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세 엔지니어, 해저 집에서 120일 생존… 모두를 놀라게 한 ‘초간단’ 호흡 비법

2025년 10월 09일

기술이 탐험의 한계를 끊임없이 넓히는 시대에, 59세의 한 엔지니어가 과감히 미지의 영역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무려 120일 동안, 항공우주 엔지니어인 뤼디거 코흐는 수중 주택에서 생활하며, 대부분의 사람에겐 상상 속에나 존재하는 환경에서 인간의 한계를 시험했다. 그의 대담한 여정은 미래의 수중 서식지에 대한 논의를 촉발했는데, 그 생존의 핵심에는 ‘물속에서 숨 쉬는’ 놀라울 만큼 단순한 요령이 있었다.

파도 아래에서 이룬 전례 없는 도전

2025년 1월 24일, 뤼디거 코흐는 사상 최장 기간을 수중에서 거주한 인물로 세계 기록을 세우며 주목을 받았다. 그는 파나마 푸에르토 린도 앞바다 수면 아래 11미터 지점에 설치된 30제곱미터 캡슐에서 120일을 보냈다. 이 도전은 그의 신체적·심리적 회복력만을 시험한 것이 아니라, 수중 거주가 기후 변화와 지상 과밀 문제에 대응할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가 되었다.

항공우주 엔지니어로서 극한 환경에 익숙한 코흐였지만, 이번 경험은 그가 이전에 겪어 본 그 어떤 프로젝트와도 달랐다. 작은 캡슐 내부에는 침대, 컴퓨터, TV, 그리고 체력을 유지하기 위한 실내 자전거 정도의 기본 설비만 갖춰져 있었다. 전력은 태양광 패널에서 공급받았고, 위성 인터넷으로 수면 위 세계와 연결을 유지할 수 있었다. 다만 샤워 시설이 없다는 점은 120일 내내 그에게 적지 않은 불편을 안겼다.

숨을 잇게 한 기발한 해법

그렇다면 뤼디거 코흐는 어떻게 그렇게 오랜 기간 물속에서 호흡을 이어갈 수 있었을까? 비결은 의외로 단순했다. 수면 위에서 공기를 끌어와 캡슐 내부로 공급하고, 내부 압력을 안전한 수준으로 안정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덕분에 그는 석 달 넘는 시간 동안 물속에 머물면서도 일상적인 호흡을 유지할 수 있었다. 물론 핵심 장비의 역할이 컸지만, 진짜 관건은 호흡 그 자체를 넘어, 임무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는 고립감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있었다.

코흐의 체험은, 극한의 환경에서도 단순하지만 정교하게 실행된 아이디어가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인류의 창의성에 대한 증거다.

수중 서식지의 미래를 그리다

이번 성취는 코흐 개인의 기록을 넘어선다. 코흐가 공동 설립한 오션 빌더스(Ocean Builders)수중 서식지를 해수면 상승과 지상 과밀에 대응하는 친환경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이번 프로젝트는 그 비전의 연장선에 있다. 코흐의 목표는 단순히 물속에서 버티는 것을 넘어, 이러한 공간이 지속 가능한 장기 거주지로 발전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데 있다.

코흐의 비즈니스 파트너인 그랜트 로문트(Grant Romundt)에 따르면, 물속에서의 삶은 가능할 뿐 아니라 지속 가능하다는 점을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 핵심 목표다. 부유식 및 잠수형 주택은 환경 재난 시 안전한 피난처가 될 수 있고, 기후 변화로 타격을 받는 해안 지역 공동체에 대안적 거주지를 제공할 여지도 있다. 수중 정착이라는 발상은 공상과학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코흐의 사례 같은 실증이 쌓이며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수중 거주의 난제들

수중 주택의 개념은 매혹적이지만, 실제 구현에서는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 따른다. 구조물은 강한 수압과 가혹한 해양 환경을 견뎌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첨단 기술과 혁신적 공학이 필수다. 아울러 이러한 주거 공간의 건설과 유지에는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도 큰 장벽이다.

생존에 필수적인 , 공기, 에너지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공급·관리하는 문제도 있다. 장기 체류를 전제로 할 경우, 폐기물 처리까지 포함한 기반시설의 지속 가능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더불어 대규모 수중 건설이 가져올 잠재적 해양 생태계 교란에 대한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바다는 민감한 생태 환경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려면, 서식지 설계 단계부터 생태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코흐의 프로젝트를 비롯한 유사 시도들은 기술 혁신과 환경 보전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앞날을 향한 시선

코흐의 세계 기록은 수중 거주로 향하는 더 큰 흐름의 출발점일지도 모른다. 영국의 “Deep” 이니셔티브와 같은 프로젝트들은 과학자와 일반 시민이 함께 사용할 상설 수중 주거 시설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27년 완공을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서식지는 지상 과밀과 해수면 상승 같은 글로벌 과제에 대한 독창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다만 본격적인 상용화를 앞두고, 장기 거주의 타당성을 입증할 추가 연구가 필수적이다. 거주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인프라의 지속 가능성, 해양 환경과의 공존 가능성 등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핵심 주제다.

수중 생활의 미래는 아직 미정이지만, 코흐의 실험은 올바른 기술과 명확한 비전이 결합된다면 충분히 유망한 선택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점점 복잡해지는 환경적 도전에 직면한 인류에게, 파도 아래에서 살아가는 발상은 지평선 위로 떠오르는 가장 혁신적인 해답 중 하나가 될지 모른다.

김 지훈

김 지훈

건축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시대와 인간을 담는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뒤, 다양한 도시에서 경험을 쌓으며 건축 저널리즘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C3KOREA에서는 건축 비평과 인터뷰를 주로 담당하며, 한국 독자들에게 세계 건축의 맥락을 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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