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무거운 경주 – 동양북스 출판사 사옥

건축사사무소 루연

 

 

빅토르 위고의 소설 ‘파리의 노트르담’에는 이런 구절이 등장한다. “이것(책)이 저것(건축)을 죽이리라”. 그가 소설 속 사제의 입을 빌어 얘기했듯 15세기의 책은 거대한 건축물을 붕괴시킬 만큼 위협적인 존재였다.
그렇다면 21세기의 책은 어떠한가? 여전히 위협적인가? 그렇지 않다. 위협적이기는커녕 오히려 각종 디지털 매체에 의해 존재를 위협받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판사는 여전히 종이책을 만든다. 책을 매개 삼아 대중들 문화적으로 소통하기 위해서다. 책이 건축을 죽인다 했는가. 동양북스 출판사 사옥은 건축을 통해 다시금 책을 되살린 작업이다. 

 

 

작품명: 동양북스 출판사 사옥 / 위치: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63-16,33 / 사무소명: 건축사사무소 루연 / 설계담당: 임도균, 서민정, 한승민 / 구조설계: ㈜ 창민우구조 컨설턴트 / 시공: 부석종합건설㈜ / 기계설계: 청림설비 / 전기설계: 에이스파트너 / 조경: 건축사사무소 루연 / 용도: 근린생활시설, 단독주택 / 건축주: (주)동양북스/ 대지면적: 485.25m2 / 건축면적: 269.69m2 / 연면적: 1,476.01m2 / 규모: 지하1층, 지상7층 / 주차: 11대 / 높이: 28.92m / 건폐율: 55.57% / 용적률: 198.69% / 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 외부마감: 고벽돌 / 내부마감: 콘크리트마감 / 설계기간: 2018.3~2018.3 / 시공기간: 2018.4~2019.6 / 준공: 2019.6 / 사진: 박영채, 건축사사무소 루연 

 

 

대지는 비슷한 규모의 다세대 주택이 가득한 마포구 서교동에 자리한다. 뾰족한 예각 삼각형과 긴 직사각형이 합쳐진 형상이다. 골목 안쪽에 있지만, 대지 앞을 지나는 길이 대로까지 연결돼있어 대로에서도 인지 가능한 땅이다. 
대중과의 문화적 소통을 목표로 한 건물인 만큼 작업의 관건은 보다 많은 이들에게 눈에 띄는 것. 그리하여 그들을 새로운 문화 플랫폼인 이곳으로 불러모으는 것. 이를 위해 건물은 어떤 자세와 표정을 가져야 할지 건축주와 심도 깊은 논의를 거쳤고, 그 결과 각기 다른 방향을 향해있는 여러 개의 매스로 구성된 건물이 제시됐다. 3m 폭의 높은 사각형 매스들의 묶음은 주어진 입지에서 건축물이 갖고자 했던 형태의 해결책이 된 것이다. 

 

 

 

 

 

고벽돌은 디자인이 시작되기 전부터 결정된 재료였다. 벽돌은 따듯하고 친숙한 재료인 동시에, 무게감을 지닌 의욕적 재료이기도 하다. 그런 벽돌은 한 장 한 장 쌓아 올려지며 벽을 구축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벽들은 하나의 매스를 형성한다. 그리고 그 매스들은 하늘과 도시를 향해 뭉쳐지고 쌓이면서 마침내 하나의 건물이 된다. 
전면에서 보면 12개의 매스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높이를 달리하며 땅 위로 솟아 있다. 계단실, 광정, 테라스, 카페, 화장실 등 덩어리마다 용도는 다르지만, 고벽돌로 이루어진 직육면체 덩어리라는 형상은 동일하다. 준공패에 새겼듯이 그야말로 ‘하늘로 치솟은 새로운 문화 공간 플랫폼, 제3의 공간(The 3rd Space)’이다. 

 

 

 

 

 

대지 전면에 튀어나와 있는 1번은 높은 층고를 지닌 주 출입구다. 그 뒤로 연결된 2번은 하늘을 향한 구멍을 가지고 있으며, 띄어 쌓기 된 벽돌 면을 통해 빛이 산란되는 효과를 연출한 3번은 12개의 매스 중 가장 높은 높이를 자랑하면서 건물 전체의 중심을 형성한다. 4번은 1층과 2층 카페의 출입구로 쓰이고, 5번은 속이 꽉 찬 덩어리, 6번은 다락으로 통하는 통로가 된다. 옆으로 얼굴을 돌린 듯한 7번, 위아래가 모두 뚫린 작은 광정 8번, 아래쪽에 숨겨진 입을 가지고 있는 9번, 7번과 얼굴을 마주한 10번, 머리에 정원을 이고 있는 11번, 마지막으로 제일 멀리서 동쪽을 경계하고 있는 12번까지, 성격도 역할도 각양각색이다.

 

 

 

기능적으로는 크게 두 개의 영역으로 분리된다. 지하 1층부터 3층까지의 공적 공간과 4층부터 7층까지의 사적 공간으로, 저층부에는 전시장, 카페, 야외 테라스 등을 배치했고, 고층부는 출판사 사무실과 건축주의 주거공간으로 조성했다.
면적 상으로도 절반 이상이 대중을 위한 공간으로 할애되었으며, 이 외에도 지하로 직접 진입하는 커다란 출입구, 널찍한 주차장, 곳곳의 옥외공간을 통해, 모든 이들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문화 플랫폼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