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능출판사 사옥
운생동건축사사무소 | Unsangdong Architects Cooperation
기존의 지면을 이겨낸 듯 우뚝 솟아오른 건물은 또 하나의 새로운 지형을 만들어내고 있다. 목재로 마감된 지형은 외관상 두꺼워지기도 얇아지기도 하며 자신만의 공간을 품으며 적층된 모습이다. 지하1층에 뿌리를 두고 지상7층까지 쌓아올려진 새로운 지층, 그 안에서 또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며 자라나게 될 수많은 문화적 콘텐츠들을 기대하게 된다. 그렇게 새로운 지형의 그릇이 되고 싶어 하는 건물은 파주출판단지 안에 위치하는 출판사 사옥이다.
건축의 주요한 콘셉트가 되고 있는 ‘새로운 지형의 그릇’이란 기존의 획일화되고 균질화 되어 있는 대지 위에 주름진 지형의 공간을 삽입하는 작업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보르헤스의 작품 속 어휘들처럼 사실에 기반을 둔 가상적 텍스트처럼 결과적으로 창의적인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 장소에서 설정된 지형은 일반화된 형식에서 탈피하여 다른 차원으로 공간을 인식하고 체험하도록 그 틀이 구성되어 있다.
나아가 새로운 지형의 그릇은 물리적인 형태만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콘텐츠를 공유하는 관념상의 표현이기도 하다. 즉, 공간을 구성하는 출판사라는 내용을 의식하여 자연 그대로의 대지 형상을 추상적 혹은 은유적으로 전환한 ‘적층된 윤곽의 지형도_Map of Stacking Contour’를 제안하는 일종의 문화지형을 구현한 구도라는 점이 그것이다.
단면의 변화를 이용한 보이드와 솔리드 공간이 교차하는 지형의 쌓기, 그로 인해 각 층의 공간들이 구성되고 창출되고 있다. 계단부 공간은 마치 지형의 충돌에 의해 파생된 공간으로 생성된 것처럼 보인다. 사무실이라는 프로그램상의 한계를 외피공간의 확장에 의해 휴식이 가능한 계단형의 발코니 등을 마련함으로써 극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휴게, 퍼포먼스, 갤러리, 세미나 등 새롭고도 변화 예측 가능한 프로그램들이 추가로 삽입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해 질 무렵이면 지층들 사이로 말갛게 조명 빛이 새어나온다. 두텁게 막혀 있는 구조물들 틈으로 번져 나오는 빛이라 더 밝게 느껴진다. 그렇게 빛이 사라진 밤거리를 스며들며 주변을 밝히는 높다란 지형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작품: 생능출판사 사옥 / 위치: 경기도 파주시 파주출판단지 507-12 / 건축가: 운생동 / 설계: 장윤규, 신창훈 / 용도: 업무시설 / 대지면적: 727.2㎡ / 건축면적: 352.5㎡ / 연면적: 995.77㎡ / 건폐율: 48.47% / 용적율: 135.24% / 규모: B1F ~ 7F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건축주: 김승기 / 사진: 남궁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