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당
Jawoondang
집은 나지막한 언덕 위에 자리하는 것처럼 보인다. 낮고 평평하게 펼쳐진 잔디 마당을 옆에 끼고 완만한 언덕을 오르는 방식으로 진입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기존 산세의 흐름을 따라 형성된 경사로를 통해 2층으로 자연스레 유도되는 형식이다. 그 정점에 현관 전실이 천장만 덮인 채 개방된 모습으로 자리한다. 반 외부 공간으로 있기에 앞으로 펼쳐져 있는 풍광을 고스란히 받아 안을 수 있는 곳이다. 전라도 옛 마을의 정취가 여전히 남아 있는 지역의 풍경과 정서를 놓치지 않고 공간 안으로 끌어들이는 모습이다.
전주에서 금산사로 가는 길목에 완만하게 이어지는 구릉과 송림, 대숲, 오래되고 정겨운 집들이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져 있다. 그러나 마을 뒷산이 주택단지로 개발되면서 마을을 아늑하게 감싸던 언덕이 잘려 나가고 파헤쳐진 후, 개발지 특유의 평범한 혹은 상처 받은 집터로 바뀌고 말았다. 기존 지형과 필지가 만나는 지점에 4~6미터 높이의 차이가 생긴 것도 거칠어 보인다. 지형의 흐름이 인위적으로 단절된 장소에 언덕의 형상을 옮겨다 놓은 것을 보면, 상처 받아 거칠어진 땅과 주변 환경을 편안하게 치유하고 회복시키고자 한 의도가 읽힌다. 신축으로서 빛을 발하기보다는 주변 환경과 마을에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태도를 지키고 싶어 한다.
진입로의 경사도만큼 볼륨을 가득 채우고, 그 위에 상부 볼륨을 가볍게 들어 올리고 있다. 상부의 볼륨에는 건축주의 침실이 자리하고, 하부에는 게스트룸이 위치한다. 상하부의 볼륨 사이에 또 하나의 공간이 흐른다. 2층 높이까지 천장고가 개방된 거실과 한 걸음 물러서 뒤에 자리하는 식당이다. 거실과 식당 모두 환하게 열려 있어서 경사진 진입로의 풍경과 아늑하게 감싸진 지층의 마당을 고스란히 누릴 수 있다.
식당 앞 데크, 2층 현관 앞 전실, 2층의 브리지 같은 발코니, 벽면 사이에 띠창과 같이 수평으로 길게 나 있는 틈새 등등 어느 곳에서나 주변의 산세와 풍광을 파노라마처럼 감상할 수 있다. 또한, 땅의 높낮이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어느 지점에서나 시각적으로 확인되고 소통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주변 풍경을 놓치고 싶지 않은 집이 개방감을 넉넉하게 갖추고 있는 덕분이다.
작품명: 자운당 / 설계: 모노건축사사무소 / 대지위치: 전북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2가 / 지역지구: 자연녹지지역 / 용도: 단독주택 / 대지면적: 560.00m² / 건축면적: 110.40m² / 연면적: 321.30m² / 규모: 지상 3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외부마감: 징크. 노출콘크리트, 적삼목 / 완공: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