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20-11-30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76-14 일원, 광화문 전면에 위치한 이 땅은 명실공히 서울의 중심이다. 서울의 중심축인 세종대로와 맞닿아 있으며, 경복궁, 정부종합청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등 주변에 위치한 중요 문화재와 시설도 한둘이 아니니, 가히 서울을 넘어 대한민국의 중심이라 할 만하다.
이 땅은 대한민국이 조선이었을 때도 국가의 중심이었다. 조선 시대 최고 관청인 의정부가 위치했던 곳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의정부지는 경복궁과 함께, 4대문 안 역사문화 경관복원의 핵심 유적으로 꼽히는데, 서울시는 2016년부터 이 땅에 대한 발굴조사를 진행해 왔다. 4년여에 걸친 조사를 통해 옛 의정부의 전반적인 모습이 확인됐고 그에 따라 발굴된 유적을 보존하고 향유하는 공간의 필요성도 대두되어, 서울시는 지난 7월 이곳에 전시관과 유구보호시설을 조성하기로 하고 설계공모를 개최했다.
핵심 과제는 약 11,300m2 규모의 부지에 발굴된 건축물의 기초를 보존하고, 조선 시대의 건축기술과 발굴과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전시와 보호를 겸한 시설을 조성하는 것. 경복궁과 인접한 땅인 만큼, 시설물은 경복궁의 경관을 해치지 않아야 하며, 외국인 관광객을 포함한 시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열린 광장이되, 고요히 침잠하여 역사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장소로서의 면모도 갖춰야 했다.
2차로 진행된 공모에는 47개 팀이 참여했다. 1단계 심사에서 6팀이 선발됐고, 이들은 현지 건축가와 문화재실측자격자와 팀을 이루어 2차 공모에 참여했다. 2단계 심사는 각 팀이 제출한 동영상을 보고, 각 팀 대표자가 참석한 가운데 현장 혹은 실시간 화상을 통해 질의응답을 진행한 후, 심사진(전봉희서울대학교, 안기현한양대학교, 윤승현건축사사무소 인터커드, 이민아협동원건축사사무소, 정현아디아건축사사무소)의 논의와 투표를 거치는 순으로 진행됐다. 특히 ‘다양한 층위의 역사가 공존하는 주변 맥락에 어떻게 대응했는가’와 ‘유구보호시설이라는 특화 시설이 기능성과 독창성을 모두 만족하는가’에 무게를 두고 평가했는데, 그 결과 ‘원오원아키텍스’의 안이 만장일치로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당선작은 보호각을 중심으로, 세종로에 면한 마당은 시간의 켜를 담는 정적인 장소로, 보호각 동편은 복원된 옛 마당과 시민을 위한 정원으로 조성하는 안이다.
보호각은 의정부의 중심건물이 가지고 있던 상징적 의미를, 그 위치 및 볼륨을 추상적으로 재현함으로써 현대적으로 되살려냈다. 유구보호각 앞의 마당은 광화문 앞 광장과 연계되도록 열어두되, 조금은 독립적일 수 있도록 약간의 단차를 두어 위요감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남쪽의 대한민국역사박물관과 동쪽의 고층 오피스 빌딩가 사이에 놓인 외부 공간은 각각이 면한 상황과 요구에 맞춰 조절하였으며, 전시실은 유구보호각과 동선이 부드럽게 이어지도록 하여, 실내 전시와 유구 관람이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된다.
심사진은 당선작에 대해 “여러 가지 모순되면서도 상충하는 요구 조건들을 잘 해결한 수작”으로, “유구 보호라는 본연의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심적 위치라고 말할 수 있는 장소적 의미를 균형 있게 해결한 점이 두드러진다”고 호평을 전했다.
