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의 공공적 가치를 구현하고 시민들에게 우수한 건축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서울 시내 건축물에 수여하는 서울시 건축상의 수상작이 발표됐다. 대상 ‘플레이스Place1’을 비롯하여, 최우수상 4작, 우수상 9작까지 총 14개의 건물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대상으로 선정된 김찬중주. 더시스템랩건축사사무소의 ‘플레이스 1’은 강남구 삼성동에 자리 잡고 있는 KEB하나은행 사옥이다. 서울의 핵심 위치에서 독특한 외관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이 건물은 뛰어난 조형성은 물론, 리모델링, 친환경성, 녹색건축, 첨단 기술의 도입 등 이 시대가 건축에게 요구하는 덕목들을 두루 갖춘 건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인상적인 외관을 만들어 내는 둥근 형태의 창과 이중외피 시스템은 단순히 시각적 효과만을 위한 표피가 아닌, 일조 환경을 조절하는 친환경적 장치 겸 모든 층에 발코니를 제공하는 공간적 장치기도 하다. 또한, 일조가 양호한 남측 벽면에는 태양광발전시스템을 외피 디자인에 통합시켜 공해 없는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외에도 선큰을 두어 지하의 개방성을 극대화하고, 전면의 공지와 공용부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전용공간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며, 오프라인 기능이 줄어든 은행을 지역민들의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야간 시간대까지 지역 사회에 열어놓기 위한 해법을 고민하는 등, 건축의 공공적인 덕목을 실현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다는 측면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코오롱 One&Only타워’, ‘은혜공동체 협동조합 주택’, ‘수락행복발전소’ 이상 3개의 신축 건물과 리모델링 작업인 ‘예진이네 집수리’, 총 4 작품은 최우수상으로 선정됐다.
주.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와 모포시스Morphosis가 강서구 마곡동에 설계한 코오롱 그룹의 신사옥 ‘코오롱 원앤온리 타워(작품보기)’는 서울시에서 조성 중인 대규모 친환경 생태공원을 마주하고 있다. 마곡지구의 엄격한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면서도, 자연과 밀접하게 맞닿아있는 입지적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GFRP라는 특수 자재로 만든 전면부의 비정형적 외피 모듈이 인상적인 건물이다. 연구기능과 사무기능이 혼합되어 있기 때문에 용도에 따라 건물을 크게 3개 동으로 분할했으며, 각 동의 외관은 주어진 공간의 기능을 고려해 각기 다르게 디자인함으로써,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이 건물만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외관을 구현할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건물 내부도 외관만큼이나 독창적이다. 특히 3개 동을 연결하는 아트리움은 친환경적 요소와 경관적 요소를 결합한 공간으로 조성하여, 외부에서 느껴지는 역동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거대한 규모에서 오는 위압감을 적절히 완화시키고 있다.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효과적으로 구분하여 폐쇄적인 민간 연구소에 개방적인 성격을 부여한 점도 호평을 받은 부분이다.
김현준주. 종합건축사사무소 온고당의 ‘은혜공동체 협동조합주택’은 도봉산 아래 안골마을 깊숙한 곳에 위치한다. 부족은 은혜공동체의 주거 단위로, 이 건물은 총 네 개의 부족을 위한 거주공간과 공유공간인 근린생활시설이 결합된 시설이다. 레벨 차이가 있는 대지의 특성을 고려해, 스킵 플로어 형식의 계단을 도입하였으며, 각각의 거주공간을 엮어주는 공유공간도 네 층에 걸쳐 적절히 펼쳐두었다. 공유공간의 적절한 층별 배분이 돋보이며, 작은 공간이지만 곳곳의 외부공간과의 연계를 통해 협소한 단위 공간들의 밀도를 완화해 주고 있다. 공동체의 새로운 삶의 공간을 창안한 건축가의 치열함과 열정이 도드라졌다는 평가를 얻었다.
신창훈운생동 건축사사무소이 설계한 ‘수락행복발전소(작품보기)’는 작은 땅에 작은 건축의 물리적 환경을 경계 없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구현해 낸 작품이다. 특히 건물을 감싸고 도는 램프는 80평 작은 땅에서 건축가가 찾아낸 지혜이자 공간을 이어주는 핵심이다. 일명 ‘소풍길’로 불리는 이 램프는 건축법에서 규정하는 장애인 램프에 관한 조항을 디자인 모티프로 확장한 것으로, 그 이름처럼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며 확장적인 커뮤니티로 발전하는 중요한 건축적 장치가 된다. 나아가 이러한 시도를 통해, 작은 땅 작은 공공시설이 동네에 어떻게 자리 잡아야 하는지 보여주는 모범적 사례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리모델링인 프로젝트인 ‘예진이네 집수리(작품보기)’로 최우수상을 받은 김재관무회건축사사무소은 까다로운 경사 대지와 기존 건물의 특징을 살리면서도, 주택이라는 민감한 공간의 특성과 재료, 경관적 요소가 훌륭한 조화를 이루게 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샀다. 50년 된 지붕 목재 트러스를 활용하는 등 집안 곳곳에는 시간의 흔적을 담으려는 노력이 녹아있었으며, 현장의 손끝에서 나온 디테일과 검박한 시멘트 벽돌의 가능성을 확장시킨 건축가의 내공도 돋보인다는 평이다.
한편 전문가 심사와는 별도로 진행된 시민 투표 결과에 따라 상위 세 작품에는 시민공감특별상이 수여됐다. ‘코오롱 One&Only타워’가 가장 많은 표를 받았으며, ‘은혜공동체 협동조합주택’과 우수상을 받은 서초구의 근린생활시설 겸 업무시설인 ‘더 일루전The Illusion’이 각각 그 뒤를 이었다.
시상식은 2018 서울건축문화제의 일환으로 10월 5일 마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렸으며, 수상작들을 사진 등으로 만나볼 수 있는 전시도 28일까지 진행되었다. 자료제공 서울건축문화제 사무국, Published in C3 #1811
<수상작 살펴보기>
최우수상 코오롱 원앤온리 타워 _ 주.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최우수상 수락행복발전소 _ 운생동 건축사사무소
최우수상 예진이네 집수리 _ 무회건축사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