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사 사옥
건축물을 가장 단순화시킨 형태, 사실 직육면체는 흔한 매스가 아닌가! 의문은, 그런 블록들이 네 개로 분절되어 서 있기를, 단순한 데 단순하게 다가오지 않고 흔해 보이는 데 낯설고 게다가 경건하게까지 느껴진다는 것이다. 거대하게 분절된 공간과 공간 사이를 오가며 적어 내려왔을 출판사의 우직한 연륜과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쉬지 않고 시간을 기록하고 축적해온 피복 동판 특유의 부식된 톤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종이 위에 활자를 나열해놓은 피상적인 모습 그 이상의 의미와 깊이가, 책에는 있다. 특히 한길사의 경우, 당시에만 이미 25년째 여러 석학들의 사상이나 시대의 정신과 흐름을 주제로 세상과 호흡해오고 있었다. 그간의 행보, 정신의 두께, 의식의 깊이, 사상의 폭, 시간의 무게를 건축미로 응축해 표현해내고 싶었다.
그렇다고 책들의 표층적인 형체나 이미지, 규격 등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난필이나마 공간들 안에 쌓아가고 재어놓게 될 ‘경험의 문장’들에 관심이 더 컸다. 아니, 난필이라면 더욱 좋겠다고 여긴 것도 같다. ‘건축의 책갈피’로 은유될 만한 단순한 외형 속에 많은 익명성 혹은 불확정성을 감추어 둔 것도 그를 염두에 둔 작업들이었다. 단지 물이 존재하는 공간만을 담고 있을 뿐 예사롭지 않은 볼륨으로 비워진 하나의 블록, 양측 벽 사이에 위치한 두 개 층 높이의 테라스, 천정을 포함한 세 면이 둘러싸인 채 외부공간임을 고집하는 3층 데크 브리지 등이 그들이다. 덕분에 익숙해야 할 일상들은 자주 낯선 경험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업무, 자연, 기계 및 설비, 문화 등 네 개로 분화된 블록들을 혈맥 또는 신경망처럼 이어주는 공간들 역시 낯선 움직임과 시선을 유도할 것이다. 정적이고 간결한 외관의 볼륨은 이런 요소들을 숨기기에 적절한 동시에 극적 대비를 이루며 더욱 리듬감 있는 요소들로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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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박완서의 표현을 빌리자면 ‘빛의 갈피에 숨은 어둠’의 개념으로 건축공간 전체에 상대적 관계 맺기를 시도하였다. 비움과 채움, 내부와 외부, 상부와 하부, 열림과 닫힘, 어둠과 밝음 등의 경험은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공간의 갈피갈피마다 그렇게 한 해 두 해 세월과 더불어 물리적으로도 나이가 들어갈 것이고, 그 만큼의 연륜과 다채로운 이야기가 계속해서 쌓여 공간을 채워나갈 것이다.
설계담당: 하상목, 심순주, 강태희, 이상래 / 대지위치: 파주 출판문화 정보 산업단지 17블럭 7 / 지역지구: 준공업 지역, 산업시설구역 / 용도: 업무시설 / 대지면적: 1,780.00㎡(538.45평) / 건축면적: 784.74㎡(236.99평) / 연면적: 2006.65㎡(606.00평) / 건폐율: 44.08% / 용적율: 80.00% / 규모: 지하 2층, 지상 4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일부 철골조 / 외부마감: 동판 거멀접기(벽), thk18 투명복층유리, 더글러스 목 flooring(바닥) / 내부마감: 노출콘크리트(벽,천정), 콘크리트 폴리싱(바닥), 원목 flooring(바닥) / 구조설계: 조용원(p.e.g구조) / 설비: (주)송정엔지니어링 / 전기: (주)예다전기설계감리사무소 / 조경: 푸른세계환경건설(시공) / 시공자: (주)건륭건설 / 건축주: (주)한길사 / 설계기간: 2001.03~2001.05 / 공사기간: 2001.12~2002.12
Architect: Kim hun (asylum) / Location: 17block 7 publishing intelligence industrial complex, Paju / Site area: 1,780.00㎡ / Floor area: 784.74㎡ / Total floor area: 2,006.65㎡ / Building scope: -2F, 4F / Structure: reinforced concrete, steel frame / Design: 2001.3~2001.5 / Construction: 2001.12~20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