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21-04-02
한국 민주화운동의 성지로 꼽히는 창원에 민주주의 상징공간이자 교육공간인 ‘민주주의전당’이 건립된다. 그 청사진을 그리기 위해 개최한 설계공모 결과가 4월 1일 발표됐다. 당선작은 ‘핸드플러스 건축사사무소’의 ‘시간의 기록, 장소의 기억’이다.
창원마산 지역은 3.15의거, 4.11항쟁, 4.19혁명, 부마항쟁, 6.10항쟁 등 대한민국 민주화를 위한 굵직한 사건들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이와 관련된 중요한 유적지나 기념물이 관내에 17개소나 산재해있을 정도로 민주성지로서의 장소성이 큰 지역이다.
이에 창원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창원시민의 정신유산을 추념하고, 민주주의 역사를 고찰하며, 민주화운동의 의미를 미래 세대에게 계승하기 위한 물리적 공간의 필요성에 따라, ‘쉼 없이 나아가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꿈이 실현되는 공간’을 모토로 한 복합문화시설로서의 ‘민주주의전당’ 건립을 추진하게 됐다.
대상지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포동 1-2번지 일원으로 규모는 약 9,000m2다. 마산항 친수공간 조성사업지 중 북쪽 끝에 위치한 ‘역사상징공간’ 구간 중앙에 자리하는데, 부지 일부 구간은 해안도로와 접해 있고 북서측에는 공원주차장이 조성돼 있는 상태다. 민주주의전당의 부설주차장은 아니지만 향후 운영상의 조율이 가능한 점을 고려해 공원주차장과의 연결 계획이 이뤄져야 하며, 역사상징공간 구간에는 시도지정문화재인 김주열 열사 시신인양 유적지도 포함되므로 이와 연계된 옥외 추모 공간도 구상해야 한다. 전시 및 교육, 행사, 학술, 유물보존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만큼, 시설 측면에서는 전시공간, 수장공간, 교육공간, 사무연구공간, 네 가지 유형의 공간을 마련하는 게 과제로 주어졌다.
국내외 민주주의 역사와 발전의 중심 거점을 만드는 이번 프로젝트에는 총 36개의 작품이 제출됐다. 5인의 심사진(윤승현중앙대학교, 심사위원장, 강재중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김동규경상대학교,김현수이소우건축사사무소, 안용대가가건축사사무소)은 3월 29일, 1차 심사를 통해 5개의 2차 진출작을 선정했고, 30일, 다섯 팀을 대상으로 2차 심사를 진행하여 최종 순위를 결정했다.
당선작으로는 핸드플러스 건축사사무소의 안이 선정됐다. ‘시간의 기록, 장소의 기억’이라는 주제로, 일상적 시간과 장소의 의미를 서사적 공간 전개로 펼쳐낸 안이다. 장방형의 입방체 매스에서 출발한 네 개의 켜의 매스와 그 사이의 보이드 공간을 통해 장소에서 펼쳐지는 지반의 의미를 지형화했고, 동시에 벽과 공간을 이용해 시간의 변화를 담아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내부에는 건축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장치들이 포함시켜 공간에 풍부함을 더한다.
심사진은 이러한 당선작에 대해, 매립지라는 대상지의 특성을 형태를 만드는 시작점으로 삼았다는 점, 또한 이를 의미있는 공간으로 연계했다는 점, 민주주의 전당이 가져야할 부지의 장소성과 시간의 기억을 넘어, 민주주의가 가진 의의와 상징성을 연속적인 건축적 공간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게한 점 등, 여러 방면에서 훌륭한 접근이었다는 평을 전했다.
2등은 디림건축사사무소의 작품으로 민주주의전당을 검은 바다에 비유한 안이다. 짙은 어둠 속에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김주열 열사의 사체처럼, 민주주의전당의 콘크리트 외벽은 검은 철망에 감싸져 있다. 건물로의 진입은 바다를 가리는 높은 벽에서 시작되는데, 지붕에서부터 벽을 따라 떨어지는 부스러진 물과 어두운 외부 진입공간은 민주열사를 기억하는 전시의 시작을 알려준다. 민주주의 역사를 담담하게 서술하는 공간의 시퀀스는 민주홀에서 마주하는 검은 바다에서 절정을 맞는다.
마산 민주주의의 기억을 가장 또렷하게 하나의 장면으로 방문객의 마음 속에 새길 수있는 건축적 여정을 제시한 작품으로, 모든 심사진에게 전체적인 시퀀스와 공간적 서사가 뛰어나다는 호평을 받았다.
3등은 전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의 ‘일상의 현현(顯現)’이다. 강력한 하나의 매스를 제시하여 마산해양신도시지역의 시선을 한곳으로 집중케 한 뒤, 이를 지반에서 띄움으로써 평범한 일상과 압축된 역사 공간 사이의, 연결 공간을 형성하고 있다. 무중력의 단아한 매스가 해변공원의 성격에 잘 부합한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혔으나, 건축 형태가 주는 상징성과 기능간의 충돌 때문에 공간의 실 사용 측면에서는 다소 불편할 수 있다는 아쉬움도 남긴 안이다.
창원시는 당선작을 바틍으로 4월 설계용역에 착수, 내년 1월 공사를 시작하여 2024년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의 과거-현재-미래가 만나는 대표적 상징공간으로서 민주성지 창원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전문적인 전시와 교육, 체험을 통해 방문객의 민주주의 인식 고양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공간 탄생을 기대한다. 자료제공 / 창원시
당선작
핸드플러스 건축사사무소
2등
디림건축사사무소
3등
주.전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