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집
Casa de Le Jolla
뽀얀 등을 보이며 웅크리듯 앉은 모습에서 소중한 뭔가를 보호하고 지키고 싶어 하는 심정이 전해진다. 온전히 백색인 네 면과 가지런하고 정갈한 선들은 지금 이 순간 그대로의 고요함과 평온함을 지속하기 원하는 눈빛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겉으로 봐서는 지극히 말수가 적은 내향적인 표정으로 오로지 하늘을 향해 열려 있을 뿐이다.
집터는 70평으로 비교적 작다. 이 작은 규모와는 어울리지 않게도 땅은 거대한 인프라와 만나는 도시의 단부에 위치한다. 그래서 집터는 두 가지의 대조적인 풍경을 조망하게 된다. 남서쪽으로는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인 친근한 근경을 갖고 있고, 멀리까지 시야가 열려 있는 남동쪽으로는 도시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경부고속도로와 양편으로 집 높이만큼 솟아 있는 방음벽, 또 그 너머로 더 크게 솟아 있는 열병합발전소와 이를 둘러싼 산들이 펼쳐져 있다. 도시의 인프라에서 불어오는 거대한 풍경과 속도, 작은 집이 접하고 있는 외부환경이 너무 크고 강해서 보호 받아 마땅해 보인다. 내밀하고 내향적인 중정형 집으로 태어나게 된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자리한다.
중정형의 집은 정사각형 마당을 품고 있다. 이 집에서의 마당은 터 위에 건물이 세워지고 남는 여백의 공간이 아니다. 순서로 말하자면 오히려 그 반대다. 마당이 자리할 곳이 먼저 정해지고 나서 남는 공간에 볼륨이 채워지는 순서를 거친 것이다. 마당이 터 중심에 자리를 펴자 대지의 경계선을 따라 이형의 볼륨들이 하나둘씩 들어선 모습이다. 빈 마당을 품은 얇은 채가 대지의 외곽으로 비켜 앉은 것은 건물 중심으로 배치가 이루어지는 서양 건축과 달리 비움이 전체 구성의 주가 된다는 의미다. 실내의 각 실을 담기 위해 집은 얇은 두께의 홑집으로 채 나눔이 되거나 ㄱ자 혹은 ㄷ자로 분절되어 있다. 터의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채와 채 사이, 채와 담장 사이의 틈에 생겨난 공간들이 공간감을 풍부하게 만든다
채로 둘러쳐진 내향적인 마당은 하늘을 향해서는 활짝 열려 있어서 언제나 빛으로 풍성하게 채워진다. 외부에서의 집은 가로나 옆집으로 인해 닫혀 있지만 내부에서의 집은 마당으로 인해 열려 있다. 집안의 모든 움직임과 동선이 마당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1층의 거실, 주방, 식당, 2층의 침실과 테라스 등 각 실들이 마당을 향해 투명하게 열려 있어서 내부 공간과 외부 마당은 한 몸과 마찬가지다. 또한 거실과 식당, 식당과 테라스, 침실과 거실은 물리적으로 제각각 떨어져 있지만 마당이 매개가 되어 시각적으로 연이어져 소통한다. 외부와의 소통 역시 시도하고 있다. 2층 안방 앞에 나 있는 테라스와 외부창고에서는 동쪽과 남쪽으로 열려 있어서 근원경이 교차하는 풍경을 연출하며 갑갑함을 상쇄하고 있다. 각 단위 공간들의 양면이 개방되는 것 역시 작은 규모임에도 공간을 풍부하게 만드는 요소다. 빛과 통풍과 조망을 동시에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마당과 채와 후정으로 연결되는 시각적 투영성으로 인해 내외부가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누기도 한다.
작품명: 보석집 / 위치: 성남시 분당구 / 설계: 정재헌(경희대학교 건축학과)+모노건축사사무소 / 지역지구: 제 1종 전용주거지역 / 용도: 단독주택 / 대지면적: 238m² / 건축면적: 118.85m² / 연면적: 209.22m² / 규모: 지상 2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외부마감: 모노쿠쉬 / 완공연도: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