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그룹사옥
고층 아파트와 빌딩들이 만들어 내는 수많은 가로세로의 축, 도시를 구성하는 거의 전부라고도 할 수 있는 그 선들을 응축시켜 담아 놓은 것 같다. 사각형의 면은 금속성 틀이 그려 내는 가로세로의 레이어들로 채워져 있고, 그 틀은 다시 유리의 투명한 물성으로 완성되어 있다. 높이에 비해 폭은 좁은 편이지만 넓게 퍼져 있는 반듯한 정면의 그 표정이 주변 거리를 세련된 도시적 감수성으로 주도한다. 수많은 차량들이 분주하게 드나드는 지층의 주요소 풍경과 더불어 가로에 경쾌하고 활기찬 기운을 부여한다.
대지는 남부순환로와 접하는 대로변으로, 주변에 기댈 만한 특별한 건축물이나 콘텍스트를 찾기 어려운 환경이다. 오히려 그 덕분에 고착된 이미지의 건물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금속의 틀이 만들어내는 레이어들을 도심의 콘텍스트 속으로 던져 놓은 느낌으로, 건물 스스로가 주변의 콘텍스트를 일으키고 있다.
틀의 레이어는 스텐 판으로 마감되어 있다. 2m 간격으로 나 있는 이 금속 레이어는 가로에 리듬을 일으키는 일종의 도시적 장치라고 평가해볼 수 있다. 동시에 건물 외피의 질서에서 내부 천장 구조에 이르기까지 건축물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골격이다. 금속 틀의 레이어 사이에 끼워진 유리면이 다양한 경사각과 질감을 가지고 있다는 점 또한 건물의 표정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하늘의 색감과 무늬, 땅의 움직임 등을 다채롭게 투영하고 반추하며 건물 내외부적으로 역동적인 그림자의 궤적을 그려내는 덕분이다.
5층에는 건물을 관통하는 외부공간으로 데크가 자리한다. 데크 위 6, 7, 8층의 세 개 층에 걸쳐 브릿지가 서로 엇갈리게 걸려 있다. 건물의 거의 중심부를 선명하고 투명하게 열어젖혀 주변과의 소통을 꾀한 태도다. 앞의 남부순환로와 뒤의 주택가를 적극적으로 연결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시각적으로 소통을 시도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어쩌면 적극적이지 않은 태도 덕분에 결과적으로 대로로부터 주택가가 보호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레이어로 채워진 건물의 모습은 물론이고 금속과 유리가 갖는 레이어의 물성은 쉬지 않고 계속해서 변화를 꾀한다. 남부순환로를 따라 움직이는 차의 속도, 하루의 흐름을 따르는 빛의 성질과 각도, 밤과 낮이 발하는 도시의 표정들이 그 변화를 이루어가는 요소들이다. 그렇게 변화무쌍한 건물의 표정이 곧 도시의 풍경이 되고 있다.
프로젝트명: 한유그룹사옥 / 위치: 서울특별시 관악구 봉천동 1679-21외 2필지 / 설계: 건축사사무소 OCA / 설계담당: 김새맘, 서형준, 이상민 / 시공사: (주)이안알앤씨 / 건축주: (주)한유그룹 [(주)한유L&S, (주)한유에너지] / 용도지역: 제3종일반주거지역/중심미관지구 / 주용도: 업무시설, 위험물저장처리시설(주유소) / 대지면적: 1,337.8 ㎡ / 건축면적: 666.92 ㎡ / 연면적: 4,495.78 ㎡ / 건폐율: 49.85 % / 용적률: 241.01 % / 층수: 지하2층, 지상8층 / 구조: 철골, 철근콘크리트조 / 설계기간: 2007.07 – 2008.05 / 시공기간: 2008.07 – 2009.11 / 사진: 김용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