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룸교회
널찍한 국도와 고가도로가 겹쳐져 있는 틈새 땅이다. 그곳에 교회가 자리 잡는 작업은 쓸모없이 거의 방치되어 우울하게 놓여 있던 경사지에 일종의 생명을 부여하는 과정이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주어진 대지에 맞춘 듯이 교회는 견고하고 면밀하게 끼워지듯 세워져 있다. 어떤 상황 가운데에서든지 빛과 소금으로서의 사명을 이루어간다는, 낮은 곳과 소외 받는 곳으로 찾아간다는, 신앙의 정체성을 몸소 보여주는 듯하다.
건물 안팎을 거대한 콘크리트 판이 가려놓은 모습이다. 분주하고 가파른 도로변에 위치하고 있어서 교통량이 많은 도로의 소음과 분진으로부터 교회의 주요공간과 예배당과 교육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단, 지층의 카페나 식당 등 시민들과의 활발한 소통이 필요한 공적 공간에서는 개방감을 놓치지 않고 있다. 건물 중앙 전면에 도시를 향해 큰 창을 뚫어 주변과의 소통을 꾀한 것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다.
교회 앞뒤로 통과하고 있는 두 도로 사이는 3개 층의 높이 차를 갖고 있다. 가파른 격차와 씨름하지 않고 마음 편히 환하게 열어젖혀 놓고 있어 시원하고 편안하다. 수직적으로 하나의 큰 볼륨으로 구성함으로써 융통성을 부여한 것이다. 교회의 입구이자 주요 로비, 그리고 열린 카페와 주차 공간을 그렇게 마련하고 있다. 투명하게 열려 있는 천창을 통해 자연광이 공간 깊숙한 곳까지 빛을 끌어들이고, 연한 회백색의 콘크리트 벽면은 빛과 그림자의 궤적을 그려내며 공간을 한층 환하고 생기 있게 연출해낸다. 이 공간은 도시와 시각적인 연결을 꾀하며, 도시와 기존의 교회 건물과 실질적 연계를 시도하는 중심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주어진 대지의 형편상 도시의 기능을 담아내는 작업은 극도로 축약되어 있다. 이동하고 교차하며 외부와 소통하는 가로로서의 기능은 계단부를 감추고 있는 십자가 탑 속 수직선상에 응축되는 것으로 자족하는 듯하다. 발길을 모으는 광장 역시 외부에 두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대집회실 앞에 놓인 높고 긴 로비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낮은 길에서 올려다 보이는 정면 계단실은 수직적으로 상승하는 듯한 시각 효과를 낸다. 보일 듯 말 듯 배면의 곡면 벽이 가로를 보듬고 있는 공간감은 부드러운 인상을 자아낸다. 이러한 요소들이 하늘과 이웃을 향해 교회가 어떤 태도와 표정으로 서야 하는지를 건축으로 이루어 가는 듯하다. ‘하늘의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길’ 소망하는 교회의 이름대로다.
작품명: 이룸교회 / 위치: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 83-9 / 설계: 이은석 / 용도: 종교시설 / 대지면적: 1,651.0m² / 건축면적: 990.34㎡ / 연면적: 8,164.23m² / 규모: 지하 5층, 지상 4층 / 건폐율: 59.98% / 용적률: 175.65%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철골구조 /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 준공: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