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동 JYA Home
에디터 전효진 차장 글 황혜정 디자인 김예진
자료제공 JYA-RCHITECTS
오래된 동네 특유의 정겹고 수더분한 풍경을 향해 말갛게 표정 짓고 있다. 아니, 그 반대로 세월을 쌓아 온 나이 먹은 가로 풍경이 활기찬 새로운 존재에게 차근차근 뭔가를 일러 주는 것도 같다. 그렇게 영향력을 주거니 받거니 소통하며, 낯선 공간과 낯설지 않은 풍경들이 서로에게 보다 익숙한 관계로 어우러져 가고 있다.
서울시 홍제동에 지어진 지 40년도 더 된 건물을 리모델링한 건축사사무소 건물이다. 수리한 적이 한 번도 없어서 너무 낡은 공간이었지만 신축 대신 리모델링으로 진행된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주차장을 추가하지 않고 1층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 신축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다는 점이 그것이다.
기존 건물이 지하 1층에 지상 2층 규모였던 것에 비해, 활용되기 어려운 지하층이 메워지고 대신 3층으로 일부가 증축되면서 옥상이 추가로 계획되어 있다. 1층에는 두 명의 소장이 사용하는 사무실 공간과 기타 탕비실, 화장실, 창고 등이 자리하고, 2층에는 14명여의 직원들이 사용하는 주요 사무실이 배치되어 있다. 증축된 3층에는 회의실 겸 구성원들의 휴식을 위한 공간이 구성되어 있으며 옥상의 야외 테라스로 이어진다.
업무공간이긴 하지만 1층 전면을 유리로 마감하여 건물이 최대한 투명하게 보이도록 의도하고 있다. 가로를 향해 시각적으로 개방감을 갖추고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대면하고 있는 가로는 물론, 나아가 마을 전체가 좀더 환하게 밝아지리라 기대하게 된다.
2층은 쾌적한 업무 환경을 고려하여 책상의 폭과 간격을 최적으로 정해 놓고 있다. 북쪽으로 나 있는 긴 천창을 통해 자연광을 실내 공간 안으로 깊숙이 유입시키고 있는 점이 감각적인 동시에 실용적으로 다가온다. 비나 눈이 천창을 만질 때나 낙엽이 천창으로 떨어져 내릴 때 느껴지는 감각과 정서는 여느 업무 공간에서 볼 수 없는 차별화된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3층은 커튼월 형식의 유리 상자 형태를 하고 있다. 플라타너스 가로수의 무성한 잎과 동일한 눈높이에 자리하고 있어서 봄, 여름, 가을, 겨울 철철마다 아름답게 변화되는 나무의 시간을 함께 누릴 수 있다. 가로의 풍경을 넘어 옥상 테라스에서 멀리 바라보이는 백련산과 고은산 자락은 더 크고 넓은 자연친화적 전망을 선사한다.
마을은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된 지역이다. 오랜 시간이 축적된 장소인 덕분에 오래도록 마을을 지킨 이들이 많고, 옹기종기 모인 크고 작은 빌라와 주택들이 한결같은 모습과 규모로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다. 사옥 바로 옆으로는 설비업체, 이발소, 백반집 등 이른바 ‘점방’ 같은 가게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오갈 때마다 자연스레 인사하고, 눈 마주쳐 가며 같이 눈도 쓸고 낙엽고 치우는 그런 동네다. 홍제천이 눈으로 보이진 않지만 걸어서 2~3분이면 닿는 위치이기도 하다. 소박한 규모와 소박한 정서와 소박한 풍경, 마을이 주는 요소요소를 평화롭고 여유롭게 바라보고 누리며 일하는 곳임을 공간은 차근차근 이야기하고 있다.
작품명: 홍제동 JYA Home / 위치: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동 / 설계: JYA-RCHITECTS / 시공: JYA-RCHITECTS / 구조설계: 한길구조 / 전기, 기계설계: 정연엔지니어링 / 건축주: JYA-RCHITECTS / 용도: 사무실 / 대지면적: 140m² / 건축면적: 80.67m² / 연면적: 177.42m² / 건폐율: 57.62 % / 용적률: 126.7 % / 규모: 지상 3층 / 구조: 철골구조 (Steel Frame Structure) / 외부마감: 벽 – 기존외장벽돌 존치, AL Curtain wall / 설계기간: 2019.12~2020.02 / 시공기간: 2020.03~2020.09 / 완공: 2020.09 / 사진: 원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