 아티스트 하림과의 대화, 메타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를 담은 A to Z, 그리고 양구의 박수근 미술관과 세운상가 재생 프로젝트까지, 메타를 매개로 한 모든 컨텐츠를 다루다 보니 내용도 방식도 다양하다.
가벼운 필치로 써 내려간,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은 생각이 담긴 다양한 주제의 글들을 읽다 보면, 메타의 30년을 기록하는 것은 잡지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문제 해결을 위한 발견자, 과정을 함께하는 동반자, 서로 다른 세상·가치·지식의 연결자이자 개척자로서 행해왔던 이들의 작업은, 건축 설계, 도시 재생, 문화 기획, 어느 하나로 특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승훈과 우의정은 메타의 지난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문화와 공간, 도시와 건축의 이상과 더 나은 실현을 위해 치열하게 보낸 메타의 하루하루는 특별했다고. 하지만 30년은 그 특별한 하루가 만 번 거듭된 우연일 뿐 그다지 특별할 것은 없다고.
언제나처럼 특별한 내일을 준비하는 메타의 오늘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