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프라우메디병원
처음부터 끝까지 건축이 일관되게 주목하고 있는 것은 ‘외부공간’이다. 도시의 조건을 따라 네 방향 모두 균일한 형태로 서 있는 병원은 건축물 자체가 가로에 놓이는 하나의 조형물이 되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 도시를 향한 혹은 도시와의 연계를 위한 몸짓을 보내고 있다. 특히 저층부를 경험해보면 안다. 실내공간이지만 병원 프로그램이 완전히 배제된 채 공공영역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다. 외부 도시와 연결된 모습으로 건축 안의 작은 도시를 그리고 있음을 확연히 느끼게 된다. 카페와 플라워숍, 넉넉하고 환한 중정 등이 자리하고 있어서 내부로 이어져 들어온 또 하나의 거리로 다가온다. 건물 내부로 들어서고 나서도 도시의 일부를 지나는 듯하고 가로를 걷는 듯한 이유가 그러해서다. 병원이긴 하지만 새 생명에 관한 잉태를 접하고 탄생이 이루어지는 장소라는 점에서 일반병원과는 다르게 접근하고 있는 게 느껴진다.
“산부인과 전문 공간이 갖는 복잡하고 다양한 실의 구성이 축소된 도시와 유사하다는 느낌에서 출발하여, 외부공간을 분산시켜 마치 도시와 같은 조직이 평면, 입면, 단면에서 동일하게 드러나는 다이어그램”을 그려본 결과다. 도시의 기본 구성이 건물과 외부공간의 체계이듯, 병원의 기본 구성을 필요 프로그램과 외부공간의 체계로 치환한 셈이다. 도시에서는 밀도의 증가와 기능의 혼재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외부공간이 활용되곤 한다. 그렇듯 병원 안에서의 환기와 채광의 문제, 심신의 편안과 여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문제 등 여러 가지 안건들에 대해 외부공간을 거점 혹은 대안으로 제안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층마다 외부공간이 포함된 다양한 단면들이 실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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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병원 1층에 자리하는 접수나 행정은 지하1층과 2층으로 분산되어 있다. 1층을 외부와 이어지는 가로의 일부로 내어주었다는 점에서 이미 병원건축 특유의 위계와 질서로부터 자유로운 모습이다. 현대의 도시에서 중심과 그에 의한 위계보다는 분산이 현실적으로 훨씬 더 유용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공간을 전개한 것이다.
방문객이 반갑고 설레는 마음으로 축하의 꽃바구니를 사들고 새 생명과 가족들을 만나러 들어가는 과정도, 산모와 가족들이 느긋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이곳저곳을 거닐어 보는 장소도, 모두 활력에 차 있다. 건축 안으로 들어온 외부공간 즉, 도시적 조직이 시각적으로도 심적으로도 여유로움과 활기를 모두 선사하는 덕분이다.
작품명: 울산 프라우메디 병원 / 위치: 울산시 남구 삼산동 1574-2외 / 건축설계: 와이오투도시건축 / 설계팀: 이동수, 박종률, 정보영 / 인테리어: 이로재, 중앙디자인 / 감리: 박종률 / 구조설계: ALT구조 / 기계설비: 청효엔지니어링 / 전기설비: 청효엔지니어링 / 토목설계: 한진엔지니어링 / 시공: 쌍용건설 / 지역지구: 일반주거지역 / 대지면적: 2,314.1㎡ / 건축면적: 1,078.3㎡ / 연면적: 8,177.8㎡ / 건폐율: 46.6% / 용적률: 233.1% / 규모: 지하 3층, 지상 6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외부마감: 벽돌, 알미늄 패널, 알미늄 루버 / 내부마감: 대리석, 무늬목, 비닐계 페인트 / 주차대수: 49대 / 설계기간: 1999.1~1999.8 / 시공기간: 1999.10~2001.4 / 사진: 남궁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