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왕립건축협회(RIBA)가 1984년부터 건축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개인 또는 단체에게 수여하는 올해의 골드 메달에 인도 출신의 건축가 발크리시나 도쉬가 선정됐다.
RIBA 회장 시몬 알포드는 “94세의 그는 여전히 목적의식을 지닌 건축으로 여러 세대의 건축가에게 큰 영감을 주고 있다. 르 코르뷔지에라는 거장의 영향을 받았음에도 그는 독창적인 건축가이자 독립적인 사상가로서, 늘 새로움에 도전하고 때로는 한 발 뒤로 물러서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진화하는 건축을 보여주고 있다”고 도쉬를 올해의 수상자로 선정하게 된 배경을 전했다.
발크리시나 도쉬는 1927년 인도 푸네의 가구 제작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봄베이의 JJ건축학교를 졸업한 뒤, 1951년부터 르 코르뷔지에 사무소에서 수석 건축가로 일하며 유럽에서 실무 경험을 쌓아 나갔다. 20대 후반에는 다시 인도로 돌아와 코르뷔지에의 ‘아메다바드 프로젝트’를 이끌었고, 루이스 칸 휘하에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아메다바드 인도 경영대학교 프로젝트’를 지휘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1956년에는 두 명의 동료 건축가와 함께 자신의 사무소인 바스투실파를 설립했는데, 현재는 5명의 파트너와 60명의 직원이 있는 사무소로 성장했다. 주요 프로젝트로는 ‘슈레야스 종합학교 캠퍼스(1958~63)’, ‘아티라 공공주택 및 게스트하우스(1958)’, ‘인도학연구소(1962)’, ‘아메다바드 건축학교(1966, 2012 증축, 현 CEPT 대학교), ‘타고르 홀 및 기념극장(1967)’, ‘프레마바이 홀(1976)’, ‘인도 경영연구소(1977~1992)’, ‘상가스 스튜디오(1981)’, ‘카노리아 예술센터(1984)’, ‘아란야 공공주택(1989)’, ‘아메다바드 니 구파 갤러리(1994)’ 등이 있다.
건축계에 몸담은 70여 년간 100개 이상의 완공작을 남긴 발크리시나 도쉬는 인도의 자연, 기후, 문화, 전통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모더니즘과 토속어를 결합한 독창적 건축을 선보여왔다. 그의 건축의 시작은 빛과 형태다. 빛과 형태에 지역색을 덧입힘으로써 건물이 들어설 장소에 적합한 언어를 생성하고, 자연과 인간을 연결하며 사람들의 일상을 충실하게 담아내는, 삶의 배경이자 전경으로서의 건축을 선보인다.
RIBA 회장 시몬 알포드 역시 “오늘날의 건축은 지역성과 점점 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기술에 힘입어, 기후나 전통으로부터 자유로운 건축이 가능해진 탓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도쉬는 기후, 수작업, 전통기술과 첨단 기술을 아우르며, 인도의 기후와 공간에 맞는 건축을 추구하고 있다.”고 도쉬의 건축을 평하기도 했다.
이렇듯 그는 도시계획부터 공공주택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스펙트럼의 작업들로 인도와 인접 지역 건축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인도를 비롯한 전세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교육자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해왔다. 건축가이자 학자로서의 공헌을 인정받아 2021년 미국 예술 문학 아카데미의 명예 회원이 되었으며, 인도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 중 하나인 ‘파드마 부산상(2020)’,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 건축상(2018)’을 비롯하여, ‘프랑스 문예공로훈장(2011)’, 프랑스 건축학회에서 주관하는 ‘지속가능 건축을 위한 평생공로상(2007)’, ‘아가칸건축상(1993~1995)’, ‘프랑스 건축아카데미 골드메달(1988)’ 등 전 세계에서 다수의 상을 수상한 바 있다.
도쉬는 자신의 수상 소식을 듣고 다음과 같은 소감을 전했다. “1953년, 르 코르뷔지에가 이 상을 받았을 당시, 나는 그의 사무소에서 일하고 있었다. 수상 소식을 전해 들었던 그때 그 순간이 문득 떠올랐다. 60년이 지난 지금, 나의 스승과 같은 상을 받게 되어 영광스러울 따름이다.”
어느덧 90대에 접어들었지만 그는 지금도 매일같이 작업을 해 나간다. 끊임없는 연구와 교육과 작업을 통해, 이전 세대의 지식과 가치들이 어떻게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지, 여전히 자신의 삶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더 나은 건축, 더 나은 삶의 배경을 만들기 위해 평생을 바쳐온 그의 수상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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