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호재
너무 새롭지도 않고 너무 진부하지도 않다. 단지 내에서 흔히 보이는 벽돌, 그것도 국내 여느 곳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빨간 벽돌집이다. 기존의 오래된 집을 허물고 새롭게 들어선 집이지만, 눈에 익숙하다는 의미다. 새집답지 않게 편안하게 다가온다는 뜻도 될 것이다. 집이 위치하는 단지 내 건물들 대부분이 벽돌로 지어져 있고, 하나의 볼륨보다는 분절된 볼륨과 지붕의 형태를 하고 있다. 이러한 마을의 특징적 요소들이 적극 차용되어 있다. 덕분에 집은 주변 풍경과 동일한 맥락으로 어우러지고, 주변보다 큰 볼륨이 시각적으로 다소 상쇄되는 느낌이다.
실제로 주변 건물보다 크게 계획되어 있다. 3층 높이로 구성된 데다 모서리에 위치하여 사생활 보호를 위한 담장이 계획되다 보니 건물의 볼륨이 더욱 커 보인다. 지구 단위 계획의 의무 요소인 경사지붕도 볼륨이 커 보이는 또 하나의 요소다. 충분한 규모를 확보하면서도 주변 건물보다 커 보이지 않도록 볼륨의 구획이 이루어져 있다. 큰 볼륨이 작은 볼륨들로 나누어져 있고, 3층은 2층에서 살짝 띄어 올린 정도다. 3개로 나누어진 지붕의 방향은 다시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정리되어 더 작게 나누어진 듯하다. 각 층은 콘크리트 슬래브 띠로 구분되어 있는데, 빨간 벽돌이라는 보편적인 단일 재료가 주는 큰 덩어리감을 줄이는 데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각기 다른 세 종류의 조적 방식도 다채로운 구성으로 볼륨을 나누는 요소가 된다.
구획과 구분은 내부 공간에서도 확인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식 문이 닿아 있는 기둥이다. 총 네 짝의 문을 받아 내기 위해 적정한 크기의 기둥이 필요한데, 건축적 구획이 볼륨감을 상쇄시키듯 기둥도 수직적으로는 4개의 덩어리로 수평적으로는 철제 띠로 구분되어 있다. 중심부 철제 기둥에서는 미스 반 데어 로에의 기둥 요소를, 목재와의 접합 방식에서는 카를로 스카르파의 기둥 요소를, 철제 띠에서는 한국의 전통 문화재에서 보던 기둥 요소를 각각 찾아보게 된다.
시각적 개방감과 사생활 보호의 공존이라는 상반된 요소들이 모여 공간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는 모습도 흥미롭다. 아웃도어 생활을 즐기는 건축주 가족들을 위해 어느 지점에서나 외부로 접근 가능한 동시에 사적 공간은 명확하게 보호된다. 공용공간인 1층은 가변적으로 활용되도록 벽 대신 창으로 구획되어 있고, 모든 창이 열렸을 때에는 외부 정원까지 시원하게 개방된다. 사적 공간인 2층부터는 공간 구성이 1층과 사뭇 다르다. 내부로의 노출을 줄이고자 창이 최소화되어 있으며, 대부분의 창은 테라스 난간 높이에 가려져 외부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방에 개별 테라스가 계획되어 외부로의 개방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복도 공간에도 창 없이 환기와 채광이 가능하도록 중정이 마련되어 있다.
외부와 달리 내부에서는 층간의 단절이 일어나지 않는다. 현관의 보이드 공간에서 1층과 2층이 물리적으로 이어져 있고, 시선은 2층과 3층 중정까지도 이어진다. 마스터베드룸과 욕실 사이의 벽 상부는 비워져 개방감을 가지며 문을 모두 열면 경계가 사라진다. 내부 공간의 비워진 요소들을 통해 수직 및 수평적으로 공간이 연결되는 형식이다.
작품명: 적호재 / 위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 디자인: 노말건축사사무소 – NOMAL / 책임 건축가: 최민욱, 이복기, 조세연 / 시공: 자연과 우리 / 구조: 더원구조엔지니어링 / 기계: 청림설비기술사사무소 / 전기, 통신: 기술사사무소 우림전기 / 조경: 연수당 / 토목: 동인지테크 / 용도: 단독주택 / 근린생활시설 / 대지면적: 459.9m² / 건축면적: 217.42m² / 연면적: 572.07m² / 건폐율: 47.28% / 용적률: 77.25% / 규모: 3F, B1 / 구조: 철근콘크리트 / 외부마감: 지정벽돌, 노출콘크리트 39T 유리 / 내부마감: 벽체, 천장_지정페인트, 무늬목; 바닥_퀵스텝, 석재, 타일 / 완공: 2022 / 사진: 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