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한의원
Daejeon Oriental Medicine Clinic
땅에 단단히 정박하고 있는 견고한 바위 같은 느낌이다. 꾸밈없고 드러나고자 애쓴 흔적도 없다. 정방형에 가까운 간결하고 단순한 공간을 구사하며 그저 재료의 물성만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그 모습에서 오래도록 뿌리 내리며 건실하고 진솔하게 한 자리를 지키겠다는 신뢰가 풍겨난다.
논밭이던 벌판에 고속도로와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고, 인접하여 주택 용지가 계획된 신도시지역이다. 주어진 대지는 아파트 주변부에 들쑥날쑥 들어선 상가와 나대지 사이에 위치한다. 새롭기는 하지만 근거를 알기 어려운 신도시 건축 특유의 경박한 분위기가 감도는 장소로, 옆에 나 있는 10차선 도로마저 휑한 곳이다. 복잡하고 분주한 매스들 사이에 더 아름답거나 보다 눈에 띄게 근사한 집을 보태려 하기보다는 투박하고 덜 세련된 집, 낯설고 무뚝뚝한 집을 세우고자 한 게 아닌가 싶다. 덕분에 오히려 더 시선을 끌어들인다.
1층에는 건축주가 직접 운영하는 한의원이 자리하고 2층에는 가정집이 구성되어 있다. 자가에서 출퇴근이 이루어지는 만큼, 여유 있는 일상 가운데 가끔 친지들을 청해 술잔도 기울이고 흥이 오르는 날에는 언제든지 풍물 판을 벌일 수 있도록 마당까지 갖추고 있다. 크지 않지만 개성 있는 공간에 대한 건축주의 꿈을 소박하게 옮겨 놓은 셈이다.
밖에서 보이는 집은 전형적인 사각형으로 2층 집의 원초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다. 고집스레 막힌 듯 보이지만 집안으로 기울어지는 경사지붕과 ㄷ자형 평면 구성을 통해 2층 중앙에 작게나마 마당이 배치된 여유가 돋보인다. 더불어 거실 및 주방 부분이 침실 영역과 분명히 구분되는 동시에 서로 마주 보며 경계를 허물고 있다.
마당을 둘러싼 2층 가정집은 비교적 개방적이다. 주방은 물론 주방 위 높은 천장고 아래 마련된 복도형 서재도 마당을 향해 열려 있으며, 마당 가장자리를 따라 네모나게 놓여 있는 툇마루로 바로 걸어 나가 걸터앉는 느낌도 아늑하다. 마당 바닥은 오판석으로 묵직하게 마감되어 외부 데크의 검정 벽돌과 통일감 있는 대구를 이룬다.
1층에서는 시선과 동선 모두 수평적 흐름을 유지시켜 기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2층에서는 경사지붕으로 확보한 높은 천장고와 고창을 통해 다채로운 방향으로 시선을 분산시키면서 동시에 동선과 시선을 최대한 깊고 멀리 가져가고 있다. 외부에서는 콘크리트를 통해 거칠고 투박한 외관을 연속시켜 부뚜막 같은 재료의 물성을 강조한 반면, 내부에서는 공간을 밝고 부드럽게 연출하고 있다.
겨울이 되어도 집 옆 놀이터에 서 있는 소나무가 여전히 푸른빛을 지킬 것이고, 여름이면 데크 앞 백일홍 나무의 진홍빛 꽃잎이 반짝일 것이다. 자연이 내는 그 맑은 원색이 무뚝뚝하고 거친 무채색의 건물에 한 점 악센트로 대비되는 모습을 매년 기대하며 기다리게 되는 집이다
프로젝트명 : 대전한의원 / 건축가 : 정현아 / 대지위치 : 대전시 유성구 반석동 657-1 / 대지면적 : 246.70m² / 건축면적 : 134.5m² / 연면적 : 247.6 m² / 건폐율 : 55% / 용적률 : 100% / 규모 : 지상2층 / 구조 : 철근콘크리트조 / 외장재 : 송판무늬노출콘크리트, 목재 / 완공: 2009년 / 사진 : 박완순, 박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