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 신 국제여객터미널
(주)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 JUNGLIM Architecture
광활한 대지 위에 또 하나의 거대한 지층들이 켜켜이 쌓여 있는 모습이다. 땅 위로 나 있는 길이 건축과 마치 연이어진 채 공중으로 비상하며 올라가는 것도 같다. 잔잔한 해수면과 저 멀리 내다보이는 수평선, 그와 맞닿은 하늘, 공간을 둘러싼 큼직한 도로와 탁 트인 평야, 그 사이 어느 쯤에 오르락내리락 곡면의 하늘 길을 열어 놓은 듯, 건축은 랜드스케이프의 일부로 펼쳐져 있다. 풍경과 하나로 묻혀 있지만 자기 목소리가 분명하다. 부드러워 보이지만 거침없고 대지와 일체화되어 보이지만 자유하게 느껴진다.
인천이 세계를 향해 처음 개항을 선언한 1883년 이후 지금까지 130년이 시간이 흘렀다. 현재 인천은 명실상부한 동북아 허브도시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인천의 해양교통은 제1국제여객터미널과 제2국제여객터미널로 이원화되어 운영됨으로써 그동안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발생되어 왔다. 게다가 한중 수교 이후 연간 1백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대중국 항로를 통해 입국하고 있는데, 기존 시설로는 수용 규모상의 한계가 지적되어 왔고 이미지 재고의 필요성 또한 제안되어 왔다. 인천항만공사가 인천 송도동 서측 해상 일원에 대규모 간척지를 계획하였고, 터미널 부지를 조성하는 대단위 국책 개발 사업을 추진하였으며, 그중 핵심시설로 여객터미널 신축을 계획하게 된 것이다. 프로젝트의 시작이 이러했던 만큼 새로운 통합 여객터미널은 이원화 운영으로 인한 이용객의 불편 해소, 항만 비용 절감, 국가 이미지 개선 등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안고 이루어졌다.
건축이 세워진 곳은 해양 매립지다. 인위적으로 만든 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역설적이게도’ 디자인은 작게나마 생태환경을 복원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있다. 간척지에 ‘산’의 개념과 자연 그대로를 지향하는 ‘물’을 들여 놓은 것은 그 대표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터미널의 지층 진입부에서 5층 건물의 옥상까지 초록의 길이 이어져 있다. 건물 자체에 산책로를 조성하여 건축물이 땅에서 태동하여 나왔음을, 넓게 트인 매립지의 낮은 산이자 언덕으로 건축물과 땅이 하나임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또한, 여객터미널의 앞마당에는 연못 및 습지환경을 마련하여 환경 친화적인 건축물을 지향한다.
설계기법과 기술적인 요소에서도 생태환경이 고려된 ‘녹색 건축’의 개념이 실천되고 있다. 자연스런 바람 길을 확보한 점, 향별 일사량 조절이 가능한 점, 외벽 면적을 최소화한 점 등 저 에너지 친환경 건축물로서의 정체성이 곳곳에 부여되어 있다. 건축물 에너지 효율등급 인증 1등급, 녹색건축 인증 최우수 ‘그린1등급’, 지능형 건축물 예비인증 등이 이를 보증한다.
매립지 위에 세워진 환경 친화적 기술과 디자인의 집약, 우아하고 유연하면서도 자유하며 힘찬 비상이 있는 이미지, 땅 위에 쌓아 올린 또 하나의 대지의 광활함, 덕분에 인천항의 이미지가 다채로워졌다. 새롭고 쾌적하며 더 넓어진 이 장소가 여행객을 맞이할 때나 떠나보낼 때, 처음과 마지막으로서 아름다운 여운을 건네는 인상 깊은 매개공간이 되어 주리라 기대한다.
작품명: 인천항 신 국제여객터미널 / 설계: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 위치: 인천광역시 연수구 국제항만대로 326번길 57(송도동) / 용도: 운수시설 (항만시설) / 대지면적: 82,595.00m² / 건축면적: 36,462.97m² / 연면적: 65,175.22m² / 규모: 지상 5층 / 높이: 47.20m / 건폐율: 44.40% / 용적율: 79.81% / 구조: 철골철근콘크리트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 친환경인증: 건축물 에너지 효율등급 인증 1등급, 녹색건축 인증 최우수(그린1등급), 지능형 건축물 예비인증 / 설계기간: 2013 / 준공: 2020 / 건축주: 인천항만공사 / 사진: 윤준환 (드론 심기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