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대한건축사협회, 서울경제신문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한국건축문화대상‘의 2019년도 수상작이 발표됐다. 준공건축물부문은 ‘사회·공공’, ‘민간’, ‘공동주거’, ‘일반주거’로 나누어 부문별로 대상 1점, 본상 1점, 전 부문 통합 15점의 우수상이 선정됐으며, 신진건축가부문에서는 총 8점, 계획건축물부문에서는 총 27점이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올해로 28회를 맞은 한국건축문화대상은 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인간이 중시된 건축물과 그 주역을 찾아 격려함으로써, 우리 건축문화 발전의 디딤돌이 되고자 지난 1992년 제정된 상이다. 국내를 대표하는 건축상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매년 전국의 수준 높은 건축물들이 다수 출품되었으며, 올해는 준공건축물과 계획건축물, 두 부문으로만 진행됐던 예년과 달리, 만 45세 이하 건축가의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신진건축사 부문이 포함되어 참여의 범위를 한층 더 확장하고자 했다.
특히 올해는 공공성을 심사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 8인의 심사진(박인석명지대학교 교수, 박원근주.인터씨티건축사사무소, 김기중주.건축사사무소가로, 손진락주.화성 건축사사무소, 김상길주.에이텍 종합건축사사무소, 전영훈중앙대학교 교수, 파비오 다카로Fabio Dacarro, 고려대학교 교수, 조동욱시행위원장)의 포트폴리오 평가와 현장 평가를 거쳐 수상작이 선정됐다.

 


 

준공건축물부문

 

‘가파도 문화예술창작공간(원오원아키텍츠 설계)’은 쇠퇴해가는 섬, 가파도를 경제와 생태, 문화가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섬으로 만들고자 하는 ‘가파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하층만 공사하다 중단된 콘크리트 구조물을 예술가들의 레지던스와 스튜디오로 탈바꿈시킨 프로젝트다.
기존의 구조체를 유지하고 그 사이로 새로운 벽과 기둥을 세워 필요한 공간을 만듦으로써 20여 년의 시간이 고스란히 누적된 특별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노출 콘크리트 면에 아로새겨진 세월의 흔적과 폐허의 느낌은 아티스트 레지던스의 공간적 깊이와 풍성함을 더해준다. 소박한 재료, 간결한 텍토닉과 디테일은 이 건물을 가파도의 마을 풍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하며,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은 거대한 상업자본이나 정부의 대규모 투자가 아니더라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면서 마을의 새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푸른 잔디 위의 붉은 벽돌 벽. 충남 천안에 위치한 ‘연희화학공장(아이아크건축사사무소 설계)’은 샌드위치 패널 일색인 공장건축의 전형에서 과감히 탈피한 건물이다.
생산관리가 자동화되는 스마트 팩토리, 자동화에 따른 여유 시간을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쾌적한 작업 환경, 모든 공간에서 자연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숨 쉬는 공장을 목표로, 생산동과 업무, 생활동에 각각 3개의 중정을 두어 자연채광과 환기는 물론, 어디서든 자연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이 외에도 ‘숨쉬는 공장’이라는 컨셉에 맞게 공장 외벽 마감재로는 벽돌과 커튼월, 조습기능이 있는 ALA블록을 사용한 점이나, 다양한 냉난방 설비 시스템을 도입하여 직원들의 업무 및 생활 환경의 만족도를 높였다는 점도, 미래의 공장건축이 참조할 만한 좋은 선례가 되었다는 평이다.

 


 

 

신혼부부 및 사회초년생 등 젊은 층의 주거 안정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인 ‘수원광교 경기행복주택(건축사사무소 오비비에이 설계)’은 수직화된 공동주택의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유형의 공동주택이다.
마주 보고 있는 두 건물 사이에 서로 다른 층과 연결된 다리를 설치함으로써, 수직적 고립상태를 수평적 교류로 전환시키고 있다. 또한, 수직적으로는 놀이터, 유치원, 공동주방, 아동도서관, 세탁소, 체육관 등의 다양한 공유공간과 옥외공간을 안배함으로써, 입주민들 간의 우연한 만남을 발생시키고, 흩어진 공유공간에서의 교류와 소통을 통해 자연스러운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된다.
실제로도 거주자들은 높은 이러한 수직마을에 높은 만족도를 보이며, 현대 사회가 잃어버린 공동체적 가치를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회복해가고 있다.

