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대학교 30주년 기념관
이로재 건축사사무소 | Iroje architects & planners
캠퍼스 전체가 산을 절개해서 만든 평지에 건물을 세우는 토목적 접근으로 이루어져 있다. 30주년기념관이 자리하는 대지 또한 절개된 면이다. 위치상의 의미를 따져보자면, 도서관의 후면인 이곳은 서문으로부터 강력한 축을 형성시키는 장소다. 이곳을 거쳐 남문으로 시작되는 보행전용 도로와 연결되는 또 하나의 캠퍼스의 축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자리다. 그런 만큼 초기에는 마스터플랜 상 트윈타워 형식의 랜드마크형 건축물이 계획되어 있던 곳이다. 규모도 가장 큰데다 그간 신축과 개수를 거듭하며 진행해온 캠퍼스 정비 종합계획의 정점에 해당되는 건축이다 보니, 학교 입장에서는 30주년 기념관으로서의 위용과 상징성을 가시적으로 확연히 드러내고 싶었을 것도 같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주변을 압도하며 솟아오른 타워는 현재 없다. 여러 개의 단위조직들로 구성한 매스들이 절개되기 전 상태의 지형을 유추한 모습으로 대지를 따라 배열되어 있을 뿐이다. 타워에 관한 초기의 방향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대학이라는 본질의 속성은 민주사회 형성을 목표로 하는 장소다. 이를 위해 압도적인 권위감을 표출할 우려가 있는 건축의 형태를 끊어낸 태도로 보인다. 무엇보다 훼손된 채 만들어진 평지를 안타까워하며 인공적으로나마 지형의 원형을 회복시키고자 한 의도가 건축 구성을 통해 뚜렷하게 전해진다.
절개되어 평탄해진 면과 서문을 향한 어색한 경사면 등 잘려나간 땅들은 편리나 말쑥함이나 정리 등의 표현으로 미화되기에 여전히 아파 보인다. 치유를 간절히 원한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원래의 지형을 회복시키는 건축, 이는 기존의 땅을 치유하고 위로하는 작업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또 하나의 새로운 땅의 형태로 구성되고 배열된 건물은 서문광장에서 시작되는 경사진 진입로를 내부로 길고 깊숙하게 끌어들이고 있다. 마치 계곡처럼 말이다. 건물의 가장 번잡한 장소가 되는 이 계곡이 위아래로 나뉘어 있는 두 영역을 연계시키고 있다. 그 모습이 역동적인 풍경을 연출해낸다. 사무동이 10층으로 높이 올라 있지만 전체 조직을 위협할 정도의 볼륨은 아니다. 오히려 인접한 도서관의 큰 볼륨과 어우러져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며 주변을 안정시킨다. 옥상은 회복이 이루어진 새로운 땅이 되고, 분절된 매스들 사이사이 깊이 자리하는 마당들과 끊임없이 연결된다. 건물의 이러한 형태는 회복을 염원한 땅이 이루어낸 결과다.
작품명: 대전대학교 30주년 기념관 / 위치: 대전대학교 / 건축가: 승효상 / 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 외부마감: 갈색벽돌 / 구조설계: Seoul Structural Eng. / 기계설계: Seah Eng. / 전기설계: Daekyoung Elec. / 조경설계: Seoahn Total Landscape / 조명설계: New Lite / 건축면적: 6,493.03m² / 연면적: 120,325.15m² / 설계기간: 2007.8~9 / 시공기간: 2008.10~2010.10 / 완공년도: 2010.10 / 사진: 김종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