당선작 이에도 2단계에 올라온 작품들은 모두 각각의 장점을 가졌다는 평이다. 2등으로 선정된 아이디알건축사사무소 팀은 보호각의 지붕 형태에 전통 건축의 지붕 곡면을 추상화하여 적용함으로써 눈길을 사로잡았으며, 3등인 (주)에스엔비건축사사무소 팀은 공간적 기능, 내외부 공간의 처리 등에서 모두 매우 합리적인 해결안을 제시했다.
더불어 심사진은 이번 공모가 건축가와 문화재실측 전문업체가 협업으로 참여한 좋은 선례였다며, 앞으로도 우리의 역사문화 유적의 보호와 관련된 사업에 이러한 시스템이 계속 적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자료제공 / 서울특별시
당선작
주.건축사사무소 원오원아키텍스 + 건축사사무소 강희재 + 조경설계 서안
심사평 >> 유구의 보호 계획과 외부 공간의 조성, 그리고 주변의 도시적 맥락에의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다른 작품에 비하여 뛰어난 해결안을 제시하고 있다.
1차에 비하여 보다 발전된 상세 계획을 제시함으로써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한 점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광화문 앞의 도시공간 전체에 대한 참신한 해결안으로 기대된다.
2등
아이디알건축사사무소 + 이소건축
심사평 >> 수려한 유구보호각의 형태가 두드려졌으며, 보호각과 외부공간과의 끊기지 않는 연결이 탁월한 제안이었다. 서로다른 켜를 가진 유구시설을 외부공간과 재미있게 교차시켜 조성한 앞마당도 우수하였다.
다만, 동서로 가로지르는 전시관이 돌담의 형태를 띠며 형성된 점, 광장을 향해 돌출된 형태가 세종대로와의 연계에서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3등
주.에스엔비건축사사무소 + 주.핌 건축사사무소 + 주.티움 건축사사무소 + 대동건축사사무소
심사평 >> 전체적으로 설계지침에서 요구한 조건들을 무리없이 해결한 모범 답안과 같은 해결안을 제시하였다. 특히 유구보호각을 메탈 페브릭으로 처리하여 보호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투명성을 확보한 점은 눈에 띠는 제안으로 보인다. 유구보호각 앞 마당 부분의 처리에서 좀더 시민 공원 혹은 시만 광장으로서의 기능이 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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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등
Kohnle Lee Architekten + 김국환건축사사무소 + 여유당건축사사무소
심사평 >> 유구 보호시설 조성이라는 전제만 아니라면 가장 흥미로운 작품이다. 뒤엉킨 축을 일거에 해소하는 타원형 보호각의 형태미, 유구의 간섭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구조적 해결방안, 시야의 레벨을 연속시키는 내외부 공간의 시각적 연계, 전시공간의 유려한 공간 구성 등 장점이 매우 많은 우수한 작품이었다.
4등
Object Territories Architecture PLLC + 티피엘건축사사무소 + 주.희우에이엔씨건축사사무소
심사평 >> 건물 전체를 가볍게 만들고, 그를 통해 유구 모두를 시민들이 즐길수 있도록 조성한 점이 큰 특징이었다. 유구시설 전체를 선큰처럼 조성되어 한눈에 관람하고, 그를 가로지르는 복도를 통해 접근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자 단점으로 부각되었다. 선큰으로 인해 생기는 단차와 통행공간으로 인해 외부공간에 머무르기 다소 어려운점, 낮게 조성된 유구들로 인해 건물이 오히려 더 부각되어 건축가의 의도와는 다르게 해석된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4등
이아키텍츠 + 종합건축사사무소 에이그룹 + 종합건축사사무소 대연건축
심사평 >> 현 도시적맥락에 가장 적합하게 대응한 제안으로 생각되며, 그에 따른 건축적인 모습도 강력하다. 하지만 반대로, 역사적 맥락에서 가장 상징적인 유구시설에 대한 고려가 소극적인 점이 크게 작용했다. 본 공모전이 유구 보호시설을 제안 하는 것이고, 유구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제안을 기대한 만큼 그에 부응하지 못한 점이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한번 건축적 해석과 제안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