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위치 칼리지 서울 영국학교 어린이 도서관
아이들이 창의성과 상상력을 키우는 도서관을 축소된 도시의 환경으로 만들면 어떨까?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덜위치 칼리지 서울 영국학교의 인콰이어리 허브Inquiry Hub는 ‘도시로 만드는 인테리어interior city-making’ 라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낮은 책장과 테이블이 수평적으로 나열된 기존 어린이 도서관의 정형성을 깨뜨리고자 한다. 인테리어와 도시, 두 용어는 오랫동안 서로 연관 없이 인식되어왔다. 지붕을 덮고 인공조명을 사용하는 인테리어와 하늘과 맞닿아 자연 요소와 직접 연결된 도시. 이러한 상반된 성질을 가진 두 영역 사이에도 회색 영역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내외부 경계가 모호한 건물의 코어, 캐노피로 덮인 광장, 지하로 뻗어나가는 도시 구조 등이 그것이다. 이런 아이디어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공간을 만들었을 때, 본래의 큰 공간과 작은 공간의 정의를 초월해 각 공간이 어떻게 상호 연결되고 다양성을 만들어내는지 그 안으로 들어가 보자.
‘건물 속에 들어선 작은 도시’ 인콰이어리 허브는 도시의 유형학을 추상화해 어린이 규모에 맞게 재배치됐다. 박공지붕이 빽빽한 타운하우스 거리와 같은 책장을 지나 골목길에 들어서면, 연속된 아케이드 책장과 그 아래 자리잡은 메자닌과 마주한다. 중앙에 자리 잡은 1층과 2층을 관통하는 타워를 지나 테라스 역할을 하는 공중에 매달린 해먹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주요 모임과 학습이 이루어지는 광장인 조경계단으로 하나둘 모이게 된다.
국제학교의 다른 공간들과 연결되는 인콰이어리 허브의 출입구에는 내부 복도를 향해 투명한 돌출 창이 나 있는데, 이곳에 앉아 책을 읽는 어린이도 발견할 수 있다. 마치 건물의 입면에 나 있는 돌출 창으로 가로의 풍경을 내다 보는 것 같다. 타워 안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해먹에 기대 책을 읽거나, 조경계단에 앉아 수업을 듣는 것처럼, 도서관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는 ‘책은 앉아서 읽어야 한다’는 전통적인 사고를 벗어난다. 단순히 장식적인 요소가 아닌 도시 내 요소로 역할을 하는 것이다.
2층은 학습, 기술, 공예, 강의 및 워크샵 등 유동적으로 사용되는 교실이 마련되어 있고, 타워의 상단부분과 연결되어 창을 통해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하단부분과는 또 다른 경험을 한다. 사회 공간적 위계질서를 강요하는 전형적인 학습환경을 탈피하고 배움과 놀이의 경계가 모호해진 도서관은 선생님과 어린이가 눈을 마주 보고 대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 작지만 강력한 변화를 끌어낸다. 또, 책등이 아닌 책의 표지가 전면으로 전시된 두 가지 형태의 책장을 통해 어린이들이 보다 책을 촉각적으로 느껴 깊이 몰입하도록 돕는다.
어린이와 어른의 스케일이 혼합되고, 소규모에서부터 집단에 이르는 다양한 규모의 사회적 생태계가 형성하는 상호작용이 어린이들이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미래의 기억’을 만들어준다. 향후 아이들이 인콰이어리 허브에서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도시에 내재된 관계 원리를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작품명: 덜위치 칼리지 서울 영국학교 도서관 / 위치: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서초구 신반포로15길 6 / 설계 : 존홍 (서울대학교) / 설계팀: 이호승(팀장), 심영신, 서은섭 / 시공 : 예운 ID&C / 건축주 : 덜리치 칼리지 서울 영국학교 / 용도 : 도서관 / 인테리어면적 : 194m² / 마감 : KCC (천장), LPM 카펫 타일 (카펫) / 완공연도 : 2021 / 사진 :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