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건축의 지리지 1
제주체 – 건축의 섬, 제주를 가다
2014년 출간된 ‘한국 현대건축의 지리지’ 시리즈의 첫 호 ‘제주체’가 개정판으로 돌아왔다. 변화된 6년의 세월을 추가하고, 초판 사진 대부분을 새로 촬영한 사진으로 대체하며 그에 맞춰 편집을 새로이 하는 등, 내용과 구성 모든 면에서 한층 더 내실을 갖췄다.
현대건축의 지리적 특질은 필연적으로 땅의 역사나 지나간 시간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따라서 시간의 축적 속에 자리한 지역 고유의 특질을 확인하는 것은, 한국의 현대건축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도서출판 디’는 이러한 지역과 건축의 관계성에 주목하여, 우리나라 각 지역의 특질과 현대 건축의 연관성을 찾아가는 작업 시리즈를 기획 및 출간해오고 있다. ‘한국 현대건축 지리지’ 시리즈를 기획 및 출간해오고 있다.
한국 건축석학 박길룡 교수와 제주에서 오랫동안 건축 활동을 해온 김석윤 건축가, 건축사진가 이재성, 3인의 공동 작업인 제주체는 ‘현대건축의 지리지’의 첫 결과물로,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제주의 현대건축을 제주라는 특징을 간직한 풍경과 섞어보기 시작한 책이다.
출간 당시까지만 해도 제주의 현대건축을 바라보는 시선은 매우 단편적이었다. 단순 기록용이거나 지극히 건축적인 차원에서 소극적으로 봐왔을 뿐이다. 그러나 이 책은 제주의 건축을 문화 예술의 차원으로 접근하여 대중과 공유하고, 자연과 현대건축의 관계에 주목하여 건축을 읽어준다. 그렇다고 글이 너무 건축적이거나 학술적일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건축의 배경에 대한 설명을 먼저 한 뒤 건축물에 대한 글을 전개하며, 글의 형식은 평이한 수필형식이라 누구라도 부담 없이 읽고 이해할 수 있다. 제주 고유의 자연적 성질이나 인문적 독특함과 어우러져 더욱 그 가치를 발하는 국내외 유명 건축가들의 건물들은 이재성이 직접 촬영한 풍성한 사진들로 만나볼 수 있다.
이번에 출간된 개정판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숙박시설’이 새로운 꼭지로 추가됐다는 점이다. 제주에서 꼭 필요한 건축 유형으로 자리 잡은 숙박시설. 다른 지역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 문제로 지적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제주의 숙박시설이 이처럼 유난히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뭘까. 저자는 그 이유를 제주 건축의 특징, 제주다움에서 찾는다. 더불어 건축가들이 해석하고 이루어낸 제주의 가치와 건축의 관계를 살펴본다면, 그곳에 묵을 때, 단지 하룻밤 자고 가는 것 이상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제주’라는 텃밭에서 현대건축이 어떤 ‘문화경관’을 일궈내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이 책과 함께, 제주의 가치를 더해주는 국내외 건축가들의 명품 건축을 만나러 떠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