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고 있는 도시 환경 속, 과연 어떤 건축물이 100년 후에도 살아남을까. 그 대담한 질문에서 시작된 책이 출간됐다.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책은 100년 후의 상황을 내다보고자 한다. 그러나 미래를 주제로 한 다른 많은 책처럼 통계에 기반해 예측하기보다는, 100년 후에도 유효한 ‘가치’에 초점을 맞춘다. 실로 대다수의 건물은 물리적 수명이 다하는 순간 사라져버리지만, 특정한 가치를 지닌, 그리하여 사회에 중요한 존재로 자리매김한 건물은 시간의 한계에서 벗어나 아주 오랜 시간 우리 곁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건축의 영속성을 담보할 조건으로 여섯 개의 키워드를 꼽는다. ‘표면, 유형, 도시상상, 시간, 정신, 자연’이다. 키워드별로 구성된 여섯 개의 장에서는 각 조건을 충족하는 이 시대의 건축물들을 소개한다. 건물에 대한 기본 배경 지식부터 이들이 어떤 측면에서 22세기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가치를 내포하는지까지, 건물에 얽힌 현재와 미래의 이야기를 하나로 엮어 정리한 것이다.
먼저 1장에서는 ‘표면’을 주제로 시민들이 매일같이 맞닥뜨리는 건물의 표면이 도시의 배경을 이루는 캔버스가 되음을 이야기한다.
그런가 하면 2장은 기능의 역할이 점차 중요해지는 현대 건축에서 ‘유형’이 지니는 의미를 묻는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건축 유형이 탄생하는 과정도 함께 논하고 있다.
‘도시상상’을 다룬 3장에서는 도시를 이해하는 구조적 방법과 현재의 도시를 다르게 바라보려면 새로운 인식의 틀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또한, 4장에서는 ‘시간’을 건축 안에 바람직하게 녹여낸 사례들을, 5장은 ‘정신’을 주제로 과거의 제례 시설과 불균형한 부의 분배를 성찰하는 현대 건축의 정신에 대해 이야기 한다.
마지막 6장에서는 ‘자연’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건축을 다룬다. 대체 에너지를 사용하거나 기존 인프라를 개선하여 지속가능한 건축을 실현하려는 건축가들의 노력을 살펴볼 수 있다.
예리한 독자라면 ‘표면’으로 시작해 ‘자연’에 대한 논의로 끝맺는 이 책의 주제 나열 방식이 물리적인 스케일을 점차 확장한 결과라는 사실을 발견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며 각 장의 주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합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본문에 등장한 ‘표면’과 ‘시간’ 모두 건축의 외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표면이 시간을 거치며 풍화되는 모습 자체가 건축의 외관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22세기 건축의 청사진이 궁금한 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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