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아트빌라스 커뮤니티 센터
이로재 건축사사무소 | Iroje architects & planners
건물들은 전체대지 가운데 가장 높은 지대에 자리하고 있다. 위에서 제주의 바다를 내려다보는 시선도, 아래에서 한라산을 향해 올려다보는 시선도, 모두 열려 있다. 제주의 풍광을 누리는 데 방해하는 요소가 없다는 뜻이다. 각 세대의 건물이 세로로 긴 평면을 하고 있어서 세대와 세대 간에 일정한 간격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건물들 사이의 이 비워진 통로를 따라 한라산에서 바다로 막힘없이 풍경이 흐른다.
풍경의 흐름은 한 세대의 내부공간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칸막이 없는 원룸의 평면으로 구성된 내부에서도 이러한 시퀀스가 유지되는 것이다. 마치 인공의 건축이 없는 것처럼, 풍경은 건축을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레 제 갈 길을 따라 흘러간다. 처음부터 원래 그러했듯이 무심하게 말이다.
풍경이 흐르는 통로에 주목한 것은 제주도를 평면이 아닌 수직의 지형으로 이해하고 접근한 것에서 비롯된 결과다. 한라산과 바다를 잇는 경사면의 선이 제주 생태의 축이자 경관의 흐름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이끌어내고 뒷받침하는 데 동기 부여가 된 것이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다. 한라산에서 뻗은 능선과 골의 선들이 바다로 퍼져 나가는 모습을 그려놓은 조선말기의 지도, 그 흐름에 따라 순응하고 있음을 건축의 배치와 구성과 건축을 잇는 길들이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먼저 한라산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비움의 축이 설정되고, 건축물들이 이 축을 따라 평행하게 배열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전체 단지의 입구에 있는 클럽하우스는 풍경의 흐름에 더욱 집중한 건축이다. 동서남북 사방이 각기 다른 높이의 지면과 접하고 있는데, 이 높낮이의 다름을 건축을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있다. 제주의 오름을 따라 나 있는 둘레길을 산책하듯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클럽하우스의 옥상 테라스에 다다른다. 경사로는 다시 내려가기도 올라가기 하면서 식당으로, 마당으로, 갤러리로, 수영장으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원래대로의 지형이 건축을 빚어낸 셈이다. 이 길을 따라서도 건물의 형태는 딱히 없다. 길을 따라 흐르는 풍경만이, 혹은 이미 풍경의 일부가 된 공간만이 자리할 뿐이다.
작품명: 제주 아트빌라스 커뮤니티 센터 / 위치: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색달동 / 건축가: 승효상 / 프로젝트팀: 윤종태 / 구조설계: Mirae ISE Mechanical engineer: Yungdo ENG / 전기설계: JungMyoung Lighting engineer: New Lite / 조경설계: HAIIN Land+Scape Design / 용도: 콘도미니엄 / 대지면적: 83,841.60㎡ / 건축면적: 16,173.09㎡ / 연면적: 19,211.62㎡ / 규모: 62개 동, 73개 실 / 구조: 철근콘크리트 / 시공기간: 2010.7~2012.3 / 사진: 김종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