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전용 도로였던 국회대로가 대규모 선형공원으로 재탄생한다.
새로 들어설 공원의 밑그림을 위해 작년 8월부터 2단계에 걸쳐 국제설계공모가 진행되었고, 지난 9일 공모에 당선한 주.씨토포스 컨소시엄의 안이 공개됐다.
국회대로는 1968년 우리나라 최초의 고속도로인 경인고속도로 일부 구간으로 개통된 자동차 전용 도로이다. 서울 서부지역의 관문이자 서울과 경기·인천을 잇는 주요 간선도로로서, 인적·물적 자원을 수송하며 과거 산업화와 국가 성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지난 50년간 주변이 도시로 개발되면서 자연스레 도심을 관통하게 된 국회대로는 도시를 남북으로 단절시키고 있다. 또한, 하루 최대 19만 대에 이르는 차량 통행으로 교통체증, 소음, 환경 등의 문제도 심각하다. 이에 서울시는 지금의 지상 도로를 지하로 옮기고 기존의 자리에는 대규모 선형공원을 조성하는 ‘국회대로 지하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모 대상은 서울시 양천구 신월 IC부터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교차로까지, 길이 7.6km, 폭 40~55m의 구간으로 총면적은 서울 광장의 8배 규모인 약 11만㎡이다. 선형공원을 통해 부족한 녹지를 채우고, 수십 년 간 지역을 단절시킨 도로를 지역주민들에게 삶과 여가의 공간으로 돌려준다는 취지이다.
1단계 디자인 제안서를 통해 8개 팀을 선정하고, 제안 내용을 구체화한 2단계 설계안 심사를 거쳐 최종 당선작이 선정됐다. 심사에는 진양교CA조경기술사사무소, 서현서울대 건축학과, 김동규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김세훈서울대 환경대학원, 정재윤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 마르틴 라인-카노TOPOTEK 1, 김아연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심사위원이 참여했다.
당선작 ‘적구창신(跡舊創新)’은 오래된 기억과 흔적으로 새로운 미래를 만든다는 의미이다. 땅은 들판과 산, 하천과 나무, 풀이 무성했던 자연의 기억을 가진다. 그 오래된 기억 위에 사람과 집, 마을과 도시가 들어서며 새로운 기억의 흔적을 쌓는다. 그러나 그간 국회대로 일대는 회색 아스팔트, 지하차도, 소음과 먼지의 기억뿐이었다. 이번 제안은 차가운 아스팔트를 벗겨낸 자리에 물이 흐르고 나무가 자라는 ‘천년의 숲’을 꿈꾼다.
마스터플랜은 9개의 특색 있는 공간으로 이루어진다. 가장 넓은 녹지 공간인 ‘그레이트 필드’, 아이들의 체험을 위한 ‘키즈팜 빌리지’, 인근 주민이 모여 휴식할 수 있는 ‘커뮤니티 센터’ 등이다. 모든 공간은 사람들의 다양한 문화와 추억이 담겨 새로운 미래가 된다.
2등은 인시추의 ‘새로운 역사 기록’, 3등은 주.그룹한어소시에이트의 ‘회복 탄력적 연결체’가 선정되었다. 당선팀은 기본 및 실시설계 계약체결 우선협상권을 갖게 되고, 2등과 3등에게는 각각 5천만 원과 3천만 원의 상금이 돌아간다.
올 하반기 중으로 지하차도 공사에 돌입한다. 상부 공원은 내년까지 실시설계를 마치고 내년 하반기부터 착공한다. 서울시는 23년 하반기 부분 개방, 24년 6월 완공을 목표로 국회대로 상부 공원 조성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글 / 이예지 기자, 자료 제공 / 서울시
2등작
새로운 역사의 기록(Imprinted Line)_인시추
구 경인고속도로는 인천의 관문이자 제물포길로 오랫동안 기억되어 대한민국 근 현대사의 시간적 지층을 간직하고 있다. 켜켜이 쌓인 시간의 층을 간직하고 자동차가 아닌 사람 중심의 공원을 만들기 위해 도시의 다양한 레벨과 각도를 조망할 수 있는 공원을 계획했다. 자동차만 다닐 수 있던 비일상의 공간은 일상의 공간이 되어 시민들의 생활 깊이 돌아올 것이다.
3등작
회복탄력적 연결체(Resilient Connector)_주.그룹한어소시에이트
대규모 환경적·사회적 인프라 시스템으로서, 자연환경에 내재된 역동성에 대한 지식과 도시의 사회적 관계와 삶의 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공원의 녹지와 숲은 성장하고 변화하며, 쾌적한 공기와 시원한 바람을 도시로 끌어들인다. 투과성 높은 표면은 빗물의 침수·저류량을 늘려 주변 지역의 상습 침수를 줄인다. 주민들의 필요와 커뮤니티 활동에 따라 유연하게 변하는 프로그램들을 수용하여 강력한 지역공동체를 만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