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치르게 된 지 어느덧 반년. 코로나19 사태가 사실상 장기전에 접어들면서 무너졌던 사람들의 일상도 점차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되찾은 일상의 모습은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소비 채널이, 학업 방식이, 근무 장소가 달라졌고, 심지어 현장성에 기반을 두고 있는 공연마저도 온라인을 통해 홀로 즐기는 게 익숙해진 상황이다. 단 육 개월 만에 ‘언택트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세상은 다르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내놓은 공통적인 의견이다. 건축도 예외는 아니다. 집만 해도 그렇다. 온라인 교육과 재택근무가 보편화 되면 집의 구조가 바뀌어야 하고, 그에 따라 집을 짓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언택트 시대’에 걸맞은 공법으로 모듈 공법과 PC 공법이 주목받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사전 제작을 통해 현장 작업 분량을 최소화한 이 공법들로 인해, 대면을 기본으로 한 시공의 전통적인 패러다임은 완전히 바뀌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국내 발병 상황이 정점에 이르렀던 지난 3월, 코오롱 그룹의 기부로 건립된 ‘모듈형 음압생활치료센터’는 불가항력의 재난으로부터 불어닥친 변화의 바람을 기회로 전환한 좋은 사례다.
경북 문경 서울대학교병원 인재원에 마련된 24병상 규모의 음압생활치료센터는 ‘모듈형 음압격리병실’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의료 인프라다. 코오롱 글로벌이 지닌 모듈 건축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총동원하여 개발한 세계 최초의 모듈형 음압격리시설로, 가장 필요한 것을 가장 적절한 형태로 제공함으로써 위기 극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다.

 

 

 

 

 

기하급수적으로 확진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단시간에 음압병상을 확보하기 위해 코오롱 그룹이 찾은 해법은 ‘모듈’이다. 사전에 자체적으로 진행해왔던 연구 결과에 비춰보았을 때, 모듈이야말로 단시간 내에 높은 수준의 공조시스템을 갖춘 음압병동 구축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판단이었다.
그에 따라 모듈을 이용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는 중국 ‘브로드’ 사를 제작사로 선정하고, 총 15개의 모듈을 이용해 12개의 병실(24병상)과 검사실, 사무실 등을 갖춘 음압병동을 계획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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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 사와 모듈 건축 계획을 진행함과 동시에, 서울대병원과도 파트너쉽을 체결하고 시스템적인 완성도를 높여갔다. 의료진과의 면밀한 협의를 통해 병상 간격, 병상당 병실 면적 등의 기준을 설정하였으며, 청결도와 오염도에 따라 이용자의 영역과 동선도 구분했다.

최종적으로 복도 양쪽에 각각 6개의 병실이 설치되는 중복도 구조를 기본으로 하고, 중앙 복도는 의료진 동선으로, 병실 측면의 복도는 환자 동선으로 분리함으로써, 바이러스의 확산을 원천 차단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이러한 기준을 반영하여 설계를 조율하고 성능을 확보하여 모듈을 제작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2주. 모듈은 중국 후난성 창사에 위치한 브로드 사의 공장에서 제작한 뒤, 부산항까지 해상으로 운반하고, 3시간의 육로 이동을 거쳐 문경 현장에 반입된다.
모듈만 들여놓기에도 빠듯한 부지 여건을 고려하여, 모듈의 설치 순서와 그에 따른 장비 배치계획, 크레인의 진·출입 루트까지 철저하게 사전 시뮬레이션했고, 만 사흘간의 현장 조립과 검수를 거쳐 완공됐다. 기획부터 허가, 설계, 시공까지 단 22일 만에 거둔 성과다.

 

 

좀처럼 잠잠해질 줄 모르는 코로나19로 인해 건축업계도 직격탄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태고자 한 코오롱 그룹의 과감한 도전이, 가장 완벽한 모듈형 음압병동에 대한 프로토타입을 개발하고 모듈 건축의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한 기회가 되었듯, 코로나19가 초래한 변화도 얼마든지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 우리는 그리고 건축은 어떤 방식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할 것인가. 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글 / 전효진 기자, 자료제공 / 코오롱글로벌(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