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서울시 건축상 대상에 도천 라일락집
올 한해 서울이라는 도시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준 건물은 무엇이었을까. 2015 서울시 건축상 수상작이 발표됐다. 대상인 ‘도천 라일락집’을 비롯한 총 20 작품이다.
서울시는 매년, 건축의 공공적 가치를 구현하여 시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건축물을 장려하고, 이를 통한 서울의 건축 문화 발전을 도모하고자 서울시 건축상을 수여하고 있다. 지난 33년간 지속되며 명실공히 서울시 건축분야 최고 권위의 상으로 자리잡은 만큼, 작년보다 10여 개나 늘어난 총 61 작품(신축 51 작품, 리모델링 10 작품)이 접수되어 열띤 경쟁을 벌였다.
심사는 승효상서울시 총괄건축가, 박항섭가천대학교, 알레한드로 자에라 폴로Alejandro Zaera Polo, 한종률한국건축가협회장, 김영섭성균관대학교, 이소진아뜰리에 리옹, 홍 존서울대학교 이상 7인의 전문가가 맡았으며, 서류심사 및 현장심사를 거쳐 대상 1 작품, 최우수 4 작품, 우수상 15 작품, 건축명장 1 작품을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영예의 대상은 정재헌 교수경희대학교가 설계한 ‘도천 라일락집’에 돌아갔다. 성균관 명륜당의 돌담을 마주하고 있는 이 집은 백자와 라일락을 소재로 한 정물화로 이름난, 한국 근대미술의 거장 도천 도상복 화백의 작은 기념관을 겸한 살림집이다.
무질서하게 들어선 다세대 주택들 사이에 자리하는 만큼, 주변의 시각적 소음을 제거하는 흡음재로서의 집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살림집은 ‘ㄱ’ 자형으로, 기념관은 별채처럼 배치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안마당이 딸린 안락한 공간을 구성했다. 또한, 담백한 건물 외관은 각기 다른 패턴과 재료의 벽돌쌓기로 완성되었는데, 바로 이러한 부분에서 함께 사는 동네에 대한 장소적, 시각적, 공간적 배려가 돋보인다는 평을 받았다.
또한 이 작품은, 당해년도 건축상 수상작 중 시공이 우수한 건축물 수여하는 건축명장에도 선정됐다.
최우수상에는 최문규연세대학교의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 주. 로디자인김동진의 ‘논현 마트로시카’, 와이즈 건축전숙희의 ‘어둠 속의 대화, 북촌’, 협동원이민아의 강남지구 A4BL 공동주택이 선정됐다. 문화집회시설, 근린생활시설, 아파트까지, 용도는 제각각이지만 모두 생활 속에서 가장 자주 마주하게 되는 종류의 건물들이다. 이처럼 일상적 용도의 건축물이 두루 수상했다는 점은 이 건물들과 함께 우리의 일상도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반가운 소식이기도 하다.
첫 번째 최우수작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는 수준 높은 상권이 형성돼있는 이태원 대로변에 자리한 문화시설이다. 인근의 다른 건물들이 빈틈없이 부지를 채우고 있는 데 반해, 부지 대부분을 공공을 위해 비워두고 있다. 도심에서는 여간해서 보기 어려운 탁 트인 공간은 보행자들에게 예상치 못했던 풍경을 선사하며, 건축물이 도시 속에서 어떻게 열린 공공공간을 만들어내어 도시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입면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전작과 반대로, 어둠 속에서 일상의 공간을 체험해보는 전시장인 ‘어둠 속의 대화, 북촌’은 전통적인 대나무 발을 걸어둔 듯한 입면이 인상적인 건물이다. 검게 칠해진 발은 빛을 조절하는 스크린이자 시선을 적절히 차단하는 블라인드가 되어 전시장의 실내 환경을 조절한다. 어둠을 경험한다는 전시장의 목표와 일맥상통하며, 그 자체로도 이목을 끄는 건축적 요소다.
강남에 들어선 ‘논현 마트로시카’는 주거밀집지역 안에 위치한 근린생활시설이다. 밀도 높은 도심지에 자리하는 만큼 작업의 관건은 주변 건물로부터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것이었고, 이 문제를 인형 속에 작은 인형이 계속해서 들어 있는 ‘마트로시카’의 개념으로 풀어냈다. 그 결과 겉으로는 경계를 만들지만 안으로는 각자의 내밀한 풍경을 가지는, 닫히면서도 열린 건물이 완성됐다.
마지막 최우수작은 강남구 자곡동에 들어선 ‘강남지구 A4 BL 공동주택’으로, 기존의 획일적인 아파트 평면에서 탈피해 ‘ㄱ’자, ‘ㄴ’자형의 단위세대를 만들고 단위세대 내부 공간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조직하고 있다. 또한, 총 13개 동으로 이루어진 단지는 입구에서부터 단위세대에 이르기까지 모든 경로가 생활공간으로 역할 하게 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한편, 시는 전문 심사진의 심사와는 별개로 서류심사를 통해 선정된 수상예정작 20작품을 대상으로 3주간의 시민투표도 실시했다. 약 2,400명의 투표에 의해 ‘논현 마트로시카주.로디자인’, ‘5평주택양재호’, ‘인터러뱅방바이민’이 선정됐는데 시민의 공감을 얻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수상이다.
건축상 수상자(설계자)에게는 서울시장 표창이, 건축주에게는 건축물에 부착하는 기념 동판이 수여된다.
그 외에도 서울시 건축문화 발전에 기여한 건축가에게 시상하는 ‘올해의 건축가상’에는 김인철68세, 주.아르키움이 선정됐다. 어반하이브, 김옥길기념관, 질모서리 등 다수의 작품과, 공공건축가로서 서울시 공공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건축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등 건축에 관한 시민의 소양 제고에 힘써온 바를 인정받아, 다음연도 ‘서울건축문화제’에서 특별 전시를 통해 건축적 성과를 돌아보고 시민과 대담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수상작 전시는 2015 서울건축문화제 기간인 오는 11월 8일까지, 구 국세청 남대문 별관 터 전시장에서 이뤄진다. 서울이라는 도시를 빛내준 건축물들을 만나보길 바란다. 사진제공 / 서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