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 577
BANP0577
한울건축 | Hanul Architects & Engineers Inc.
경사진 언덕길을 따라 오르며 마주하게 되는 집을 보며 ‘많이 닫혀 있구나’, ‘숨고 싶은가’, 생각하게 된다. ‘몽마르뜨 길’로 불리는 도로를 따라 빼곡히 들어선 주택과 빌라 사이에서 프라이버시를 고려하자면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대문을 열고 들어서 지층과 2, 3층으로 오르는 과정은 또 다르다. 공원과 면해 있는 대지의 특성을 존중하며 주변의 초록과 햇살을 대지 안으로 깊숙이 끌어들이고 있다. 집 안팎이 다른 코드를 가지고 지킬 것은 지키고 누릴 것은 누리며 밖에서 보이는 모습과 달리 열린 태도로 주변과 소통한다.
대지 면적 48평에 건축 면적 25평은 필요한 프로그램들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협소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각 실들이 수직으로 적층되어 있는 것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접근 방법이다. 기존 경사지와 축대라는 지형을 따라 하부 지하층에는 35평의 주차장과 기계실이 배치되고, 상부 지상층에는 71평 규모의 주택과 정원이 마련되어 있다. 공원과 맞닿은 남측 면에 중정과 주요 실들이 자리하고 전면 창을 통해 중정 너머의 자연을 향해 활짝 열려 있다. 중정과 공원 산책로가 만나는 지점에는 대나무와 2.4미터 높이의 반투명 스크린이 설치되어 보행인의 시선을 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자연광을 실내로 유입시킨다. 인근에 위치하는 주택들과 마주하는 서측과 북측 도로면에는 계단과 복도 같은 공용공간이 완충영역으로 조성되어 있다. 주변으로부터 소음과 시선을 선제적으로 차단한 것이다.
대문을 열고 계단을 지나 1층 현관에 들어서면 정면에는 식당과 주방이, 바로 옆에 나 있는 전면 창을 통해 중정이, 그 왼쪽에 거실이 각각 자리한다. 기다란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오르면 왼쪽으로 중정이 내려다보이고 양옆으로 자녀방이 있다. 3층으로 이어지는 계단부는 고창을 통해 외부의 빛이 벽을 타고 흐르는 감성이 돋보인다. 외부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이 창을 통해 멀리 도시 풍경과 하늘로 열린 조망이 펼쳐진다. 이곳을 지나 3층에 이르면, 북측 창으로 바깥 풍경이 프레임에 담기고 남측으로는 공원이 눈앞에 다가온다. 3층 부부 침실의 높은 천장을 활용해서 위쪽에 서재가 구성되어 있다. 벽을 따라 설치된 독특한 모양의 계단을 통해 서재에 오르며 확 트인 전면 창을 거쳐 발코니로 나갈 수 있다. 이곳에서도 공원과 언덕 아래로 펼쳐진 도시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대지는 서울 서초동 서리풀 공원의 북측에 면해 있다. 언덕 끝자락의 모서리에 약 3미터 높이의 축대 위에 삼각형 모양으로 조성된 곳이다. 건물은 대지 형상에 맞추어 삼각형의 매스로 계획되어 있고, 부분적으로 안이 비워져 있다. 비워진 공간은 6.5평 남짓으로, 이 중정이 주변의 자연을 대지 안으로 끌어들이는 통로가 된다. 대지의 특성상 도시와 자연이라는 상반된 맥락이 공존하는 만큼, 주변 상황에 대해 방어적인 동시에 맥락적으로 반응하는 두 가지 태도를 모두 취하는 모습이다. 즉, 건물의 안팎을 모두 경험하고 나면 주변 시선에 대해 닫혀 있는 동시에 열려 있는 이중적 코드가 건축적 논리를 전개해 나가는 명제로 작용하고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작품명: 반포577 / 위치: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577-18 / 설계 : 한울건축 / 지역: 지구도시지역, 제1종일반주거지역 / 용도: 단독주택 / 규모: 지하1층, 지상4층 / 주요: 구조철근콘크리트구조 / 대지면적: 157.14M² / 건축면적: 84.29M² / 연면적: 350.94M² / 건폐율: 53.64% / 용적율: 148.64% / 외부마감: 징크, 노출콘크리트, 이빼목 / 완공년도: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