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 만에 돌아온 춘천의 옛 주한 미군 주둔지 ‘캠프페이지’가 시민문화공원으로 탈바꿈한다.
그 첫걸음이 될 ‘춘천 시민공원(구 캠프페이지) 마스터플랜 설계공모’ 결과가 19일 발표됐다. 동심원조경 기술사사무소 컨소시엄의 “Open the ‘Miracle Page'”가 당선작으로 선정됨에 따라, 35만m2에 이르는 거대한 부지는 시민공원으로의 본격적인 변신을 시작할 전망이다.
강원도 춘천시 근화동 203번지 일대, 춘천역과 구도심 사이에 위치한 35만m2의 부지는 1958년 미군 주둔지가 조성된 이래 오랫동안 시민의 곁을 떠나 있었다. 2005년 부대가 철수하면서 주둔지는 폐쇄되어 한국으로 반환됐지만, 그렇다고 이 땅이 곧바로 시민에게 돌아온 건 아니었다. 정비에 걸린 시간만도 무려 8년. 2013년 6월 마침내 시민에게 개방되었으나, 오랜 시간 섬처럼 존재해왔던 이 땅이 어떤 방식으로 도시의 일부가 될 것인지는 쉽게 결정되지 못했다. 부지가 반환된 후 민선 3기에서 7기에 이르는 기간 동안 이전적지에 대한 활용방안이 다각도로 검토되었고, 그에 따른 수많은 논의와 조정과 진통을 거친 끝에, 현재는 시민복합공원으로 조성되는 합의가 이뤄진 상태다.
춘천시는 도시의 새로운 거점이 될 시민공원의 밑그림을 마련하고자 지난 7월 마스터플랜 설계공모를 개최했다. 드넓은 부지를 활용도 높은 시민공원으로 탈바꿈시키되, 대상지 주변에서 진행 중인 다양한 사업과의 연계성 또한 고려되어야 하는 복합적 프로젝트인 만큼, 독창성과 혁신성, 기존 시설과의 조화와 연계성 등을 갖춘 우수한 작품을 선정하고자 2단계 공모방식으로 진행했다.
1단계에는 총 13개 작품이 접수됐으며 그중 4작품이 2단계로 진출했다. 2단계 심사에서는 크게 여섯 가지 기준에 맞춰 작품들을 평가했다. ‘주변 도시와의 관계 설정은 어떠한가’, ‘계획안은 도시의 미래 변화에 잘 대응하고 있는가’, ‘도시의 대형공원으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가’, ‘부지가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단점들은 어떻게 극복하는가’, ‘그 과정에서 기술적 난관을 극복할 아이디어는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가’, ‘공원 이용 주체인 시민들의 참여가 어떤 방식으로 제안되는가’이다.
심사진(조경진심사위원장, 서울대학교, 김기호서울시립대학교, 김승회서울대학교, 윤영조강원대학교, 이소진건축사사무소 리옹, 전재현삼성물산 조경사업팀, 추용욱강원연구원)은 이러한 기준을 토대로 심도 깊은 토론을 거쳐, 수상작을 선정했다.
심사진 전원 합의를 통해 선정된 당선작은 동심원조경 기술사사무소 팀의 “Open the ‘Miracle Page'”이다. 당선작은 공원을 통해 춘천에 기적같은 변화를 이끌어 내고자 하는 컨셉으로, 시민들에게 일상적으로 사랑받는 공원이자 전국적, 세계적으로 이용되는 명품공원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분절된 공원을 연결하는 슈퍼데크와 거대한 오픈필드, 다양한 주제의 미세먼지 차단숲, 창작종합지원센터, 다목적 체육관를 비롯한 야외스탠드, 조망휴게소, 생태습지원, 펫파크, 숲도서관, 구름연못, 잔디테라스 등 다양한 기능의 시설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심사진은 당선작에 대해 “시민공원으로서의 일상성과 대형 공원의 기념성과 상징성이 공존하는 안으로, 향후 일어날 수 있는 여러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선정의 배경을 밝혔다.
당선작 대표사인 동심원조경 기술사사무소는 약 1,259백만원 상당의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 계약체결 우선협상권을 부여받았다. 또한, 추후 시행될 시민복합공원 내 창작종합지원센터 건립 건축공모전의 2단계 참여권도 받게 됐다.
춘천 시민공원이 춘천의 중심 공간을 되찾고 단절된 구도심과 의암호를 잇는 교두보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성공적인 변신을 마치길 기대한다. 자료제공 / 춘천 시민공원 공모관리팀
당선작
Open The ‘Miracle Page’ _ 주.동심원조경 기술사사무소 + 주.에이스종합건축사사무소 + 경관연구소 아랑 + 신디자인랩 + 주.동해종합기술공사
심사평 >> 시민공원에서 기대하는 일상적 활동을 외면하지 않으면서, 명쾌한 동선체계, 대형공원이 가지는 기념성, 상징성, 큰 규모의 오픈필드가 가지는 활용성 측면에서 좋은 호응을 얻었다. 특히 소양로와 연결되는 작은 공간들, 분절된 건축공간들이 가지는 유연성에서 향후 예상되는 여러 가지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부각되었다. 다만 건축계획의 완성도, 일부 거대 구조물의 기술적 대응은 향후 보완과 발전이 필요한 부분이다.
2등
Chuncheon Commons Park _ 주.에이치엘디자인 + 엠엠케이플러스건축사사무소 + 디자인오피스 더블와이엠 + 주.에이스톤엔지니어링
심사평 >> 부지가 가지는 공간적 특성을 잘 해석하여, 공원 전체를 4개의 코어 밴드와 숲 영역으로 구분하였다. 건축적 공간도 향후 유연성을 잘 발휘하도록 계획하였다. 그러나 횡적 밴드에 대응하는 종적 연결성이 상대적으로 약화되어 있어 균형감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3등
PARK Frontier, PARKIVEUM Chuncheon _ 주.채움조경 기술사사무소 + 주.건축사사무소신 + 엠더블유디랩 + 주.수성엔지니어링
심사평 >> 캠프페이지의 기억과 기록을 공간적으로 잘 펼쳐낸 안이다. 공간 구성이 간결하고, 건축적 공간 계획이 잘 정리되어 있다. 대규모 수공간의 연출로 경관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장점이 돋보였다. 다만 공간의 기억이 다소 과도하게 투영된 측면과 과거 활주로를 연상하게 하는 구조물이 공원의 확장과 유연성을 오히려 저해할 수 있다는 의견이 개진되었다.
가작
The 100 Parks _ 주.씨에이조경 기술사사무소 + 주.동부엔지니어링 + 주.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 + 김영민서울시립대학교
심사평 >> 확정된 계획안이 아니라 여러 가지 현실적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6개의 시나리오로 풀어나가는 방법론이 돋보였다. 유적 발굴로 인해 발생되는 토량을 공원 지형의 구축에 활용하는 아이디어도 좋았다. 다만 건축계획이 가지는 스케일의 문제, 평화로로 양분되는 상이한 분위기의 공원체계 등이 다소 부담스럽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