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마르스’
에디터 현유미 부장 글 황혜정 편집 한정민
자료제공 문훈발전소 + 무유기 건축사사무소
주홍빛 판금으로 도배된 외벽에 호기심이 인다. 인적이 드물어 보이는 장소에 스크린에서나 볼 법한 우주 속 주인공 캐릭터들이라도 사는 것은 아닌지 상상하게 되는 집, 그 이름도 ‘마르스MARS’다. 대지는 화성시의 새로운 도시개발지역 중심에 위치한다. 새롭게 일어나는 지역인 동시에 구도심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허한 불모지에 가깝다. 오히려 정제되지 않은 주변 환경이 상상력을 총동원시킨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도시 혹은 주거지로 온전하게 개척되지 못한 장소, 새로운 땅, 미지의 땅, 기존과는 전혀 다른 주거 양식 등등의 의미를 담아 지구와는 다른 별 ‘화성’의 이름을 차용한 것도 그러해서다. 공교롭게도 경기도 화성 시의 지명과 발음이 같아서 중의적인 의미를 가진다.
‘마르스’라는 이름이 주어지고 그에 걸맞은 재미난 상상이 더해지면서, 건물은 전형적인 주택이나 상가용 건물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진화해간다. 외벽을 감싼 붉은 빛의 금속 강판 때문인지 건물이라기보다는 낯선 곳으로 모험을 떠나는 탐사기지, 혹은 탐사선의 느낌이다. 뿐만 아니라 언제라도 이곳을 떠날 수 있다는 듯 땅과는 최소한의 접점만을 유지하고 있으며, 경사진 바닥 슬라브들은 여기저기에 펼쳐져 있다. 다른 중력장에 와있는 것처럼 생각케 하듯 말이다. 건물로 들어서는 순간, 다른 세계 혹은 다른 지평이 열리기를 원하는 건축주의 요구사항이기도 하다. 직사각형의 입면과 이를 거부하는 다각형의 입면, 불투명한 판금과 투명한 전면 유리창 등으로 극적 대비를 이루는 외관부터 이미 남다른 스타일을 드러낸다. 콘크리트에 검정과 노랑으로 페인팅 된 벽면과 철망으로 구성된 거친 출입구로 들어서면서 이색적인 분위기는 더욱 강렬해진다.
각 층은 마치 3D 퍼즐처럼 수직으로 쌓인 채 결합되어 있다. 1층에 자리하는 상업공간은 직사각형으로 개방되어 있어 유연성을 갖는다. 2층에는 2개의 집이 배치되어 있다. 미닫이문을 통해 공간에 유연성과 가변성을 제공하는 세 개의 침실을 가진 집 하나와 두 개의 침실을 가진 또 다른 집이 그것이다. 1층과 2층의 지붕이 되기도 하는 2층과 3층 슬래브는 평평하지 않다. 일정한 각도로 접혀져 있는 그 형태는 여느 건축에서는 볼 수 없는 흔치 않은 형태다. 이를 통해 제공하는 요소는 두 가지다. 수직 적층 공간에도 불구하고 직사각형 상자 이상의 동적 공간을 경험하게 한다는 것이 첫 번째다. 둘째는 접힌 바닥을 통해 기존과 다른 중력을 제공함으로써 낯설고도 환상적인 공간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건축주를 위한 주거공간은 3층에 자리한다. 건축주 본인의 취향을 마음껏 담을 수 있는 만큼 디자인과 구성에 있어서 무한대의 자유가 전해진다. 우주선과 행성들이 무작위로 뒤섞여 있는 작은 우주를 연상시킨다. 특히, 구형의 공간은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집 속의 또 하나의 집, 미니 펜션이 된다.
자유로운 상상력에 건축의 실용주의는 어찌 되는지 물을 수도 있겠다. 다른 차원의 공간을 일상으로 끌어들인 만큼 살아가면서 기존과는 다른 차원의 실용성이 충족되리라 믿는다. 혹자에게는 가볍고 신나는 상상력으로, 또 혹자에게는 진지한 새로운 차원으로, 건축의 경계에 관한 새로운 문이 열린 것이다.
작품명: MARS / 위치: 경기도 화성시 동탄순환대로16길 14-26 / 설계: 문훈발전소 + 무유기 건축사사무소 / 설계팀: 윤성봉, 박상혁, 박기범, 박지원, 최상민 / 시공: CNC CONSTRUCTION / 구조설계: SDM / 전기, 기계: 청효 / 건축주: 나홍준 / 용도: 다중이용건물 / 대지면적: 264m² / 건축면적: 151.09m² / 연면적: 432.71m² / 건폐율: 57.23% / 용적률: 163.91% / 규모 : 3층 / 구조 : RC구조 / 외부마감: 강판 / 내부마감: 목재 바닥재, 벽지, 페인트 마감 / 설계기간: 2019.10~2020.1 / 시공기간: 2020.3.~2020.12. / 사진: 김창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