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송파구 가락동에 자리하는 ‘가락시장’은 1985년 개장한 국내 최초의 공영도매시장이자 연간 250여만 톤을 거래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도매시장이다. 지난 2011년부터는 보다 효율적인 물류시스템과 친환경 시설을 갖춘 도매시장으로 재탄생하기 위해, 시장의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면서 단계별로 사업을 진행하는 ‘순환 재건축 방식’을 도입하여 시설현대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총 3단계로 진행되는 현대화 사업의 마지막 단계 계획이 수립됨에 따라, 현재 가락시장 내에 있는 ‘가락119안전센터’와 ‘강남농수산물검사소’도 새 보금자리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 이에 서울시는 가락시장 북3문 옆에 두 시설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복합청사를 짓기로 하고, 최적의 안을 선정하기 위해 지난 10월 제안설계공모를 개최했다.
대상지는 가락시장 북서측 상단으로, 북측에는 양재대로가 맞닿아 있는 850m2 규모의 땅이다. ‘119안전센터’라는 특수 인프라와 ‘농수산물검사소’라는 업무 및 연구시설이 그다지 넓지 않은 땅에 공생해야만 하는 상황인 만큼 세 가지 주요 과제가 주어졌다.
첫째는 ‘합리적인 배치 계획’으로, 대지의 특성을 파악하고 119안전센터와 검사소의 관계를 고려한 접근 및 동선 계획을 배치에 반영하는 것이다.
둘째는 ‘입체적 공간 구성’이다. 이질적인 두 시설이 각자의 기능을 무리 없이 수행하면서도 서로 어울릴 수 있도록 프로그램 구성 시 공존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도 필수다.
마지막 과제는 ‘상징성과 인지성을 두루 갖춘 디자인’을 구현하는 것.
총 12개의 작품이 제출된 가운데, 5인의 심사진(김수영숨비건축사사무소, 김태영한국예술종합학교, 신민재건축사사무소 AnL, 전보림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 천장환경희대학교)은 ‘공공건축이 주변에 어떤 방식으로 반응할 것인가’, ‘이 대지에 어울리는 공공건축은 무엇인가에 대한 건축가의 생각’을 가장 핵심적인 평가 기준으로 삼아 ‘보이드아키텍트’의 안을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당선작은 두 시설은 모두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존재하는 만큼, 철저히 기능적이면서도 수고로운 거주자를 위한 안락함을 갖춰야 한다고 보고, 철저히 기능에 순응한 공간을 제외한 여백의 공간을 ‘그린 그라운드’로 계획했다.
자연과 함께하는 입체 정원인 ‘그린 그라운드’를 중심으로, 그 접점에 두 시설이 공유할 수 있는 식당, 체력단련실, 세미나실, 카페 등을 배치하며, 이러한 그린 그라운드는 가락시장 주변을 두르는 녹지와 연결되어 주민과 방문객까지, 모두를 품는 안락한 모태 공간이 된다는 개념이다.
심사진은 당선작에 대해 “공공건축이 가져야 할 공공성, 소통과 개방성, 연결성을 제안함에 있어 지침을 넘어서는 건축가의 철학과 자세가 돋보이고 도시맥락에 대한 이해, 프로그램의 특수성에 대한 심도깊은 리서치를 바탕으로 합동청사의 새로운 형식을 제안한 안”이라는 평을 전했다.
이번 공모를 통해 제안된 용도가 다른 두 시설의 합동청사가, 공공건축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매김하여 공공건축의 지평을 넓히는 데 일조하기를 기대한다. 자료제공 / 서울시 도시공간개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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