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규 스튜디오
대지와 길을 따라 나 있는 담은 부드러우면서도 거칠다. 곡면의 형태와 목재 패널을 수평으로 덧대 만들어진 노출콘크리트의 질감이 그러하다. 투박한 선형의 담 안에서는 전혀 다른 느낌의 속살이 솟아올라 있다. 크림색 돌가루로 치장한 순백색의 매끈한 직선형 공간이다. 물성과 형태면에서 시각적으로 대조를 이루는 두 매스의 조합이 건물의 첫 인상이다.
전시장 및 사무실로 계획된 건물이 위치하는 장소는 헤이리아트밸리로, 주어진 대지의 윤곽은 직선과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길을 두 갈래로 나누는 예리한 모서리, 그 지점에서 시작되는 두 개의 곡선, 인접대지와 구획되는 하나의 직선이 그것이다. 패치 및 선형 건물에 관한 유형 지침에 따라 헤이리아트밸리 전체 조직의 맥락과 지형에 순응하는 기다란 판의 형상으로 공간을 구성해놓고 있다.
진입로로 유도하는 담은 내부공간을 가로막은 채 서 있으나, 막상 안으로 들어서면 외부에서 느껴지는 폐쇄성이 기우나 오해임을 인지하게 된다. 건물 안에서 내다보이는 조망과 구성이 예상외로 상당히 개방적이기 때문이다. 지하1층에는 서양화가로 활동 중인 건축주의 작품을 전시하게 되는 전시장, 수장고, 작업장이 배치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담과 건물 사이에 만들어진 선큰과 천창이 외부와 소통하는 통로다. 외부와의 연계성은 1층 카페에서도 충분히 나타난다. 도로 쪽 창은 막혀 있지만, 반대편으로는 전면 유리창이 계획되어 주변 환경을 향해 시원스레 열려 있다. 사무공간으로 계획된 2, 3층은 훗날 전시장으로 바뀔 것을 고려하여 별도로 구획하지 않고 하나의 공간이 되도록 구성해놓고 있다.
물성과 형태의 대조만큼이나 흥미롭게 관찰되는 것이 창이다. 평면상의 벽면을 입체적으로 조각해 오려낸 듯 움푹하게 들어가 있다. 정사각형, 가로 및 세로의 직사각형, 어슷하게 잘라낸 사각형 등 그 모양도 다양하다. 외부에서 보기에 절제된 형식의 조각적 아름다움 있다면, 내부에서는 의외로 넉넉한 조망을 선사한다. 입체화된 창의 사각 구도로 인해 하루해가 시시각각 공간 안에 각기 다른 모양과 다른 농도의 음양을 수놓으리라 기대하게 된다.
위치: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 / 건축가: 이손건축 / 지역지구: 준도시지역, 시설용지지구 / 대지면적: 273.2㎡ / 건축면적: 104.2㎡ / 연면적: 381.89㎡ / 건폐율: 38.14% / 용적률: 77.95% / 규모: 지하1층, 지상3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 / 최고높이: 10m /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모노쿠쉬 / 시공: 주.교북종합건설 / 사진: 남궁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