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오 사옥
건물은 도시로의 조망에 흠뻑 빠져 있다. 남쪽으로 한강과 서쪽으로 남산, 동쪽으로 멀리 내다보이는 롯데타워까지, 거의 모든 층에서 서울의 풍경을 다 담아내겠다는 듯 활짝 열려 있다. 덕분에 닫히고 갇힌 사무공간이 아니라 주변의 풍광과 하늘이 건물 안으로 성큼 들어온다. 사무실이 자리하는 모든 층마다 테라스가 자리하기 때문이다. 층층마다 배치된 테라스는 창문을 통해 내다보이는 풍경과는 차원이 다른 조망을 선사한다. 건물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뷰 파인더가 되어 도시를 바라보며 느끼고 들여다보며 관찰한다.
그 태도가 워낙 적극적이어서 밖에서 보이는 모습 또한 범상치 않다. 카페가 자리하는 지층은 투명한 물성으로 도시와 직접적으로 호흡한다. 주차장 위로 나 있는 사무공간은 두 개의 매스로 서로 틀어지고 엇갈리듯 앉아 있다. 이들 사무공간의 4개 층마다 비교적 큰 규모의 테라스가 벽 구조에 의해 지지를 받으며 엇갈리게 적층되어 있고, 그 사이에 매 층마다 작은 테라스가 매달려 있는 구조를 하고 있다. 모든 테라스는 사용자가 도시 또는 자연을 만나는 매개 공간이자 다양한 도시의 풍경을 담는 널찍하고도 간결한 프레임이 된다. 그 모양새가 도시의 이쪽도 저쪽도 모두 흡입하려는 듯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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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건물은 백옥 같은 피부를 하고 도도하게 서 있어서 더욱 시선을 사로잡는다. 맑은 날에는 더욱 희게, 궂은날마저 환하게 빛을 내는 것 같다. 백색 박판 세라믹, 저철분 유글라스, 저철분 유리, 세 가지의 재료만으로 조합된 백색 외관은 색조 화장품의 브랜드 이미지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건물은 도시의 다양한 지점에서 눈에 띄게 시야에 들어온다. 성수대교를 따라 북쪽으로 이동하면 서울숲 너머로, 왕십리로를 따라 남쪽 이동하면서 도로의 선형을 따라 다양한 각도에서 각기 다른 형태로 관찰된다.
건물이 원하는 바대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건물 스스로 사용자의 눈이 되어 밖을 관찰하는 동시에 도시 풍경의 주목받는 일부가 되겠다는 의지 말이다. 땅을 의미하는 테라스와 사무공간을 뜻하는 오피스를 합성한 ‘테라피스(terraffiace)’, 이 새로운 개념을 공간적으로 실현해낸 산물이다.
작품명: 클리오 사옥 / 위치: 서울시 성동구 왕십리로 66 (성수동1가) / 설계: 건축사사무소 OCA / 설계담당: 김희동 실장, 정인철, 박경은 / 시공사: (주)성현이앤씨 / 건축주: (주)클리오 / 용도지역: 도시지역, 준공업지역 / 주용도: 업무시설 / 대지면적: 989.00㎡ / 건축면적: 586.65㎡ / 연면적: 7,089.26㎡ / 건폐율: 59.32% / 용적률: 415.42% / 층수: 지하2층, 지상14층 / 구조: 철골철근콘크리트조 / 높이: 72.5m / 완공: 2019 / 사진: 남궁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