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일제의 식민 통치에서 벗어나려는 독립의 열망은 만세 소리가 되어 전국 각지에서 울려 퍼졌다. 그리고 화성의 한 마을 제암리에서는 이러한 3·1운동이 비폭력 저항을 넘어, 면사무소와 주재소를 불태우고 일본 순사 2명을 처단하는 무력 항쟁으로 전개되었다.
대가는 참혹했다. 일본군은 30여 명의 제암리 주민들을 교회당에 가두고 불을 질러 학살했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인근 마을에서 수십 명의 양민을 참살하는 만행을 또다시 자행한 것이다. 이러한 반인도적 보복은 국제적 공분을 샀고, 그렇게 제암리는 우리나라의 독립운동과 일제의 만행을 동시에 세계에 알린 유적지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채우고 있다.

 

 

이에 화성시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제암리 유적지를 재정비하고 선열들의 희생을 널리 알리는 독립운동기념관을 조성하여, 화성시를 독립운동의 성지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지난 8월에는 그 시발점이 될 설계공모가 개최됐는데, 지침에서 지정한 기본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화성 독립운동 역사공원의 일부임을 감안하여 전체 공원과의 조화를 고려한 외부 공간을 계획할 것. 둘째, 상징성, 기능성, 공간 효용성을 두루 고려한 디자인을 제안하는 것이다.
약 3개월간 진행된 공모에는 총 16팀이 응모했으며, 11월 1일, 당선작을 비롯한 4팀의 입상작이 발표됐다.
7인의 심사진(이성관주.건축사사무소 한울건축, 서현서울대학교, 손진이손건축사사무소, 유현준홍익대학교, 윤승현중앙대학, 조남호주.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 조재원주.공일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이 2차에 걸친 심사를 통해 선정한 우승자는 ‘주.건축사사무소 아이앤’이다.

 

 

당선작 ‘돌,풀,물의 은유’는 대한민국 땅에 흔히 있는 돌과 풀과 물을 기본 구성 요소로 사용하여, 웅장한 기념비와 같은 인상을 주면서도 아무 때나 와도 좋은 일상적 장소를 제시한 안이다.
기념관 초입에는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터널처럼 심겨 있고, 그곳을 지나면 지평선을 닮은 돌담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돌담 주변으로 조성된 억새 군락은 주변 경작지의 풍경과도 잘 어우러진다. 물소리를 들으면서 좁고 긴 경사로를 따라 내려간다.

 

 

주 출입구를 지나 맞이 공간에 들어서면 돌담이 다시 나타난다. 상부의 긴 천창에서 들어온 빛이 스며들고, 천창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는 빈 공간을 채운다. 메인 전시공간에 들어서면 숨겨진 선큰 공간이 나온다. 하늘과 돌담이 보이는 온전히 정적인 공간이다.
대강당과 연결된 경사형 스탠드를 따라 올라가면 설치미술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이곳에는 3.1운동 모습을 담은 부조와 자신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 정원이 조성되는데, 과거와 현재의 사람들을 의도적으로 오버랩시킨 이러한 장치는 관객들에게 지난 과거를 한 번 더 생각해 보게끔 한다. 그렇게 돌아 나오는 길에는 억새밭과 산호석 포장길이 펼쳐져 있다. 처음과 같이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하나는 힘없고 약하지만, 뭉치면 큰 힘을 발휘하는 이들이 주는 역사적 교훈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될 것이다.

 

 

당선작은 돌, 물, 풀이라는 테마를 활용하여 주변과 좋은 관계를 설정한 점, 외부에서부터 실내까지 이어지는 동선체계를 명확히 하여 정교한 시퀀스를 제시했다는 점, 내부 전시장의 공간성 구현 등, 컨셉부터 공간 구성의 짜임새, 실내의 공간감까지 모든 측면에서도 두루 호평을 받았다. 다만, 돌벽의 길이와 높이가 자칫 부담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총 140억 원의 공사비가 투입될 예정인 화성 독립운동기념관은 금번 공모전을 통해 마련한 청사진을 토대로 후 속작업을 진행하여 2020년 12월 착공, 2022년 12월 준공할 예정이다.
글 / 전효진 기자, 자료제공 / 화성시 문화유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