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학교 사당캠퍼스
유연하게 구부러진 캠퍼스 진입로를 건물의 입면이 고스란히 따르고 있다. 지형을 따르는 그 형상이 캠퍼스가 시작되는 지점의 인지도를 한층 높이고 있다. 동시에 캠퍼스 전체의 이미지를 부드럽게 유도하는 인상을 풍긴다.
1970년대 건설되어 40년이라는 세월의 무게를 감당하느라 이제는 낡고 피곤해진 대학 강의동을 리모델링한 작업이다. 기존 건물은 구태의연한 강의실이 나열되고 집적되어 있는 5층 규모로 나지막한 언덕 위에 무표정한 상자처럼 놓여 있었다. 기존 기둥에 철골 캔틸레버가 설치된 후 묵직한 질감의 석재가 가벽으로 덧대어졌다. 두루마리 성서의 이미지가 화강암 곡면 벽으로 형상화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캠퍼스 진입부에 위치한 첫 건물로서의 존재감을 확연히 드러내고 있다. 진입로의 형태를 건물 파사드의 모티프로 채택하여 곡면을 적용한 것은 앞으로 왕성하게 건설되는 캠퍼스의 새로운 질서에 유연하고도 조화롭게 대응하겠다는 태도로 이해하게 된다.
기존 건물에 외피를 형성하면서 생긴 좁고 높은 공간, 즉, 기존 매스와 곡선 매스 사이의 공간에서 종교건축의 요소를 찾아보게 된다. 빛을 다루는 다양한 연출이 그것이다. 사이공간을 따라 흐르는 빛을 통해 시간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관찰되기도 하고, 사이공간을 통해 여과되는 빛을 보며 외부의 빛과 내부의 빛을 매개하는 의미를 부여하게도 된다.
여느 강의동에서 보이는 일정한 크기로 줄지어 있던 창을 가능한 없애고 최소한의 창만 허락하고 있다. 이 또한 종교건축에서 발현되는 무창건축으로의 전환을 시도한 것으로 읽힌다. 곡면 벽에 흩뿌려진 작은 창들은 빛이 없는 장소에 빛을 끌어들이는 통로가 되는 동시에 어두운 밤이면 그 자체가 발광체가 된다. ‘세상의 빛’이라는 의미를 부여하여 신학대학으로서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것이다. 종교적 의미와 상징은 건물 현관에서도 발견된다. 삼원색 기둥이 기독교의 세 가지 덕목인 ‘믿음과 소망과 사랑’을 은유하는 것이다.
기존 강의실은 로비, 음악 연주홀, 기악 연습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화해내는 각기 다른 크기의 공간들로 구성된 복합 콤플렉스로 변경되었다. 기능에 맞추어 층마다 개성 있는 홀이 들어서 있다. 경제적 한계의 틀 가운데에서도 캠퍼스 개발과 확장에 따른 주변 건축물과의 조화로운 관계맺기, 노후화 된 설비 및 구조 시스템로 인한 에너지의 손실에 대한 대책을 두루 신경 쓰고 있다. 무엇보다 건축공간을 매개로 하여 신학대학이 드러낼 수 있는 새로운 상징적 가치와 정체성을 모색했다는 점이 부각된다.
위치: 서울특별시 동작구 사당동 200-1 외 1필지 / 용도: 교육연구시설(대학교) / 건축면적: 3,255.27㎡ / 연면적: 6,345.58㎡ / 규모: 지하 1층, 지상 6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외부마감: 사비석 잔다듬, 스타코플렉스 / 준공: 201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