 


 

 

부산 남구에 위치한 ‘모여가(라움 건축사사무소 설계)’는 8가족이 모여 사는 집이다. 그러나 평범한 다세대주택과는 달리, 건축주들의 다양한 요구와 각자의 삶의 특성을 반영한 덕분에 마치 8채의 단독주택이 집적된 것 같은, 개별성의 미학을 찾아볼 수 있다. 동시에 저층부와 각 세대 사이에 삽입되어 적절하게 작동하는 여러 종류의 공공공간에 의해, 건물 내부에는 자율적으로 운행하는 작은 태양계와 같은 공동체 세계가 구축된다.
그렇기에 ‘모여가’는 각자의 소유 재산이자, 각자에게 맞춤적인 단독주택이기도 하고, 타운하우스이기도 하며, 동네이기도 하다. 특히 아이들의 친구가, 형제가, 자매가 가까이에 있는 새로운 공간심리적 도시주거로써, 현대도시에서 이웃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고민해보게 할 새로운 주거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서소문역사공원 및 역사박물관'(건축사사무소 인터커드 설계)은 쓰레기 소각장과 지하주차장, 노숙자들의 쉼터로 활용되며 단절됐던 도심 속 공간을, 잊혀진 역사를 다시 살려내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작업이다. 밝음과 어둠, 지상과 지하, 자연과 인공, 채움과 비움의 대비라는 건축적 장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현재의 일상적 시간을 과거의 역사적 사건으로, 그리고 다시 미래적 가치로 자연스럽게 이어간다는 점, 무엇보다도 공공적 가치를 십분 살려냈다는 점에서, 근래 보기 드문 역작이라는 평이다.

 

 

울릉도에 건립된 소규모 부티크 리조트인 ‘코스모스 리조트(더시스템랩 건축사사무소 설계)’는 대자연의 풍경과 대조적인 듯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조형성이 돋보이는 건물이다. 주 건물을 구성하는 6개의 나선형 볼트는 각자 차별화된 풍경을 갖고 있는데, 각 공간의 색채, 물성, 질감, 그래픽 시스템, 가구와 소품까지도 각 풍경에 기인한 스토리를 따르고 있다. 건축을 오직 작업의 완성도와 아름다움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으나, 조형과 작업 방식에 대한 상상력과 치열함은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에서 한계를 극복하여 그 경계를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힐스테이트 광교 주상복합(희림 종합건축사사무소 + 유일 종합건축사사무소 설계)’은 광교 호수공원 안에서도 조망권이 특히 뛰어난 위치에 건립된 주상복합 건축물로서, 넓은 녹지와 호수공원 중앙, 양방향 조망이라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또한, 호수 변 보행로에는 근린생활 시설과 문화공간을 배치하고 이를 자연스럽게 단지 외부공간과 연계시킴으로써, 자연과 사람이 함께 공존하고 이웃과 소통하는 쾌적한 휴식공간을 조성했으며, 단지 내 산책로, 자전거길, 잔디마당, 이벤트 광장 등 다양한 테마공원을 구성하는 등 거주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들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열달 나흘(구가도시건축 설계)’, 일년 중 두 달, 일주일에 삼일은 일을 내려놓고 쉬어가고 싶다는 바람이 담긴 이 건물은 자수공방을 운영하는 엄마와 도예공방을 운영하는 딸, 그들을 위한 두 개의 공방 겸 주택이다. ‘당신의 관심사 폐쇄적 가게’라는 독특한 주제를 가지고, 나무와 꽃을 가꾸고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마당과 독립된 일터, 가족의 보금자리까지 삶의 다양한 모습을 구현했다. 공방, 마당, 회랑, 지붕,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한옥을 닮은 집은 삶의 풍요로움을 담아내는 편안한 장소를 형성하게 된다.

