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 이촌동과 동작구 흑석동을 연결하는 한강대교는 지금으로부터 백여년 전에 한강에 놓여진 최초의 인도교다. 제1한강교라고도 불렸던 이 다리는 1950년 한국전쟁으로 폭파되었다가, 전쟁 이후 복구되어 1958년 새 모습을 찾았다. 1979~81년에는 급증하는 인구와 교통량에 대응하기 위해 다리 폭을 두 배로 늘리는 확장 공사가 이뤄졌으며, 그 결과 현재와 같은 모습의 아치형 쌍둥이 교량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1981년 이후 차량에 내어줬던 한강대교가 40년 만에 보행자에게 돌아온다.
서울시는 3월 20일, 보행 중심이라는 한강대교의 역사성을 되찾고, 차와 사람이 공존하는 새로운 백년다리의 전경을 만들어가겠다는 내용의 ‘한강대교 보행교 기본구상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오는 2021년까지, 한강대교 남단(노들섬~노량진)의 아치 구조와 기존 교각을 이용해, 현재의 차도는 유지하면서 쌍둥이 다리 사이 공간에 폭 10.5m, 길이 500m 보행교, 일명 ‘백년대교’를 새롭게 놓는 것.
뉴욕의 랜드마크인 ‘브루클린 브리지’처럼 다리를 복층화하여 보행자 편의를 극대화하고, 도로 시설물로 단절된 노량진 일대를 연결하며, 나아가 창의적인 디자인과 콘텐츠를 담아 서울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 수립된 구체적인 계획은 다음과 같다.
노량진 방향으로는 노량진 고가차도의 일부 구간과 연결하고, 이를 노들역, 한강공원, 용봉정 근린공원 등의 주변부로 연결하는 육교를 설치한다. 당초 노량진 고가차도는 내년 초 철거될 예정이나, 보행교와의 연결을 위해 일부 구간은 존치되는 것이다.
또한, 노들섬 방향은 차도를 건너기 위해 설치한 기존의 보행 육교와 연결되며, 올림픽대교 하부 수변보행길로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수직으로 직접 연결된다. 노들섬에서 한강대교 보행교를 지나 노량진까지 한 번에 연결되는 보행로가 형성되는 것이다.
다만, 아치구조가 없는 한강대교 북단(노들섬~용산)은 연결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 공모를 추후 실시하여, 2단계로 추진된다.
이러한 보행교 설치는 자연과 음악 중심 복합문화공간으로 9월 말 개장을 앞둔 ‘노들섬’의 보행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더불어 보행교 자체가 즐길거리가 될 수 있도록, 곳곳에는 ‘전망대(전망데크)’, ‘이벤트 광장'(백년마당), ‘녹색 휴식공간'(그린데크) 등의 시설이 조성된다.
서울시는 300억 원이 투입되는 한강대교 보행교 프로젝트의 창의적인 청사진을 그리기 위해, 5월 중 국제 현상설계 공모를 개최한다. 당선자가 선정되면 연내 설계를 완료하고, 2021년 6월 시민 개방을 목표로 후속 작업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보행교 설치와 연계하여 상대적으로 협소하고 낙후된 한강대교 남단 수변공간 재생도 본격화한다. 2020년까지 노들섬과 한강대교를 중심으로 동-서로 이어지는 ‘한강변 보행 네트워크’를 조성하여, 침체됐던 노량진 일대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는 계획이다.
기본구상안에 따르면, 여의나루역에서 샛강 합류부와 올림픽대로 하부 수변공간을 지나 동작역으로 이어지는 약 5.3km 길이의 기존 한강변 보행로가 더 걷기 좋게 개선된다. 수변부에서 지상부, 한강대교 보행교까지 층층이 연결하는 보행 루트도 신설된다.
특히 8개 지점은 주요 거점으로 지정하여, 수변 카페, 수변 놀이터, 그늘 쉼터 등, 공간 특성을 활용한 소규모 여가 공간을 새로 조성한다. 이와 관련된 설계 공모는 올해 중 개최될 예정이다.
최초 개통 이래 104년 만에 부활하는 한강대교 보행교가 ‘걷는 도시 서울’의 정체성을 강화하는데 한몫을 하길 기대한다. 자료제공 / 서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