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참기지화의 현장, 부평 미쓰비시 사택지의 실천척 재생’을 주제로 열린 ‘2020 근대 도시건축 디자인 공모전’의 결과가 발표됐다. 140여 개의 참여작들 가운데, 대상 2팀, 우수상 2팀, 특별상 2팀을 포함해 총 51팀이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근대도시건축연구회는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진 시간이 압축된 근대 도시공간을 보존하고, 나아가 그에 대한 창의적인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자, 매년 특별한 의미와 가치를 지닌 도시공간을 주제로 삼아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의 대상지는 일제 강점기의 아픔을 간직한 땅, 인천 부평의 ‘미쓰비시 사택지’다. 1940년대 초, 일본은 한반도의 병참기지화를 위해 부평 일대의 민가를 강제 철거하고 군수공장을 건설했다. 당시 공장을 신설하며 공장에서 일하는 조선 노동자들의 합숙소도 함께 건설했는데, 그곳이 바로 ‘미쓰비시 사택지’다. 협소한 주택이 줄줄이 늘어서 있는 독특한 경관 때문에 인근 주민들에게는 ‘미쓰비시 줄사택’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왔던 곳이다.
이러한 미쓰비시 사택지는 일제 말 한인 노동자들의 집단 거주지이자 6·25전쟁 이후 미군 부대의 배후지로 기능하며,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진 기억을 그대로 품은 채 오늘날에 이르렀다.
문제는 지난 80여 년간, 이곳의 역사적 교훈이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한 어떤 노력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낙후된 주거지, 지역 발전을 저해하는 존재로 낙인찍혀, 2015년부터는 주거환경 개선사업이라는 명목하에 다수의 줄사택이 철거되고 있는 실정. 최근 부평 미군기지가 80년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게 되면서, 근현대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고, 미쓰비시 사택지도 다시금 주목받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개발과 보존, 그 상반된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이에 올해 근대 도시건축 공모전에서는 그 갈등의 현장을 대상으로, 사택지의 역사적 가치와 교훈은 남기면서도 지역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상생의 방법을 찾아보고자 했다.
5개월 여 간 진행된 공모에는 총 139개의 작품이 출품됐다. 제안들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되는데, 첫째는 이 지역의 공장과 구사택, 신사택을 보행체계로 연결하며 마을 규모의 제안을 하고 있는 ‘도시재생적 제안’, 둘째는 신사택지를 중심으로 기존 줄사택의 구조와 특성을 반영하고 선택적 신축을 혼합한 ‘건축적 제안’이다.
6인의 심사진(이민아, 강예린, 손진, 정현아, 한광야, 김태경)은 논리적 연계, 창의적 해석, 작업의 성실성과 더불어 ‘그래서 제안자는 무엇을 실천하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 최종 수상작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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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회고의 공간, 회복의 거리’_ 고용준, 김하경
대상으로 선정된 고용준, 김하경 팀의 ‘회고의 공간, 회복의 거리’는 기존의 구사택과 신사택, 인접한 부평공원을 하나의 보행체계로 묶어 마을 전체의 새로운 변화를 제안한 안이다. 밀도를 부여한 수직형 공동주택을 끼워 넣어 줄사택 보존과 대조하는 전략이 돋보이며, 특히 줄사택을 고층주거의 저층 커뮤니티 공간으로 이용한 아이디어는 이 땅에서 적정 밀도와 보존을 병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공모에서 기대했던 제안범위의 확장을 신중하게 시도하면서도 현실적인 대안으로서의 설득력도 갖춘 수작으로 심사위원 전원의 높은 지지를 받아 대상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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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시간마당’_ 김하빈
또 다른 대상작인 김하빈의 ‘시간마당’은 ‘시간’, ‘벽’, ‘구조’를, 줄사택을 이루었고 이루어갈 탐구대상으로 놓고 리서치와 디자인의 균형을 유지하며 명쾌한 프로세스로 완성시킨 제안이다. 특히 사용자가 덧붙여간 증축 부분 까지 역사적 가치로 인정하여 ’시간‘이 만들어 놓는 구조를 언급하면서 ’원형‘의 시점을 되묻게 하는 고민의 출발이 진지하다. 존치와 재구성의 전략을 통해 세대를 한정했던 벽을 커뮤니티를 끌어안는 벽으로 확장-변형함으로써 새로운 도시공간을 개입하는 전략이 충분한 논리를 갖추며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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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매듭짓기’ _ 김석현, 박정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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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삼릉을 걷다’ _ 정재민, 이우성, 전용재
우수상으로는 김석현, 박정홍 팀의 ‘매듭짓기’와 정재민, 이우성, 전용재 팀의 ‘삼릉을 걷다’가 선정됐다.
전작은 ‘왜 줄인가’에 대한 통찰력있는 질문을 던지며 근대 생산성에 대한 은유적 해석과 일방향적 삶으로 고정시킨 줄 사택 구조의 단절감에 대한 문제의식을 비판적으로 보여준 점, 후작은 노동자주택과 병참공장기지의 역사적 맥락을 가로를 중심으로 경계 없이 엮으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이 외에도 특별상 2작, 특선작 8작, 입선작 37작까지, 총 51개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시상식은 비공개로 진행되며, 전시는 온라인으로 대체된다.
자료제공 / 새건축사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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