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빌딩

LKSA 건축사사무소

 

 

불어오는 바람은 막을 수가 없다고 했던가. 응봉산에서 한강을 건너 서울숲으로 불어닥친 변화의 바람은 뚝섬역을 지나 성수동 골목 곳곳에 스며들었다. 성수동은 70-80년대에 지어진 소규모 공장과 창고, 자동차 정비소 등이 혼재된 준공업지역이다. 가죽냄새, 잉크냄새, 기계돌아가는 소리는 알싸한 커피내음, 빵굽는 냄새, 세련된 라운지 음악으로 시나브로 대체됐다.

 

 

작품명: 정빌딩 / 위치: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동1가 / 설계: LKSA 건축사사무소 / 건축사: 이근식 / 설계담당: 조명선 / 건축주: 정명애 / 용도: 근린생활시설, 단독주택 / 대지면적: 108.02m2 / 건축면적: 64.40m2 / 연면적: 177.57㎡ / 규 모: 지상4층 / 최고높이: 11.75m / 구조: 철근콘크리트 /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 내부마감: 노출콘크리트, 수성페인트, 벽지, 원목마루, 화강석 / 설계기간: 2018.8~2019.2 / 시공기간: 2019.3~9 / 사진: 구의진

 

 

 

변화하는 도시의 흐름을 파고든 새 건물이 주변과 어떤 영향을 주고받을 것인가? 정빌딩은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낡을대로 낡은 붉은색 벽돌 건물군 사이에 자리를 튼 정빌딩은 주변과 융화되기보다 완전히 새로운 제스춰를 취하고자 한다. 

건축주는 갤러리와 의상실을 운영하는 어머니와 발레리나인 딸이다. 어머니는 딸이 춤추는 모든 순간을 화폭에 담아왔다. 이들 가족에게 공간은 이상을 담는 그릇이 되어야 했다. 유려한 삶의 궤적을 형상화하기 위해 매끈한 노출 콘크리트에 물결 모양의 음율을 부여했다. 200mm 간격의 물결 모양을 구현하기 위해 거푸집의 형상화 단계부터 다양한 목업테스트를 통해 최적의 시공 방법을 찾았다.

 

 

 

 

 

내·외부 모두 콘크리트의 질감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 예술의 본질을 기억하자는 건축주의 의도를 단순한 재료로써 구현한 것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무채색의 콘크리트 벽면을 캔버스 삼아 마치 군무를 추듯 물결치는 빛이 한폭의 그림을 그려낸다. 회화에서 무용, 음악까지 아우르는 모녀의 삶의 궤적이 투영된 건축은 도시에 잔잔한 회화적 감성을 부여한다. 

 

 

 

 

 

 

콘크리트의 중후함, 양감, 정제감을 물결치는 곡선의 형상으로 중화하는 한편, 차가움 속에서 온화함을 발현시켰다. 쉬이 오염되는 콘크리트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창대와 인방, 두겁 후레싱 부위에서 물끊기와 구배에 관한 디테일을 완성했다. 물결무늬 콘크리트 면을 최대한 구현하기 위해 2~4개 물결 피치마다 두겁의 형상을 1:1로 탁본하고 레이저 커팅을 하였다. 

 

 

 

내부 동선은 최대한 단순화했다. 작은 대지에서 공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움직이는 걸음 곳곳에 빛의 통로를 만들어 어둠과 밝음을 교차시켰다. 매끈한 콘크리트 위로 떨어지는 온화한 빛과 짙은 그림자가 어우러지는 리듬감을 해가 뜨고 지는 모든 순간, 어디서든 느낄 수 있다.

언 땅에서 새 싹이 움트듯, 낡은 도시조직에서 새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씨앗이 되기를, 예술과 사랑이 농밀하게 스며들어 건축과 사람이 교감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