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거당 (林居堂)
이로재김효만건축사사무소 | IROJE KHM Architects
정방형의 매스가 도로 전면에 육중하게 떠 있다. 아래위가 노출콘크리트와 목재로 이분화 된 채 필로티 구조로 서 있는 집은 분명 현대적이다. 동시에 우리나라 전통 가옥을 떠올리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정원과는 분명 다른 개념인 마당이 펼쳐지고, 정자가 자리한다. 외벽의 우물마루문양과 대청마당, 한식에서나 볼 법한 올림문은 또 어떤가! ‘한국성을 담은 현대주택’은 1년여 간 여러 종류의 집들을 살펴보고 공부했다는 건축주 부부의 바람이었다.
집은 여덟 마당을 품고 있다. 막힌 담장을 세울 수 없는 규정을 지켜야 했고, 70평의 대지 안에 충분한 외부공간과 사적인 은신처를 모두 확보해야 했다. 이웃과 친화하는 완충공간으로서의 마당, 일상에 풍요로움을 더할 자연으로서의 마당, 전통 요소로서의 마당, 이로써 마당을 임거당의 뿌리 삼아 많은 숙제를 한꺼번에 풀어내고자 했다.
여덟 마당 모두를 수평적으로 앉힐 수 없는 한계를 수직적 변위를 주는 방법으로 해결했다. 1층 필로티는 도로와 대지의 경계가 되는 동시에 땅을 열어 도시와 집을 연결시킨다. 1층의 진입마당을 거쳐, 안마당, 정자마당으로 이른다. 계단 아래로 서재 앞 지하마당Ⅱ, 식당 앞 지하마당Ⅰ이 자리하고, 위로는 옥상대청마당Ⅰ, 옥상대청마당Ⅱ, 서비스마당으로 이어진다. 각 마당과 마당은 비대칭 및 수직적으로 중첩되고 연속되며 하나의 길로서 존재한다. 도시와 집이, 내부공간과 외부공간이 마당을 매개로 서로 관입하고 관통하며 하나가 된다. 이렇듯 외부의 내부화, 내부의 외부화를 이루는 중성적 공간으로서의 마당은 소박하고도 풍요로운 일상을 기대하게 한다.
세월에 순응하며 나이 들어가는 모습 그대로 살아내는 것은 전통가옥의 아름다움이기도 하다. 목재판을 외관의 주재료로 사용한 이유다. 여기에 노출 콘크리트를 대조시킴으로써 현대라는 시대성을 덧입혀 서로 조화되도록 했다. 내외부 공간을 일체화하는 도구로 계획한 올림문, 목재 연결부를 보강하는 T형 연결철판과 우물마루문양 보첩문의 걸림 구조 등은 한옥에 대한 향수와 운치를 상징적으로 적용해본 것이다.
거시적으로는 일산 신도시 주거전용단지 내의 사대주의적 주거문화 현상을 거부하고, 소박하게는 우리 고유한 공간의 맛과 멋을 동경했다. 임거당의 정신이 이 시대 주거문화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라본다.
프로젝트명: 임거당(林居堂) / 위치: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장항동 / 설계: 김효만 – 이로재김효만건축사사무소 / 설계팀: 한지원 / 용도 : 단독주택 / 대지면적: 231.6m² / 건축면적: 107.77m² / 연면적: 199.22m² / 규모: 지하 1층, 지상2층 / 건물높이: 21.96m / 구조: 철근콘크리트 / 재료: 노출콘크리트, 목재 패널, 마루 / 완공: 1999 / 사진: 김용관
Project: Lim Geo Dang / Location: IlSan, Goyang-si, Gyeonggi-do, South Korea / Architect: HyoMan Kim – IROJE KHM Architects / Project team: JiWon Han / Use: residence / Site area: 231.6m² / Bldg. area: 107.77m² / Total floor Area: 199.22m² / Bldg. scale: one story below ground, two stories above ground / Structure: Reinforced concrete / Materials: Exposed concrete, Wood panel, Wood flooring / Completion: 1999 / Photograph: YongKwan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