 


 

 


 

신진건축사부문

오랜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시상식답게 올해 신설된 신진건축사 부문에도 50여 개의 작품이 신청되는 등 젊은 건축가들의 많은 참여가 이뤄졌다. 최종 접수된 42작품 중 포트폴리오 심사를 통해 6작품이 현장심사 대상작으로 선정됐으며, 일주일 간의 실사를 거쳐 대상 1점, 최우수상 3점, 우수상 5점이 최종 수상작으로 뽑혔다.

 

 

대상은 경기도 연천군에 위치한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아이들이 가정의 울타리를 넘어 처음으로 만나는 공간이란 점에 주목하여,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상상력을 키워줄 수 있는 새로운 공간적 경험을 선사하고자 한 프로젝트다.
공원 내에 위치한 입지적 장점을 살려 자연과 인공, 놀이와 보육의 경계를 허물고, 아이들이 다양한 공간에서 놀이를 통해 자연과 교감하며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특히 건물 내부에 널찍한 중정을 만들고 그 양쪽에 홀을 배치하여 ‘놀이가 교육’이 되는 풍성한 공용공간을 제시했는데, 이 공간은 가변적으로도 이용할 수 있어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라는 평이다.

 


 

 

‘원석’은 귀금속과 전통공예품 상가가 즐비한 종로 묘동에 들어선 귀금속 회사의 매장 겸 사옥이다.
역사 깊은 도시 조직의 일부로 녹아들기 위해 이 건물이 채택한 해법은, 마치 원석과 같은 묵직한 단일 매스를 1차 가공하듯 다듬어, 기존의 건물들 사이에 끼워 넣는 것. 이러한 의도는 묵직한 무게감을 지니면서도 시간의 흐름을 담아내는 재료인 브라운 계열의 콘크리트 벽돌을 주재료로 활용함으로써 구체화 된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모듈과 결합방식을 통해 만들어진 매스, 그와 조화를 이루는 섬세한 디테일도 건물 전체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심사진 역시 이 작품을 벽돌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고, 이를 건물에 담긴 프로그램 및 공간과 일체 시키고자 한 진정성 있는 작품이라며 최우수상 선정의 배경을 밝혔다.

 


 

 

청라호수공원 내에 위치한 ‘청라 레이크하우스’는 카페와 전망대, 수상스포츠를 위한 매표소가 복합된 휴게시설이다. 약 3m의 높이 차이가 나는 두 산책로의 교차점에 자리하는데, 마치 고속도로의 휴게소처럼 동선에 방해가 되지 않으면서 산책로가 자연스럽게 연장되어 흘러 들어오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두 개 레벨의 산책로는 각각 레이크하우스의 1층과 2층의 외부 동선과 연결되고, 이 두 개의 동선은 2층 외부 공간을 거쳐 지붕 전망데크까지 이어지며, 산책로를 걸으며 바라보던 호수의 경관을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게 한다. 특히 ‘쉼’의 리듬을 거스르지 않는 편안한 형태를 선보임으로써, 자신을 주인공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전체 풍경 속에서 ‘튀지 않지만 개성 있는 부분’이 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이 외에도 ‘부암어린이집(김상언+김은진, 에스엔건축사사무소), ‘플랜아이 신사옥 & 아로파스페이스(조한재, 건축사사무소 예하파트너스), ‘원루프 제주(박종훈, 비컨아키텍트건축사사무소), ‘월명 1930(김현아, 아이앤건축사사무소), ‘광명 볍씨학교(조장희, 주.제이와이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이상의 5작품이 신진건축사 부문 우수상에 이름을 올렸다.

 

 

이미 각각의 장소에서 시민들의 사용을 통해 공공성의 폭을 넓히고 있는 올해의 수상작들이, 우리 건축의 공공성을 둘러싼 담론 생산의 실마리로 진전하기를, 그리하여 공공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계기로 작동하기를 기대한다.
글 / 전효진 기자, 자료제공 / 대한건축사협회