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침이 60번 째깍거리며 원을 그리는 시간, 1분. 누군가에게는 전자레인지에 식어버린 찬밥을 넣고 기계처럼 멍하니 서서 흘려보내는 시간일 수 있고, 또 어떤 이에게는 절정을 눈앞에 둔 티브이 프로그램이 잠시 끊겨버린 동안 하릴없이 광고 영상을 바라보며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일 테다.
무심코 넘겨버릴 시간의 한 조각, 그 찰나의 틈 안에 특별한 의미를 담아 기획한 전시가 있다.
김진숙, 이준열, 박현준. 영국 바틀렛 건축학교 출신 젊은 건축가 셋이 다시 만났다. 2013년 5월 열렸던 <바틀렛 서울 쇼> 이후 꼭 2년 만이다. 이번 전시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참가자 대부분이 현업에 종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중 적지 않은 인원이 영국에 기반을 두고 있는 탓에 전시는 쉽고 부담 없이 준비할 수 있어야 했다. 60초라는 짧은 시간을 활용한 간단한 포맷의 전시라면 어렵지 않게 작업을 시작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60초 건축>은 시작됐다.
건축에 시간을 더하다
아주 오랫동안 건축은 점과 선, 면으로 이뤄진 세 가지 차원의 드로잉으로 설명됐다. 여기에 네 번째 차원, 즉 ‘시간’의 영역이 더해져 건축으로 표현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컴퓨터와 소프트웨어의 발달과 궤를 같이하며 그 표현 기법은 상상 이상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축 전시의 흐름도 달라지는 추세다. 전시 관람의 주체 또한 전문가만이 아닌 불특정 다수, 점차 대중을 향한다. 건축이 많은 대중매체를 통해 우리의 일상으로 파고든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 안에서 많은 양의 정보와 난해한 내용을 집중시킨 기존의 전시 방식으로는 그들을 전시장으로 불러모으기 어렵다.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고 공감을 이끌어 내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쉽게 받아들여 이해할 수 있는 내용과 적절한 시각효과가 필요하다. <60초 건축>은 두 가지 모두를 만족시키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