ʼ이제는 우리 동네가 아니다ʼ 서울 이태원 주민들 관광객 폭증에 분노

2025년 09월 29일

밤이 깊어질수록 사람의 발길은 더 가빠진다. 골목은 언어음악으로 뒤섞이고, 한 집 건너 이 늘어선다. 하지만 누군가의 흥분은 누군가의 피로와 맞닿아 있다. 이곳에서 오래 살던 이들은 요즘, 동네가 이 아니라 무대가 된 듯하다고 말한다.

대문을 닫아도 창문을 잠가도, 삶은 밖의 소음을 피하기 어렵다. 택배기사는 이동이 더뎌졌고, 아이는 유모차에서 잠들다 깬다. 이곳의 일상은 불쑥 방문한 손님들을 위해 늘 재배치된다.

주민들의 피로와 분노

주민들이 가장 먼저 지적하는 건 야간 소음과 무질서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함성, 길바닥의 취객, 공유 킥보드의 난립이 반복된다. 누군가는 “오늘도 귀마개 끼고 잤다”라며 씁쓸하게 웃는다.

두 번째는 생활비다. 인기 상권이 팽창하면서 월세가 요동쳤고, 오래된 가게의 폐업 소식이 잇따랐다. “살던 집이 갑자기 비싸졌다”는 하소연은 더는 예외가 아니다.

마지막은 공간의 박탈감이다. 산책하던 이 포토스팟이 되어 정체가 생긴다. 공원 벤치는 빈자리 찾기가 복불복이 되었고, 아침 출근길조차 관광객 짐가방 사이를 비집고 지나간다.

숫자로 보는 변화

아래 비교는 거주자의 체감을 토대로 한 정성적 변화를 잡아낸 것이다. 수치보다 추세에 주목해달라.

항목 예전 지금
유동인구 비교적 낮음 주말·야간 급증
소음 수준 간헐적 지속·고강도 빈발
임대료 안정적 상승 압력 확대
쓰레기 관리 가능 수거 과부하
안전 체감 여유로움 혼잡·불안 상존
상권 구조 지역 중심 외부 관광 편중

가게들은 기회, 주민들은 부담

“주말에는 매출이 평일의 몇 배예요.” 한 카페 대표는 활기를 기회로 본다. “외국인 손님이 리뷰를 남기고, 다시 사람을 데려와요.”

하지만 맞은편 골목 주민의 말은 다르다. “아이 숙제를 보는데, 창밖에서 떼창이 들려요. 새벽엔 쓰레기차 소리에 또 깹니다.” 같은 동네, 두 개의 현실이 공존한다.

“관광은 도시의 자산”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주민들은 “삶의 기본권이 먼저”라고 강조한다. 상생의 이 없다면, 어느 쪽의 지속가능성도 담보되지 않는다.

해법을 둘러싼 논쟁

해법은 분명하지만 간단하지 않다. 야간 소음관리, 쓰레기 처리, 보행 동선 정리, 임대료 완충, 관광객 예절 등 합의해야 할 주제가 많다. “강력한 단속”을 원하는 주민과 “자율 문화”를 지키려는 상인 사이 간극도 넓다.

  • 야간 소음 규제 강화와 음악·영업시간 조율
  • 혼잡 시간대 보행 일방통행 또는 인파 분산
  • 쓰레기 배출 시간 통합, 상생 기금 통한 추가 수거
  • 관광객 행동수칙 다국어 안내와 캠페인
  • 임대료 급등 완화 위한 지역 상생 조례 검토

현장에서 들린 목소리

“밤 12시 이후는 생활의 영역으로 남겨달라.” 30년 차 거주자의 바람이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규칙이면, 우리도 지키겠다.” 인근 펍 운영자의 응답이다.
“사진 한 장에 치워지는 일상도 있다는 걸 기억해달라.” 젊은 부부의 호소다.

관광객의 반응도 엇갈린다. “이곳의 다채로움이 좋다. 다만 쓰레기통 위치가 헷갈리고, 주의할 이 잘 안 보인다.” 한 여행자는 표지의 부족을 지적했다.

장소가 브랜드가 될 때 생기는 일

장소가 브랜드가 되면 상징은 커지고, 생활은 좁아진다. 상징을 지키려면 생활을 포함해야 한다. ‘볼거리’가 ‘살거리’와 충돌하지 않도록, 정책은 미세하고 현장은 섬세해야 한다.

관광의 가치와 거주의 권리는 경쟁자가 아니다. 두 축을 동시에 세우는 설계, 즉 시간공간을 나누는 운영, 비용을 분담하는 구조, 모두가 명확하게 이해하는 규칙이 필요하다. 그 규칙 위에서야 비로소 골목의 다양성이 생활의 안정과 손을 잡는다.

오늘도 불은 켜지고 음악은 흐른다. 누군가의 여행과 누군가의 귀가가 교차하는 자리에서, 도시의 품격은 선택을 통해가 아니라 조율을 통해 드러난다. 이제 필요한 건 목소리를 더하고, 볼륨을 나누는 일이다.

김 지훈

김 지훈

건축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시대와 인간을 담는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뒤, 다양한 도시에서 경험을 쌓으며 건축 저널리즘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C3KOREA에서는 건축 비평과 인터뷰를 주로 담당하며, 한국 독자들에게 세계 건축의 맥락을 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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