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오리앙떼
공간은 머무는 이들에게 일상과는 다른 경험과 새로운 감성을 선사할 수 있어야 한다. 수많은 카페가 존재하는 지금, 커피만 마시는 공간에서 한발 더 나아가 풍성한 울림을 주는 카페를 그려본다. 오리앙떼는 커피와 함께 전통 과자인 수제 양갱을 파는 카페다. 그 이름에는 ‘동양적(orient)’이라는 의미와 ‘카페’의 본질에 충실하겠다는 의미가 함께 담겨 있다.
“동양적 아름다움이 내재된 공간이었으면 해요” 첫 만남에서 건축주가 건넨 말이었다. 건축가는 한옥의 요소들을 미니멀한 감성으로 재해석함으로써, 정제된 동양의 멋, 절제된 한국의 멋을 표현하고자 했다. ‘ㄷ’자형 구조, 기와지붕, 툇마루, 정원, 백색의 창호지와 목재, 그리고 석재가 지닌 특유의 감성들을 공간에 녹여낸 것이다. 한남동의 막다른 골목에 자리한 오래된 철물점을 카페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은 이렇게 이루어졌다.
안뜰을 품은 ‘ㄷ’자형 구조의 안정감
카페로의 진입 동선, 바리스타의 공간인 커피 바, 고객들의 공간에 놓인 의자에는 모두 전통 한옥의 ‘ㄷ’자형 구조가 적용되었다. 중심부를 감싸 안는 형태의 이 구조는 머무는 이들에게 안정감을 선사한다. 동시에 뚜렷한 영역을 형성함으로써, 바리스타의 공간과 고객들의 공간을 구분하며 각 공간에 독립성을 부여한다.
처마 끝까지 뻗어 내려오는 기와지붕의 유려함
커피 바의 천정과 양쪽 측면에서는 기와지붕을 연상케 하는 유려한 곡선의 벽이 뻗어 나와 있다. 이 벽은 카페로 들어선 이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으며, 바리스타의 에너지와 기운을 고객들에게 전달한다. 곡선 요소는 고객들의 공간에서도 찾을 수 있다. 천정의 콘크리트 구조체 모서리에 곡률을 준 것이다. 구조체 아래는 천정 면보다 약간 작은 크기의 백색 구조물을 매달았고 그 외곽을 따라 조명을 설치했다. 구조체와 구조물 사이의 틈으로 빛이 새어 나오는 것이다. 이러한 간접 조명은 천정이 깊어 보이는 효과를 연출하여 반지하 공간의 단점을 상쇄시킨다.
안과 밖을 연결하는 툇마루의 공간적 확장성
한옥에서 실내외를 연결하는 중간 영역인 ‘툇마루’의 개념을 고객의 좌석에 적용했다. 단정하게 정돈된 툇마루식 좌석을 길게 배치하여 공간의 확장성을 표현한 것이다. 좌석 아래에는 작은 정원을 조성했다. 한옥의 툇마루 아래에서 느껴졌던 어두운 이미지를 환기하기 위한 장치다. 정원은 비록 크기는 작지만, 고객에게 시각적인 편안함을 선사한다.
백색 한지의 온화함, 목재의 따스함, 석재의 투박함
가구와 바리스타 영역의 곡선 벽에는 목재의 따스함을, 백색의 천정에는 한지가 지닌 온화함을 녹여냈다. 한옥에서 따온 이 요소들은 투박하고 견고한 느낌의 벽·바닥과 강한 대비를 이룬다. 이질적 재료의 결합을 통해 색다른 이미지를 드러내어, 방문객들에게 새로운 영감의 원천이 된다.
“완벽함이란 무엇인가를 추가할 것이 있는 상태가 아니라 더 이상 버릴 것이 없는 상태이다.” – 생텍쥐페리
카페 오리앙떼는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상태를 추구한다. 미니멀한 감성으로 어루만져 정제된 공간은 현대적인 한국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것이다.
작품명: 카페 오리앙떼 / 위치 : 서울 용산구 한남동 / 디렉팅 및 총괄: LABOTORY – 박기민, 정진호 / 설계 및 시공: LABOTORY – 강지연, 유슬기 / 스타일링: LABOTORY – 강지연 / B.I: zerometre / 면적 : 58m² / 재료: 외부 – 콘크리트 그라인드; 바닥 – 테라조; 벽체 – 콘크리트 그라인드, 나노 코팅; 천장 – 페인트 / 완공: 2018.3.9 / 사진: 최용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