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리 한길 북하우스 + 윌리엄 모리스 갤러리

김준성 + 핸드건축

 

 

여섯 개의 언덕으로 둘러싸인 자연 속 예술마을 헤이리. 그중에서도 마을로 가장 깊숙하게 들어와 있는 언덕 밑에 도서출판 한길사의 책 전시장 ‘한길 북하우스’와 ‘윌리엄 모리스 갤러리’가 자리한다. 평지와 맞닿아 있는 가로로 긴 두 개의 매스가 북하우스이고 그 뒤로 보이는 언덕 위의 정사각형 매스가 윌리엄 모리스 갤러리다.
두 건물 사이에는 3년이라는 시차가 존재하지만, 실제 이곳을 방문한 이들에게 그 간극은 무의미하기만 하다. 그만큼 강한 연속성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헤이리 한길 북하우스, 윌리엄 모리스 갤러리 / 위치: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1652-136번지 통일동산지구 G-23,24필지 / 설계: 김준성, 건축사사무소핸드 / 시공: 한울종합건설 / 용도: 근린생활시설, 문화및집회시설 / 대지면적: 4,750.9m² / 건축면적: 1,169.55m² / 연면적: 2,596.48m² / 규모: 지하1층, 지상3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 / 재료: 노출콘크리트, 멀바우, 시멘트 압축판넬, 폴리카보네이트, 복층유리 / 완공: 북하우스_2004.7, 윌리엄 모리스 갤러리_2006.12 / 사진: 권성혁, 이재성

 

 

 

 

 

 

먼저 완공된 북하우스는 평지에 면한 매스와 언덕에 면한 매스가 램프로 연결된 구조다.
밖에서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건 앞쪽 매스의 목재 루버다. 짙은 색 나무 막대기를 이용해 마치 물결이 일렁이는 듯한 독특한 곡률의 파사드를 완성한 것이다. 낮에는 이러한 목재 루버 사이로 언뜻언뜻 건물 안의 모습이 보이고 밤에는 노란 불빛이 루버를 통과해 밖으로 새어 나온다. 그 모습에서 나무가 우거진 숲이 연상되기도 한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숲길을 거니는 듯한 기분을 한층 더 느낄 수 있다. 진·출입이 쉬운 앞쪽 매스에는 카페전시장이, 상대적으로 조용한 뒤쪽 매스에는 독서공간이 배치된다. 뒤쪽 매스는 그 자체가 ‘길’이다. 책을 꺼내어 살펴보는 행위도, 마음에 드는 책을 사는 행위도, 모두 그 길 위에서 벌어진다.
카페 한쪽 귀퉁이에서 시작된 램프는 언덕을 타고 올라가는 길을 형성한다. 3층까지 이어진 길 양옆에는 천장까지 닿는 거대한 책장이 자리한다. 책장은 매스를 지탱하는 구조체이자 방문객들에게 독특한 경험을 선사하는, 북하우스의 핵심 요소인 셈이다.

 

 

 

 

 

 

그렇게 이어진 내부의 경사로는 북하우스 지붕의 옥외공간에서 마무리 된다. 그리고 다시 거기서부터 윌리엄 모리스 갤러리의 동선이 시작된다. 북하우스 지붕과 연결된 계단과 브리지를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갤러리에 도달한다.
여러 개의 상자가 쌓여있는 모습의 갤러리는 개방적인 이미지의 북하우스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루버 사이로 비치는 바깥 풍경이 내부의 풍경과 자연스럽게 연계되는 북하우스와는 달리, 윌리엄 모리스 갤러리는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채 내부공간에만 집중하게 된다.

 

 

 

 

두 건물 모두 전시를 메인 프로그램으로 삼고 있지만, 책을 대하는 태도와 목적도 조금은 다르다. 북하우스가 책과 ‘접촉’하기 위한 공간이라면 윌리엄 모리스 갤러리는 책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이러한 차이는 두 건물이 빛을 다루는 방법의 차이를 통해 드러난다. 북하우스는 입면의 루버를 통해 빛이 다채롭게 실내로 들어오는 반면, 윌리엄 모리스 갤러리는 겹쳐진 상자들 사이의 틈으로 제한적인 빛이 들어오게끔 한 것이다.
또한, 북하우스에서 갤러리로 가는 통로 유리창에는 윌리엄 모리스의 문양을 문신처럼 새겨, 이 공간의 정체성을 은유적으로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