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니스트 사옥
노출콘크리트에 목재덧문을 슬쩍슬쩍 덧댄 입면들이 단조롭게 보이긴 하지만 자꾸 마음이 간다. 단순하고 명료함에서 풍겨나는 정갈하고 담백한 멋이 느껴져서 일 것이다.
서울 연남동에 자리하는 지하2층, 지상4층 규모의 출판사 건물이다. ‘휴머니스트’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지역과 소통하며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장소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한 노력이 중정을 중심으로 한 공간 곳곳에서 묻어난다. 출판사라는 업종의 특성상 외부인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밖에 없는 환경임을 고려한 것이다. 소통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는 데 공간은 통 큰 모습을 보인다. 소통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지역과 출입하는 이들의 쉼터가 되기로 작정한 듯 동네길이 건물 안으로 이어져 들어오는 데 전혀 거부감이 없도록 지층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더불어 출판업무라는 공간 본연의 기능 또한 지혜롭게 지켜내고 있다. 업무공간은 지상2층 이상에 배치함으로써 외부의 흐름에 동요되거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차단하여 독립성을 확보한 것이다.
중정을 중심으로 두 갈래의 길이 형성되어 건물은 크게 두 영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하나는 내려가는 길로 야외공연이 가능한 데크와 카페를 거쳐 지하층의 교육원으로 이어져 있고, 다른 하나는 올라가는 길로 중정을 감싸며 회유하는 외부 경사로를 통해 업무 공간 내부로 연결되어 있다. 수직적으로 넉넉하게 비어 있다는 점은 중정을 접한 채 오르내리는 여러 입면들이 입체적으로 구성되는 계기가 되고 있기도 하다. 이는 공간 안에 다양한 프로그램과 행위를 담아내는 작업으로 자연스레 이어지고 있다.
또한 중정은 그 본연의 역할 중 하나인 외부의 자연광과 하늘빛을 건물 깊숙이 끌어들이는 통로가 되고 있기도 하다. 중정에 면한 대부분의 입면을 전면 복층유리로 마감하여 실내 자연채광 유입의 문제를 수월하게 해결한 것이다. 중정을 중심으로 서로 마주하는 입면들이 형태적으로는 대비를, 투명 마감재를 통해서는 소통의 기능을 나누고 있다. 더불어 수직적으로는 업무공간과 쉼터라는 성향이 다른 두 영역들 간의 대비와 소통을 동시에 담아내고 있다. 말하자면, 중정은 수평 및 수직적으로 소통하는 건물의 축이 되고 있다. 소규모 출판사 사옥으로서의 역할과 프로그램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지역과의 소통에도 원활할 수 있음을 중정을 대안으로 몸소 보여준 것이다.
작품명: 휴머니스트 사옥 / 대지위치: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564-40 / 대지면적: 325.4m² / 규모: 지하2층, 지상4층 / 건축면적: 194.33m² / 연면적: 910.99m² / 용도: 근린생활시설(사무소, 일반음식점), 교육연구시설 / 재료: 노출콘크리트, 복층유리, 폴리카보네이트, 목재 / 구조: 철근콘크리트 / 설계: 김준성, 건축사사무소핸드 / 시공: 효상건설 / 기간: 2011-2012.08 준공 / 사진: 남궁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