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축가협회는 매년 해당 연도에 완성된 건축물 중, 건축가의 시대 정신이 반영된 우수한 건축물 7제를 선정하여 한국건축가협회상을 수여하고 있다. 41년이라는 긴 역사를 지닌 상답게 올해도 61개 작품이 접수되어 열띤 경쟁을 펼쳤다. 백문기간촌건축연구소 심사위원장을 비롯한 7인의 심사진은 환경적 영항, 건물의 목표 및 거주자 삶과의 매치 여부, 신기술의 연구 및 적용, 문화적 창의성, 이상의 네 가지 관점에서 출품작들을 2차에 걸쳐 평가, 7 작품을 최종 수상작으로 뽑았다.
‘대전대학교 제5생활관 하모니홀’, ‘문화비축기지’, ‘아모레퍼시픽 본사사옥’, ‘애국지사 손양원 기념관’, ‘엑시옴 공장’, ‘창업허브 별관’, ‘플레이스 1’이 협회장상을 수상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조민석주. 건축사사무소 매스스터디스의 ‘대전대학교 제5생활관 하모니홀’은 600명의 학생을 위한 기숙사와 부속시설로, 27m의 고저 차가 나는 경사지에 적응하기 위해, 단면을 계단식으로 구성해 지면과의 관계를 만든 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덕분에 10개 층의 건물임에도 주변을 압도하지 않으며 뒤쪽 산세와도 조화를 이룬다. 또한, 외부인도 함께 쓰는 공공공간을 수용하되 거주 학생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야 한다는 과제는, 중정과 ‘ㄷ’자의 매스, 소규모 이웃이 공유하는 준공영공간을 도입해 풀어냄으로써, 심사진에게 참신한 해법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버려져 있던 산업 시대의 유산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은 허서구허서구 건축사사무소의 ‘문화비축기지’는 땅속에, 그리고 우리의 기억 속에 묻혀있던 거대한 드럼을 발굴하고, 그 안을 건축가의 상상력으로 채우는 모든 과정에서 큰 울림을 주는 작품이다. 드럼은 이동, 부가, 해체, 재조립, 포갬 등의 작업을 통해 작품제작소, 문화체험소, 기억의 장소 등으로 변화하는데, 방문객의 예술적 체험과 장소적 체화를 위해 동선을 입체적으로 구성한다던가 서로 다른 시선을 교차시켜 폐허의 미를 한층 배가시킨 점 등은 건축적으로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아모레퍼시픽 본사사옥(작품보기)’은 용산공원 조성과 초고층 도시개발사업 추진으로 한창 변모 중인 용산에 위치한다. 데이비드 치퍼필드David Chipperfield Architects + 윤세한주.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은 이처럼 변화의 한복판에 하나의 단순하고 명확한 볼륨을 제안하되, 세 개의 거대한 중정을 통해 주변 환경과의 연결, 그리고 도시와 산의 경관도 놓치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입면에 부착된 알루미늄 루버는 솔리드함과 개방감, 경량감 등의 이미지를 건물에 불어넣음으로써 이 건물만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열주 공간을 통해 길과 건물이 연결되는 점, 저층부에 다양한 공공공간을 풍성히 배치한점 등에서도 이 건물의 개방성을 느낄 수 있으며, 이러한 노력을 통해 기업 사옥이 도시에서 어떤 공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꼽혔다.
김찬중주. 더시스템랩 건축사사무소의 ‘플레이스 1’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기업의 사옥이다. 그러나 일정 시간 이후에는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은행 사옥이라는 점에 주목해 지역의 자산으로 작동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주력한다. 이를 위해 오픈된 코어를 건물 전면에 삽입하여, 한 건물 안에서 두 개의 서로 다른 시간대의 프로그램 운영함으로써, 은행 건물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요철감이 느껴지는 외피로 도심 랜드마크 효과, 친환경 차양의 효과, 키네틱아트와 경관 조명의 예술적 효과를 두루 거두었다는 점에서도 심사진의 주목을 받았다.
충북혁신도시에 들어선 ‘엑시옴 공장’은 생산 및 조립공간, 창고 및 물류센터, 사무공간, 전시홍보공간이 통합된 시설이다. 김준성건국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 교수은 용도에 따라 개별 건물을 계획하는 대신, 하나의 몸체 안에 물, 하늘, 나무를 주제로 한 3개의 정원을 삽입하여, 외부 공간에 의해 평면적 분리가 이뤄지는 대안을 제시한다.
단면적으로는 기능별로 요구되는 높이를 만족시키되, 연속적인 흐름의 지붕을 덮어 외부에서는 여전히 하나의 몸체로 읽힐 수 있게끔 하고 있다. 심사진은 물을 바라보며 내부로 진입하는 동선 연출, 곡면의 유연함을 활용한 흥미로운 공간 구성, 완성도 높은 시공 디테일이 모여 만족할 만한 건축물을 만들어냈다는 평을 전했다.
이은석경희대학교 교수은 ‘애국지사 손양원 기념관(작품보기)’에서 단아하면서도 숭고함이 느껴지는 콘크리트 실린더를 이용해 손양원이 남긴 정신적 유산을 건축물을 통해 승화시키고 있다. 1층의 필로티는 주변 환경과 주민들에 대한 열린 마음을, 진입부의 좁은 오르막길은 그가 겪은 고난과 역경을 표현하는 건축적 장치이다. 특히 원형매스, 방형매스, 진입부의 수공간과 조율된 빛을 주제로 삼아, 손양원의 기독교 정신과 사상을 건축물로 훌륭히 실현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리모델링 작업인 박제유주. 제이유건축사사무소의 ‘창업허브 별관’은 한국 근현대 학교건물의 전형적 건축양식의 지표가 되는 건물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다. 때문에 기존 파사드 재료인 붉은 벽돌과 내부 계단 중복도의 공간적 특성은 가능한 존중하고, 옥상부의 소소한 변형이나 자연채광을 극대화한 아트리움, 건물 후면 공간의 정비 등을 통해 현대성을 보완하면서도 공공성을 확보하고 있다.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이 공존하는 모습을 지켜낸 의미 있는 작품으로, ‘재생’이 나아가야 할 또 하나의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심사진은 총평에서 최종 수상작에 들지 못한 1차 통과작들도 모두 의미있는 이슈와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었다며,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한국건축계의 발전적인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Published in C3 #1811
<수상작 살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