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주택
Dumulmuhri house
집을 품고 있는 대지는 오래된 원시림과 그 너머로 강물과 산야가 고요하게 어우러진 호반을 바라보고 있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류하여 드넓은 강변 풍경이 펼쳐져 보이는 그 언덕 위에 집이 자리한다. 백색의 각진 프레임이 꼿꼿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자리를 내어준 땅을 대하는 집의 태도는 겸손하고 온유하다. 야트막한 언덕의 땅이 흘러가는 대로 집도 같이 오르내리고 있다. 지형을 거스르지 않고 오히려 그 흐름에 스며들어 오래 전부터 함께해 온 경관의 일부로 서 있는 모습이다.
계곡이 위치하는 곳이라 지형 기복이 심한 땅과 완만한 구릉이 이어지고 있는데, 지형의 이런 흐름을 따라 집은 자연스럽게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전개되고 있다. 가장 높은 남쪽 계곡의 급경사면에 가족의 생활공간인 본채가 배치되어 있고, 야트막한 구릉을 따라 아래로 흘러내려가는 곳에 손님을 맞이하거나 서재로 이용될 별채가 구성되어 있다. 진입은 아래쪽 별채를 거쳐 올라간 대지의 가장 높은 곳에서 이루어진다.
본채의 2층에는 침실이 자리하고, 지층에는 가족들의 공유공간인 거실, 식당, 부엌, 가족실 등이 배치되어 있다. 경사진 구릉에 면한 집이라 두 개 층 모두 지면에 면하고 있어 외부마당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다. 오랜 세월 대지가 지켜봐 온 원경이 계곡 사이를 거쳐 거실과 테라스, 침실 안으로 고스란히 흘러들어온다. 2개 층 높이로 개방되어 있는 거실 안으로는 2층 창을 타고 볕이 깊숙이 파고들어 백색의 공간이 더욱 환하다. 하루해가 만들어내는 음영이 움직이는 그림처럼 거실 벽면을 채우는 모습도 따뜻하고 여유롭게 느껴진다. 산 능선이 호수를 감싸고 있는 산수화 같은 풍경을 본채가 멀리서 ‘바라보는 집’이라면, 별채는 지형의 흐름을 집안으로 들여와 가까이에서 자연의 변화를 세심하게 느끼는 고요한 ‘명상의 집’이다. 주변에 펼쳐져 있는 숲과 물과 산과 하늘에 대해 원경의 장쾌함과 근경의 섬세함을 모두 누릴 수 있는 곳이다. 집이 독자적으로 드러나 자연과 별개로 혹은 그 위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 호반의 청량한 풍경을 관조하는 하나의 틀이자 매개로서 다가온다는 의미다.
대지위치: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조안리 / 지역지구: 자연녹지지역 / 용도: 단독주택 / 설립연도: 1999 / 대지면적: 978.00㎡ / 건축면적: 96.33㎡ / 연면적: 219.01㎡ / 규모: 지상 2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라임스톤, 적삼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