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잉 하우스
이로재김효만건축사사무소 | IROJE KHM Architects
집이 곧 비상할 것만 같다.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 하얀 날개를 펼쳐 든 모습이 우아하고도 환상적이다. 침실과 욕실과 주방과 거실과 마당까지 모두 안고 날아오르는 집이라니, 이곳에서의 일상은 얼마나 흥미진진할지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설레게 된다.
인천국제공항에 인접한 신개발타운에 위치하고 있는 개인주택이다. 젊은 비행사와 가족들이 생활하는 가정집이라는 점에서 디자인 컨셉을 바로 이해하게 된다. 비행사의 주 업무인 비행과 비상이 갖는 역동성을 상징적으로 또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히 주목하게 되는 점은 분명 이 시대의 서구화된 구조와 양식을 갖춘 집임에도 불구하고 집을 마주하는 순간, 공간 곳곳에서 한국 전통건축의 ‘선’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주변 산세를 따라 은근한 곡선을 그리며 올라가는 조형적 특성인 처마선과 지붕선을 비상이라는 개념과 연관지어 차용하고 있다. 안마당 루마루의 곡면지붕, 건물의 입면과 정면에서 보이는 곡선 등 전통적인 선과 면이 이 시대의 물성과 조형을 만나 하얗게 재해석된 모양새가 신선하게 다가온다.
건물을 그려내는 선은 하늘을 향해 비상을 꿈꾸고 있지만, 내부공간은 땅에 더욱 밀착된 형태를 갖추고 있다. 주로 거하게 되는 거실을 선큰 형식으로 계획하여 깊은 입체감을 주는 동시에 소파 대신 한국 고유의 좌식온돌문화를 일상화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비행업무로 인한 불안정한 정서적 상황을 땅에 접촉된 일상 속에서 회복하기를 바란 것이다. 안마당에 떠 있는 듯 서 있는 루마루 역시 평정과 평온한 정서를 제공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ㄱ자형 공간으로 둘러싸인 안마당은 또 하나의 마당 옥상정원과 자연스레 맞닿아 있다. 모든 지붕 표면을 녹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마당에서 옥상까지 좌우로 나 있는 계단을 통해 걸어서 오르내릴 수 있다. 옥상 위에서도 경사진 정원을 따라 나지막한 동산을 걷듯 산책이 가능하다. 마당에서 옥상정원까지 옥상정원에서 마당까지, 순환이 이루어지는 산책길이 조성되어 외부공간이 온전히 일체화된 모습이다.
.
.
.
.
단열성이 높으면서도 저렴한 드라이비트로 외부를 마감한 것은 경제성 때문이다. 기둥과 보와 슬래브 등 별도의 마감 없이 콘크리트 골조 표면과 콘크리트 블록 벽체가 그대로 노출된 실내 마감 역시 같은 이유에서다. 공사비를 낮춘 동시에 수수하고 소박한 풍미까지 잡아내고 있다. 전통의 재해석, 자연친화적인 외부공간, 경제성을 갖춘 멋스러움 등 여러 면에서 지혜와 감각이 돋보이는 집이다.
설계자 : 김효만 – IROJE KHM Architects / 설계담당 : 김지연, 오미화 / 위치 : 인천광역시 서구 경서동 840-20 / 주요용도 : 단독주택 / 대지면적 : 291.80 ㎡ / 건축면적 : 137.29 ㎡ / 연면적 : 194.77 ㎡ / 규모 : 지상2층 / 구조 : 철근콘크리트 라멘조 / 외부마감 : 드라이비트, 알미늄쉬트 / 내부마감 : 콘크리트브럭 치장쌓기, 콘후로아 마감, 비닐페인트 / 시공 : 모은건설(주) – 김성수 / 사진가 : Sergio Pirr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