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 CDC 어린이치과 리노베이션
벽면에 설치된 화면들이 살아 있다. 밝으면 밝은 대로, 어두우면 어두운 대로, 한계 없이 펼쳐지는 듯한 새로운 개념의 창처럼 다른 차원의 세상으로 안내한다. 영상 예술이 전시된 갤러리 못지않은 경험을 제안하는 모습에 시선과 마음이 자연스레 집중된다. 멋진 전망을 기대하기 어려워 창을 내더라도 자칫 지루하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공간이다. LED 스크린은 창을 대신하여 공간의 분위기를 상쇄해 줄 요소로 충분하다.
20년 전 준공된 5층 건물로 전체가 어린이 전용 치과로 활용되고 있다. 건립 당시의 사선 제한과 의료시설용 설비 및 배관들로 인해 기존 공간은 천장고가 낮은 편이었다. 1층부터 3층까지 3개 층을 관통하는 보이드가 있지만 법규 제반 사항으로 인해 그 폭이 줄어든 탓에 쓰임새 없이 오랫동안 방치되어 왔다. 폭 1.2m, 높이 8.5m의 좁고 높다란 보이드의 변모가 앞서 설명한 대로 돋보인다. 새로운 모습은 ‘미디어 아트 월’로, 기존에는 거의 버려져 있던 벽면이 각 실의 새로운 배치 계획과 맞물려 분위기를 결정짓는 가장 중심적인 공간으로 부활한 것이다.
열린 공간에 여러 대의 진료용 의자가 놓여 있던 기존 진료실 풍경은 코로나19로 인해 각각의 독립된 공간으로 변화가 이루어졌다. 분리된 모든 진료실에서 자연 채광이 이루어지도록 각 실들이 건물 세 면의 가장자리를 따라 배치되어 있다. 로비와 대기실이 자연스레 건물 중앙에 자리하며, 좁은 보이드를 따라 수직적으로 연이어 있는 나머지 한 면의 큼직한 벽체를 마주한다. 그 벽면을 더 이상 방치된 배경으로 남겨 두지 않고 미디어 아트 월이라는 장치를 활용하여, 가장 활발한 움직임이 이루어지는 공용 공간 안에 적극적이고도 주도적인 요소로 끌어들인 것이다. 무용지물의 무표정한 벽면의 변신은 침착하고 차분한 공간에 동적인 흐름을 부여하는 수직적 통로가 되고 있다. 스크린 속 화면을 따라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공간은 어른과 아이 모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시선을 모으면서 긴장을 풀어 주리라 기대된다.
백색과 연회색에 목재가 어우러진 색감은 스크린을 돋보이게 하며 평온하고 점잖게 방문객을 맞이한다. 여느 어린이 전용 공간에서 볼 수 있는 채도 높은 색감은 찾아볼 수 없다. 오감 중 시각만 자극하기 쉬운 높은 채도로 아이들을 흥분시키는 일도 없고, 아이들의 공간에 어른들이 어색하게 머무르는 일도 없다. 모난 모서리 없이 곡면을 그리며 부드럽게 깎여 있으며, 대기용 소파와 바닥 카페트와 통과용 문 등 곳곳이 둥글고 보드라운 인상들로 채워져 있다. 치과 진료를 앞둔 긴장되고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 차분하게 진정시켜 주고 싶은 마음이 잔잔하게 전달된다. 동행한 부모와 일하는 스태프들에게도 아늑하고 따뜻한 경험은 동일하게 전해질 것이다.
작품명: 청담 CDC 어린이치과 리노베이션 / 위치: 서울시 강남구 학동로97길 11 / 설계: studio ARC 건축사사무소 (김예리) / 용도: 제1종 근린생활시설 (의원) / 시공: 고호건축 / 건축주: 이재천 / 미디어 아트월 영상: Judy K Suh / 미디어 아트월 LED 스크린 설치: 실루엣 미디어 그룹 / 설계면적: 연면적 701㎡ (지하1~지상5) 중 1, 2층 및 계단실 330㎡ / 구조: 철근콘크리트 구조 / 주요 자재: UHPC 패널, 볼론, 화이트오크 무늬목 / 사진: 김한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